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당뇨는 치매의 위험률을 두 배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위험인자입니다. 당뇨에서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은 치매병리기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당뇨약제를 치료약제로 repurposing 하는 것에 대한 기존에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 특히 Thiazolidinediones 계열의 대표 약제중 하나인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 은 여러 in vivo, in vitro 데이터를 통해 모두 유의미한 치매보호 효과가 확인되었으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피오글리타존은 기존에 알려진 당뇨약제로의 효능 이외에도 뇌졸중 재발 및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던 약제입니다. 작년에 저희 연구팀에서는 뇌졸중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도 피오글리타존 복용군에서 생애 첫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비복용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은 것을 발표한 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 피오글리타존 약제와 치매에 대해 2-3개의 기존 연구결과가 있었지만, 치매 위험요인 및 뇌졸증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시행된 연구는 없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뇌졸중 병력이 약물 사용에 따른 치매예방효과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증이 생겼고, 이를 주제로 연구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당뇨를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군 91,219을 10년간 추적관찰을 하였을 때, 피오글리타존 사용군이 비사용군에 비해 치매 위험도가 16% 낮게 관찰되었고, 당뇨 진단 이전 뇌졸중이나, 허혈성 심장병의 과거력이 있는 군에서 위험도가 각각 43%, 54%로 더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뇌와 심장에 혈액순환에 장애가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치매예방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본 연구는 피오글리타존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관찰적 연구입니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in vivo, in vitro 연구결과와 함께 이번 연구 결과는 피오글리타존이 혈관 기능 개선 및 항염증 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치매 예방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향후 혈관 장애가 있는 당뇨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속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행동과학연구소의 LAMP (Laboratory for Alzheimer's Molecular Psychiatry, 알츠하이머 분자정신의학연구실) 연구팀은 김어수 교수님 주도하에 치매에 대한 여러 중개연구를 진행하며, 뇌 에너지 대상 이상이 치매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가설 하에 AMPK, SIRT1, 등을 타겟으로 동물 및 세포 실험을 진행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을 치매 치료제로의 사용하는 것에 대한 탐색과, 신규화합물을 신약 후보 물질로 개발하는 것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매가 제 3의 당뇨병으로 간주되며, 인슐린 저항성이나 PET을 통해 나타난 뇌의 glucose metabolism의 저하가 치매 진단에 사용된 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뇨약물을 항치매 약물로 재활용(repurposing)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습니다. 약물 투약 이후 치매병리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 이외에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기존 동물 실험에 있어 오래된 난제였습니다. 본 연구실의 PI이신 김어수 교수님께서는 영국 캠브리지에서 개발된 사람 및 동물에게 모두 재현이 가능한 행동실험기법인 터치스크린 기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선구자로, 현재 저희 연구팀에서 이를 활용하여 많은 중개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는 동물 실험에서 당뇨약을 투여하고 행동 및 치매병리 변화를 관찰하던 중, 실제 human에서 보고된 연구 결과들이 그동안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민 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human에서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이것이 데이터를 가지고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앞으로 더 자세한 메커니즘 스터디를 구상하고, 기존 실험들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기존에 논문을 읽거나, 실험을 하면서 생각해 본 가설을 실제 빅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하고 검증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고되고, 결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순히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며 묵묵히 진행했을때, 다른 분야의 연구진과 협업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고, 나의 연구가 향후 맞춤형 치료 등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느낄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위해서는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국내에 있는 것 모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도 인프라적으로 훌륭한 대학과 연구소가 많아 협업이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서 연구하든,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기도 하는데, 이때 자책하고 자기 검열에 빠지기 쉬운데 자주 동료들과 소통하며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귀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그 동안 치매와 관련된 바이오마커 규명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치매 예방 및 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각 환자마다 가지고 있는 질병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 요인이 상이해서, 이에 대한 치료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개인마다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진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사 개선을 통한 치매 예방 뿐 아니라 Neuromodulation을 통한 중재 치료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뇌 fMRI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치매 및 노인 정신건강 환자들을 대상으로 precise medicine을 위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논문을 처음 계획하고 준비하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실패와 좌절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이신 김어수 교수님의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 덕분에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만 갖고 이에 대해 구체화하지 못하고 답답해하던 중 흔쾌히 도움을 주신 남정모 교수님과, 함께 오랜 시간 분석실을 드나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주신 최동우 박사님께 감사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저에게 어려움이 있을때 항상 혼자서만 고민하지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라고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남궁기 교수님과, 저희 연세대학교 의학행동연구소의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동료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연구를 소개할 수 있도록 인터뷰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게도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변함없는 응원으로 늘 버팀목이 되어 주신 부모님과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치매
# 당뇨
# 피오글리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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