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장암은 암 발생 후 전이가 시작되는 3기까지 자각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자가 증상을 느끼기 시작하여 내원했을 때는 이미 전이가 시작된 상태이거나 전이성 4기 신장암으로 판정되어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2% 이하밖에 되지 않는 치명적인 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분자 마커는 아직 없어 연구가 필요합니다.
제가 연구했던 SAMHD1 단백질은 데옥시리보뉴클레오사이드 삼인산(dNTP)을 분해하는 삼인산 가수분해효소 (dNTPase)로써 에이즈 바이러스(HIV)나 B형 간염 바이러스 (HBV)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 dNTPs를 분해하여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를 억제하여 면역 작용을 한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다양한 암종에서 SAMHD1 돌연변이가 발견됨에 따라 암에서 SAMHD1의 기능이 중요시 되고 있으나, 고형암에서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조절하는 SAMHD1의 명확한 분자적 기전은 명확히 연구된 바가 없어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투명세포형 신장암에서 SAMHD1이 종양 유전자로 작용하여 투명세포형 신장암 세포의 이동을 촉진하는 핵심 분자로 작용함을 규명했습니다. 그 중심 기전으로, SAMHD1이 세포내이입(endocytosis) 및 박판족(lamelllipodia) 형성에 관여함을 입증했습니다. 암세포는 세포내이입을 통해 생성된 소포체(endosome)를 재활용 함으로써 암세포 이동에 필요한 물질이나 에너지를 획득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연구를 통해 SAMHD1은 cortactin과 결합하여 초기 소포체를 이루는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함을 확인했습니다. SAMHD1에 의해 자극된 소포체는 FAK의 자가 인산화를 촉진해 박판족 형성 자극에 필요한 GTPase 단백질인 Rac1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Rac1은 세포의 원형질막에서 박판족 형성을 촉진하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또한, SAMHD1과 cortactin의 결합은 초기 소포체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세포에서 발견되는 세포 골격 구조물은 lamellipodia에서도 함께 발현되어 lamellipodia 형성을 향상시킴으로써 투명세포형신장암 세포의 이동을 촉진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발견을 통해 SAMHD1이 endosomal FAK-Rac1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해 투명세포형 신장암 세포의 이동성을 증가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종양 유전자임을 입증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투명세포형신장암 환자로부터 채취한 정상 조직과 암 조직에서 SAMHD1의 증가와 더불어 활성화된 FAK과 cortactin의 발현이 함께 증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검증했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SAMHD1과 endosome-FAK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주요인자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투명세포형 신장암의 악성화에 관여하고, 임상적으로도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종합해보면, SAMHD1에 의해 활성화된 endosome-FAK 신호 경로는 Rac1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lamellipodia 형성을 통한 투명세포형신장암 세포의 이동을 촉진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합니다. 또한, SAMHD1을 투명세포형신장암에서 종양유전자로 규명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함으로써 SAMHD1을 투명세포형신장암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이자, SAMHD1에 의해 유도된 endosome-FAK 신호 경로를 신장암의 잠재적인 치료 표적으로 제시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김규원 교수님 실험실과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 교실 서지혜 교수님의 공동 연구로 수행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김규원 교수님 실험실은 혈관신경 통합조절 연구실로 명칭 되어 있지만, 개인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곳이며 교수님께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던 연구실이었습니다. 앞선 선배님들의 연구 주제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부분인데, 대표적으로 여러 종류의 암종에서 암 발생 과정과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고, 그와 더불어 간경화, 자가면역성 뇌척수염증, 대장염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등 여러 질병 및 세포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한 메커니즘 규명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 교실 서지혜 교수님 실험실은 생화학 교실로 암 생물학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암종에서 종양 유전자의 아세틸레이션에 따른 암의 발생과 발달을 조절하는 기전을 주로 연구하고 계시며, 아세틸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억제제를 연구하며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우연한 기회에 신청하게 되었던 임상 유전체 분석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활용하여 여러 암종의 환자 샘플을 분석한 결과 연구 주제를 특정할 수 있었고, 함께 진행했던 유전자 집합 분석 결과에서 실마리를 얻어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Bioinformatics가 전공으로 따로 생겨날 만큼 전문적인 분야로 주목받고 있고, 전문가들도 많이 계셔서 얕은 지식을 쌓는 데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전공자분들이 분석을 진행하셨더라면 단시간에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쉬운 분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전공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새로운 부분에도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았던 것이 연구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주었고, 논문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으며, 연구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 것 같습니다. 향후 연구를 진행하며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난제라고 생각해 포기하기보다 여러 방면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면 결국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며 좋은 실험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만큼이나 긴 연구 생활에서 활력이 되었던 점은 실험실에서 매 순간 함께 했던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 동안 연구하며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슬럼프에 빠져 불안감에 휩싸이는 날도 다반사였습니다. 그때마다 실험에만 무작정 몰두하기보다 선후배들과 함께 농담을 섞어 나누던 대화에서 얻은 팁들이나 가벼운 티타임을 통해 환기했던 시간들이 생각의 전환을 불러왔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실험실에서 고민이 있거나 troubleshooting이 필요할 때는 혼자 고전하기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나누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결책과 더불어 자칫 지루하고 힘들기만 하다고 느끼는 실험실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논문을 투고하는 과정에서 진행했던 연구가 실제 임상에서 진단 마커로써 적용 가능한가에 대한 peer review를 받았습니다. 초기 연구 가설의 설계가 임상 진단 마커의 발굴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단독 마커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신약 개발 역량이 있는 제약회사에서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위 과정 동안 쌓은 배움과 실험 경험을 활용하며 후보물질 탐색, 약리학적 전임상 연구와 같은 연구 활동 외에도 전임상과 임상을 잇는 중개연구자로서, 임상시험 진행과 신약 허가 단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신약 개발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하며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한빛사에 들어와 다른 연구자분들의 논문과 인터뷰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를 도와주셨던 많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논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고, 동경하던 한빛사에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연구 주제 선정부터 논문을 작성하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 주제를 시도해 볼 기회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시고, 오랜 기간 지도해 주셨던 김규원 교수님, 서영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랩에서 짧은 시간 스쳐 지나간 선배님으로 만난 인연이었지만 후배라는 이유로 지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서지혜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Discussion을 통해 주셨던 실험적 조언과 지도를 더불어 짧은 산책과 커피타임을 통해 보내주셨던 응원의 시간까지, 덕분에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던 실험실 사람들 모두모두 정말 고맙고 항상 응원합니다.
학위를 하며 연애하고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학위를 하는 peer로서, 이해심 넓은 남자친구이자 지금은 가장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로서 연구로 힘들어할 때 묵묵히 옆을 지켜주고 힘이 돼주었던 남편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생이었던 예비 며느리를 차근차근하면 된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고 넓은 아량으로 따뜻하게 가족으로 맞아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든든한 지원군인 우리 가족들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이지만 오빠같이 듬직한 준석이 정말 고맙고,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지원해 주시면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며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우리 엄마, 아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지금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꼭 간직하여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따뜻하고 연구자가 되어 어디서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nal clear cell carcinoma
# Cancer cell migration
# Endocyt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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