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구아닌 염기(Guanine)가 반복해서 존재하는 DNA나 RNA는 생체 내에서 독특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구아닌 중첩 서열에서 4개의 구아닌은 Hoogsteen 수소 결합으로 평면 G-quartet을 형성할 수 있는데, 두 개 이상의 G-quartet이 Na+나, K+와 같은 양이온에 의해 안정화되면서 겹겹이 쌓여서 만드는 복합체를 G-quadruplex(G4)라고 합니다. 사람의 genome에 대략 700,000개의 G4-형성 서열(G4-forming motif)이 있고 이 motif가 만드는 G4는 해당 핵산에서 진행되는 반응을 저해하거나, G4 구조를 인식하는 인자를 끌어와서 생체 반응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등, 생체 내 다양한 반응을 조절하는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헤르페스바이러스과(Herpesviridae family)에 속한 바이러스는 사람 및 여러 개체에 감염하여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Double-stranded DNA를 genome의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헤르페스바이러스의 genome은 높은 G4-forming motif 분포도를 가집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선행 연구는, G4가 헤르페스바이러스 DNA 복제, 유전자 전사 및 번역, 바이러스 miRNA 발현 조절에 역할 함을 보여주며,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에서 G4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르페스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수두 및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Varicella-zoster virus(VZV)에서의 G4의 역할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VZV의 genome은 VZV 만의 고유한 여러 특이 반복 서열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R1~R5로 지칭되는 GC-rich의 반복서열(reiteration sequence, R)이 있습니다. 나란히 반복되는 유닛(tandemly repeated units)으로 구성되는 R은 VZV의 strain에 따라 해당 유닛의 구성 및 반복 수가 다릅니다.
우리 연구팀은 대략 125 kb의 VZV genome에 약 150개의 G4-forming motif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해당 motif가 VZV의 반복 서열에 많이 몰려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중 30개가 ORF14 유전자 안에 있는 R2에 위치한 것을 확인했는데, 해당 motif의 분포는 대부분의 VZV strain에서 보존됨을 확인했습니다. 저희가 주목한 ORF14는 glycoprotein C(gC)를 코딩하는 유전자입니다. VZV는 총 11개의 바이러스 막 glycoprotein을 코딩하는데 다른 인자에 비해 gC는 감염세포에서 적은 발현량과 매우 늦은 타이밍에 발현되고, gC의 역할이나 발현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생물물리학 기법으로 보존된 R2에 위치한 G4-motif가 G4를 형성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G4가 형성되지 않는 돌연변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G4가 ORF14에서 코딩되는 gC의 발현을 전사단계에서 저해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G4 결핍으로 과발현되는 gC는 바이러스의 cell-to-cell spread를 저해함을 확인했습니다. 위와 같은 결과는 gC의 억제효과를 제어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G4를 이용해서 gC 발현을 억제하여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전파가 가능케함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주목받지 않았던 gC의 발현 조절의 중요성과 이를 조절하는 motif가 VZV 여러 strain 간에 보존됨을 확인하며 향후 VZV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연구에 새로운 타겟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의 안진현 교수님 연구실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기능과 바이러스-숙주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체감염헤르페스바이러스 중, 선천 감염과 면역기능 저하 환자에서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human cytomegalovirus (HCMV)와 수두와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Varicella-Zoster virus (VZV)을 주 연구 대상으로 하여, 유전체학 및 분자생물학적 접근 방법으로 바이러스 단백질의 기능, 바이러스 genome 복제기전, 숙주 선천면역 극복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각화된 연구접근 방법으로 바이러스 생활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흥미로운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는 실험실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항상 호기심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마치 안개와 같아서, 그 안에서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고, 안개를 벗어나서야 논문, 특허와 같은 성과가 나오거나,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나, 아니면 낭떠러지 같은 곳에 다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를 해쳐 나가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행운, 그리고 경험과 지식이 밑받침되는 판단력 및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이전 연구원과 현재 연구원이 닦아 놓은 길이 있었기에 나름 수월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또한 PI의 경험과 지혜로 뒷받침되는 연구 지도 덕분에 본 연구성과가 무사히 논문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 경험이 좋은 표본이 되진 못하지만, 무언가를 연구해서 성과를 얻는다는 것에는 행운이 크게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지혜와 수행능력을 갖춘 주변 연구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혹은 연구 과정에서 겪는 실패의 연속으로 그들이 목표로 했던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동시에 남아있는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게 학위 과정이란, 어떤 어려움에도 버티기만 하면 달성할 수 있는 과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면 인접하게는 세포생물학, 면역학, 유전학을 살펴보게 되고, 더 나아가서 생리학, 생화학, 생물정보학, 생태학 그리고 진화학까지 걸쳐서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살펴보게 됩니다. 어떠한 연구대상의 현상을 이해하고자 많은 문헌을 찾아보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찾아봐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정리해야 하는 일이 예상보다 너무 많아지는 것을 겪게 됩니다. 탁월한 연구 능력 함양이나 좋은 동료를 두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긴 합니다만, 연구 대상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탐구하는 끈기가 퇴색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경험이나 지식은 향후에 있을 과업을 해결하는데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glycoprotein C는 다른 VZV glycoprotein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떻게 발현하는지, 바이러스 생활사에서 그 역할이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논문으로 확인한 G4의 ORF14 발현 억제 기작을 시작으로 ORF14의 전사에 어떠한 인자가 관여하는지, ORF14의 G4가 어떻게 풀어지는지, 그리고 감염에서의 영향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유능한 연구원과의 협업으로 G4가 관여하는 여러 바이러스 감염 조절 기전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그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남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BRIC에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는 저희 연구실의 PI인 안진현 교수님의 조언과 지도 덕분에 무사히 논문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가 갖추지 못한 지식과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거리낌 없이 나눠 주십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경규 교수님과 해당 실험실 소속의 Subramaniyam Ravichandran 박사와의 협업은 본 연구의 엄밀함과 중요성에 크게 기여해주었습니다 (I always appreciate your contribution and dedication, Dr. Ravi). 지금의 연구자가 될 수 있게 학위과정 동안 지도해주신, 저라는 연구자의 뿌리인 송문정 교수님은 해당 논문이 더욱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논문의 공저자인 박대규, 이광명, 김영의, 최영주 연구원은 본 연구의 초석과 나아갈 길을 마련해주신 중요한 분들입니다. 연구원님들 덕분에 본 연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박대규 연구원은 본 연구에서 주요한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해당 연구원이 보여준 연구자로서 자세와 저에게 알려준 경험과 지식은 저를 돌아보게 하며, 저에게 새로운 지식과 배울 점을 주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의 연구원분들은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며 좋은 실험실이 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박사후연구원이라는 직책 덕분에 연구원들이 만드는 실험실에서 수월하게 연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덕분에 무탈하게 연구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연구실 바깥에서의 크나큰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부모님과 동생, 김여민 팀장님과 그의 가족의 아낌없는 물적, 심적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G-quadruplex
#glycoprotein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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