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의 연구분야는 경피 약물전달시스템의 일종인 마이크로니들입니다. 약물 전달 경로는 일반적으로 정맥주사, 근육주사로 대표되는 비경구적 (Parenteral) 투여와 구강 및 설하로 대표되는 장관 (Enteral) 투여가 있습니다. 비경구적 투여는 약물의 신속한 흡수 및 신속한 작용 개시가 가능하지만, 피하 주사바늘 사용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 통증, 주사침 재사용 문제 등 한계가 있습니다. 장관 투여는 이러한 문제를 대부분 극복 가능하지만, 위장관이나 간에서의 약물 분해 때문에 비경구적 투여에 비해 생체이용률 (Bioavailability)이 낮고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피 약물전달은 이러한 기존 투여방법을 개선 가능한 대체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피약물전달시스템인 패치는 사용이 간편하고 환자편의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피부 최외각 각질층에 의해 분자량이 높은 단백질 등은 전달이 제한됩니다. 각질층을 극복하고 바이오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화학적 요법, 전기천공법, 초음파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통증이나 낮은 약물전달효율 등 한계로 인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 (Microneedle)은 기존 약물전달시스템의 한계를 극복 가능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은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바늘 모양 구조체로서 피부 각질층을 물리적으로 뚫고 약물을 전달합니다. 마이크로니들은 통증이 적고 약물전달효율과 안전성이 우수하여 다양한 종류의 기술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 중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고분자에 약물을 탑재하여 피부 삽입과 동시에 체액에 의해 구조체 자체가 녹으며 탑재 약물을 방출 및 전달하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Dissolving microneedle)이 가장 각광받고 있습니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생체 적합하며 생분해되므로 유해 폐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분자량 제한 없이 케미컬, 펩타이드, 단백질, 백신 등 다양한 약물을 전달 가능합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약물 전달을 위해서는 마이크로니들을 피부에 정확히 삽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이크로니들의 개발 초기에는 피부 삽입을 위해 손가락 힘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하는 힘의 차이가 있어서 삽입 재현성이 낮고, 손가락의 곡률 때문에 사용 가능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크기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게추, 스프링, 기계장치 등을 이용한 다양한 적용기가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적용기는 성공적인 피부 삽입 및 약물 전달을 구현하였지만 작동에 필요한 구성요소에 복잡한 장치나 금속 부품이 필요하여 사용이 복잡하고 생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이 기존 주사기 등 투여방법을 대체한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 되기 위해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새로운 적용기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한빛사 논문으로 소개된 연구는 간단한 플라스틱 사출 부품만으로 구성되어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마이크로니들의 피부 삽입이 가능한 새로운 적용기 개발 연구입니다. 이 적용기는 복잡한 외부 장치 없이 손가락 힘만으로 작동하여 구조가 단순해 기존 주사기와 유사한 단가로 양산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 적용기 및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주사 대비 뛰어난 백신 효능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적용기는 경제성과 약물전달효율에 뛰어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백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물전달 분야에서 응용되길 기대합니다.
마이크로니들과 적용기 연구를 수행하면서 탑재한 백신의 활성을 유지하며 피부에 효과적으로 삽입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을 제작하는 것, 최적의 설계 구조를 도출하여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적용기를 제작하는 것, 백신 효능 평가를 위한 동물 실험 등 많은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동료분들,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극복 가능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정형일 교수님 지도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나노바이오공학연구실은 마이크로니들 기반 백신 접종 기술, 호르몬 투여를 위한 이식제 기술, 연속혈당측정을 위한 진단 기술 등의 주제로 많은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마이크로니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되어왔지만, 본 연구실은 독창적인 마이크로니들 제작 기술 개발 이후 현재는 논문 투고 기준 전세계 마이크로니들 분야의 탑3 안에 드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논문 뿐만 아니라 SK 등 회사에 8건의 기술이전을 달성하며 사업화 또한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보다 상세한 연구결과는 연구실 홈페이지 (http://ysnanobio.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제가 또한 속한 곳은 정형일 교수님께서 2015년에 연세대학교 최초로 교원창업하신 주식회사 주빅입니다. 주빅은 전세계 의료해택 증진을 비전으로 다양한 마이크로니들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세계 최초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목허가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기술력과 개발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국내 제약회사 및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회사 홈페이지 (http://www.juvicbio.com/)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현 연구실을 택한 이유는 학부 랩투어 때 손에 붙여봤던 화장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때문입니다. 밝혀지지 않은 생물학적 기전을 알아내는 것 또한 훌륭한 연구지만, 제가 더 끌렸던 건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연구 초기에 만들었던 샘플은 조악했지만, 현재는 남들에게 소개해도 자랑스러운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연구의 성과로 인해 정부 과제에 선정되고, 글로벌 기업과 공동연구가 이뤄지고, 국제적 저널에 논문이 게재되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언젠가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어 백신 패치, 호르몬 패치 등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며 제가 처음 화장품 패치를 붙여봤을 때의 신기했던 기분을 느낀다면 더욱 자부심을 느낄 듯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이, 제가 연구하는 마이크로니들이라는 분야는 기초보다는 응용 및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입니다. 이러한 연구 분야의 특징은 깊이가 기초 분야에 비해 얕을 수 있지만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저의 경우 마이크로니들 기반 화장품을 개발하여 임상시험까지 수행하였으며, 마취 패치, 골다공증 치료용 호르몬 패치, 백신 패치 등을 개발하여 동물에서의 유효성, 독성을 평가하였고, 대량 생산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 양산 장비 설계까지 수행하였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다양한 연구 경험, 논문화, 특허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분야로의 진학을 추천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 연구실 졸업생 중 마이크로니들 연구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약회사, 화장품 회사에 취업하여 다른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얻는 경험은 비단 이 분야에서만 활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향후 다른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앞서 언급한 주빅이라는 회사에 몸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현재 국내 제약회사 및 글로벌 기업과 함께 마이크로니들 기반 백신, 호르몬 등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및 사업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란 무엇일까요? 제가 학위과정 중 자주 생각했던 질문입니다. 처음 저에게 연구란 실험과 동의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연구란 가설 설정, 실험 수행, 결과 정리, 발표 등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된 개념임을 알았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이 독립적 연구자가 되어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자문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께 연구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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