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공황장애는 약 70%가 만성화되어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입니다. 병 자체의 심각도는 높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병이 장기화될수록 우울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의 동반 비율이 증가하며 자살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2021년에 공황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 수는 22만 1131명으로, 2017년 14만 4943명에서 53% 증가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2-30대 젊은 층의 공황장애가 증가하고 있는데, 한창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발생하는 공황장애는 삶의 질과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사회경제적으로 큰 질병부담을 안깁니다.
공황장애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계 항불안제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편이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시간이 지나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치료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유용한 치료법으로, 약물치료와 병행할 시 재발률을 낮추는 등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단독치료 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에 명상 기법을 적용한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의 공황장애 장기 치료효과와 그에 따른 뇌의 신경가소성 변화를 탐색한 것으로, 인지치료와 같은 비생물학적 치료 기법이 생물학적으로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인지치료의 임상적 효과는 이미 많은 임상시험을 통해서 입증되었지만, 인지치료가 어떤 식으로 뇌를 변화시켜 치료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는 명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인지치료 또는 명상 전후의 뇌 자기공명영상(resonance magnetic imaging; MRI)을 비교하여 단기간 효과를 살펴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으로는 장기적인 질병 예후가 개선되는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공황장애에서 MBCT를 병행했을 때의 2년 예후를 조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MBCT를 받기 전과 2년 후의 뇌 MRI를 비교하여, 예후 개선 지표와 관련된 뇌 영역을 발견하였습니다. 성인의 뇌가 변화하는 기전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변화는 백질(white matter)에서 특히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MBCT를 병행한 공황장애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피질 정중선 구조(cortical midline structure; CMS)에서 과도하게 증가된 백질 연결성이 감소하면서 증상이 경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MS에 해당하는 뇌 영역은 띠이랑(cingulate gyrus),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쐐기앞부분(precuneus)인데, 이들은 자기-참조 처리(self-referential processing)을 담당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의 구성요소면서, 명상을 할 때 중요하게 관여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MBCT를 통해 CMS의 과활성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에 대한 과민성, 몰두, 과도한 걱정을 명상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불필요한 백질 연결성을 감소시키는 신경가소성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공황장애의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신경생물학적 기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치료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하여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모든 의사들의 꿈과 희망이지만, 뇌의 기능을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는 그 간단한 원리를 실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확대됨에 따라, 그 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인간의 정신 현상들이 과학의 언어를 통해 새롭게 기술되고 있습니다. 이에 인지치료나 명상과 같은 다양한 비생물학적 치료법들도 과학적 근거를 획득하며 기존 치료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조금씩 풀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다양한 인지행동적 컨텐츠를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각광을 받으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과거의 전통과 미래의 전망을 관통하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현재의 한계점을 보완한 더 좋은 연구들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현재 속한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국내 공황장애 임상과 연구를 선도하시는 이상혁 교수님을 비롯하여 임상 경험이 풍부하신 최태규 교수님, 이강수 교수님, 그리고 공황장애에 대한 MBCT의 임상적 치료 효과를 꾸준히 연구하신 김보라 교수님께서 함께하고 계시며, 그 외에도 많은 선생님들이 공황장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애써주고 계십니다. 저희 연구팀인 CLIMB lab (Clinical Laboratory for Integrative studies in Mindfulness and Brain imaging; http://theclimblab.com)에서는 공황장애 외에도 조현병, 우울장애, 강박장애 등 주요정신질환의 정밀의학(precision psychiatry)을 실현하고자 질병의 병인 기전을 규명하고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의 뇌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통해 뇌의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결국에는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적 설명을 통해 인간성과 감성이 메마르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뇌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판단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마음챙김의 태도를 가지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족한 점 대부분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라고 여기고 스스로를 못났다고 탓하거나 너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세상은 작은 인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변화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연구에 회의감이 들 때, 이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동안에는 뇌 MRI를 이용한 연구를 주로 해왔는데, 앞으로는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뇌영상과 다른 생체지표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정신질환을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진단하고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정신건강의학 영역에서도 개인의 특성에 맞는 정밀의료가 가능해지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정신건강의학에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소뇌(cerebellum)가 정신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관여하는지에 관심이 있어서, 이와 관련한 연구도 계속 진행하려고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에 큰 힘이 되어 주신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연구원 선생님들, 그리고 하나하나 이름을 다 부를 수는 없지만 저를 이 자리에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공황장애
# 마음챙김
# 뇌영상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