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출판한 논문의 분야는 진화생물학과 행동생태학 분야에 모두 속하는 분야입니다. 행동생태학은 동물들의 형질 및 개체들간의 상호작용을 다양한 수준에서 연구하는 학문으로 주로 진화적인 관점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태학을 개체 수준에서 연구하고, 야생동물의 행동을 연구한다는 매력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초과학분야와 마찬가지로 국내에는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이 많지 않고, 연구비 수주가 쉽지 않은 분야이기에 학문후속세대들이 많이 배출되지는 않고 있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행동생태학을 포함한 생태학은 기초과학의 핵심분야일 뿐 아니라 생태계의 보전과 유지, 생물다양성의 이해, 기후변화와 맞물린 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지는 학문입니다. 또한 생태계의 형성과 유지, 변화에는 진화적인 요인이 작용하므로, 진화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연구하는 것은 현재 생태계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합니다. 진화는 사실 생물학 전반에 거쳐 작동하는 원리이기에, 진화생물학 전공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2022년 한국진화생물학회가 창립되었으며 관련 연구들과 활동들이 국내에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이번에 출판한 연구는 동물형질의 진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로, 서로 다른 종들의 형질차이를 이용해서, 이러한 형질들이 계통상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진화하였는지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계통수 분석을 활용하여 동물형질을 분석하는 연구는 진화적 계통 분석 기술의 발전 및 폭넓은 계통관계의 규명으로 인해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과거로부터 진행되어온 대진화 양상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계통수 분석에 관한 새로운 진화적 분석기법들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석을 통해 과거에 일어났던 진화적인 사건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관련 분야의 연구들은 꾸준히 생산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연구내용을 짧게 소개하면, 생물들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보호색들은 위장색과 경고색입니다. 경고색은 일반적으로 독이나 가시 등 포식자에게 위협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는 생물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고 포식자에게 ‘경고’하는 색채로, 포식자들은 이러한 경고색들을 경험적으로 학습한 뒤 회피하게 됩니다. 즉 포식자의 경험적 학습은 경고색의 기능과 진화에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위장하는 종에서 경고색을 가진 종이 초기에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는 진화생물학계에서 오래된 수수께끼 중 하나였습니다. 돌연변이를 통해 경고색을 발현하게 된 개체들은 위장을 통해 자신을 숨길 수도 없고, 포식자들은 아직 이러한 개체들에 대해 학습이 안 되었기에 적응도의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연구는 현존하는 양서류 색채의 분석을 통해 등은 위장색이지만 배는 경고색을 가지며 행동을 통해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이러한 ‘숨겨진 경고색’이 위장색에서 경고색으로의 진화 과정에서 중간단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경로는 경고색의 초기진화가 가지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기에 경고색의 초기진화에 대한 현재까지의 가설 중 가장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공합니다.

숨겨진 경고색을 보이는 대표적인 양서류 Rough-skinned newt. 사진출처: Emma Hollen
사실 이번에 출판한 연구는 캐나다 Carleton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던 2017년부터 계획하고 시작했던 연구입니다. 연구의 진행을 위해 전세계에 있는 양서류 모든 종들의 사진을 수집하고 색채를 분석해야 했는데, 약 2,000종 정도를 스스로 분석하다가 당해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그 이후 다른 연구와 개인적인 일로 인해 중단되었던 연구입니다. 하지만 2020년에 캐나다에서 함께 일하던 박사과정 학생(Karl, 공동1저자)에게 연락이 와서 공동연구할만한 주제를 탐색하게 되었고, 본 연구를 재개하기로 하여 다시 진행된 연구입니다. 지금은 박사후연구원이 된 Karl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 제 노트북 속에서 잠자고 있을지도 모를 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연구를 마무리하고 좋은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으니 Karl 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네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연구를 계획하고 시작했던 시기는 꽤 오래 전이지만, 논문이 최종 출판되었을 당시의 소속기관은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농생대 응용생물화학부의 곤충학 전공에 속해 있으며 저는 그 중에서 행동생태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주로 진화생태와 행동생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주로 곤충 방어전략의 기능 및 진화 및 동물 색채와 연관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에 서울대에서 새롭게 연구실을 열었으며, 현재 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3명 총 4명의 대학원생과 3명의 학부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처음에 대학원생으로서 행동생태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큰 학술적인 욕망이나 기대 없이 단순히 동물이 좋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이 분야에 발을 디뎠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새로운 생물을 만나고 흥미로운 행동을 접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연구하면서 직접 실험하고 조사한 자료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과 이러한 분석법을 배우는 과정도 즐거웠고,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분석할 때 과연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는지 두근거리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개인적으로는 자부심과 보람이 있어서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연구를 하는게 좋아서 지속적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구 결과가 좋은 저널에 출판되면 뿌듯한 마음도 들고 주변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연구를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은 새로운 연구질문을 생각하고, 연구방법을 고안하고, 연구를 수행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이러한 과정들이 즐거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새롭고 흥미로운 연구질문들을 생각하고 이를 어떻게 검증할까 고민하는 부분이 즐겁습니다.
현재에는 직접 주도적으로 실험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학생들이 실험한 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그 부분은 아쉽습니다. 다만 학생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열정있는 학생들을 통해 흥미로운 동물의 행동과 새로운 가설들을 접할 때에는 연구실을 운영하는 보람도 느끼고 연구의 재미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지금은 강의하지 않지만, 예전에 행동생태학 강의를 시작할 때에 항상 학생들에게 했던 얘기가 있습니다. 생명과학 내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목을 수강한 것을 축하한다고. 행동생태학 분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진학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혹은 재미있게 배웠던 동물행동에 관한 전문성을 쌓고 관련 직업으로 진출하고 싶어서 진학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합니다. 두 가지 상충되는 마음이 드는데, 먼저 많은 열정있는 학생들이 행동생태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연구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더 많은 학생들이 저희 연구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받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위과정을 가진 학생들을 많이 배출한다고 할지라도 국내의 취직자리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학위과정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길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행동생태학 분야에 열정있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국내에서 행동생태학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면 선택지가 많진 않습니다. 저희 연구실도 마찬가지이지만, 각 연구실들이 받을 수 있는 대학원생의 수는 한정적이고 연구하는 주제의 범위도 넓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본인이 하고싶은 분야 혹은 분류군의 연구실이 국내에 없다면 해외까지 폭넓게 보고 유학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학의 경우 석사유학은 쉽지 않으니 석사는 국내에서 하고 박사는 유학을 가는 것도 고려할만 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양서류에서 경고색의 진화경로를 규명하였습니다. 하지만 경고색의 초기진화의 모순은 경고색을 진화한 모든 분류군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부분으로 현재 연구실에서는 양서류 뿐 아니라 다양한 분류군에서 경고색의 진화경로를 분석하여 본 연구에서 규명된 진화경로가 다른 분류군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혹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진행된 것처럼 진화생태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연구실이 농생대에 속해 있어 다양한 응용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저희 연구실의 진화생태적 연구를 농업 및 환경분야에 접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시도하고자 합니다.
등록일 202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