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지방간염, 섬유화, 간경변, 간암의 스펙트럼을 따라 발달하며, 장(intestine)으로부터 유래된 LPS (lipopolysaccharide)와 같은 내독소에 의한 쿠퍼세포(간 내 상주하는 대식세포)의 염증성 활성화 및 간세포의 알코올 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산화적 스트레스 등 면역-대사 기전 (immuno-metabolic mechanism)이 질환 발달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90% 이상의 환자에게서 지방간이 발달되나, 다음 단계인 지방간염의 경우 발병률이 약 30% 정도로 급감하게 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이유가 ‘알코올성 간질환 발달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는 밝혀지지 않은 보호기전이 우리 몸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해당 기전 규명을 통해 알코올성 간질환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타겟을 발굴하고자 본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만성 알코올 섭취 시 장 균총(gut microbiome)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의 생성 및 간으로의 유입이 증가되며, 이는 중심정맥(central vein) 주변부의 간세포에서 β2-adrenergic receptor (ADRB2) 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cytochrome P450 2E1 (CYP2E1)이라는 알코올 대사 효소를 미토콘드리아로 이동시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한 CYP2E1의 알코올 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산화적 스트레스는 간세포에서 미토카인(mitokine)으로 보고된 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GDF15)의 분비를 유도하고, 이는 인접한 쿠퍼세포에서 ADRB 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간세포와는 달리, 다양한 케모카인 및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염증성 쿠퍼세포에서의 카테콜아민/ADRB 신호전달은 세포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카테콜아민-GDF15-ADRB 축이 알코올성 지방간염 발달을 억제하는 보호기전으로 작용함을 동물 모델 및 환자 시료 분석을 통해 규명하였습니다.
오래전부터 간은 다양한 물질을 대사하는 ‘대사 기관 (metabolic organ)’ 혹은 여러 종류의 선천 (innate) 및 적응 (adaptive) 면역세포들이 존재하는 ‘면역학적 기관 (immunological organ)’ 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다양한 실험 기법의 발전을 통해 간에 교감신경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검증되었고, 간이식 시 따로 신경을 접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아 간의 내부 혹은 외부에서 비롯된 다양한 신경학적 물질들에 의해 간의 기능이 조절되는, ‘신경학적 기관 (neurological organ)’ 으로서의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본 연구는 알코올성 간질환 발달 시 카테콜아민이라는 신경학적 물질을 통해 간의 면역 및 대사 기능이 조절되는, ‘신경-면역-대사 축 (neuro-immuno-metabolic axis)’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제안한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환자 샘플 분석 시 초기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들과 비슷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지만 간질환이 없는 (alcoholics without liver diseases; AWLD) 군의 대변 샘플에서 카테콜아민 농도가 높게 관찰되었고, 해당 환자군의 혈액 및 간조직에서도 카테콜아민 신호전달 분자 및 GDF15의 발현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된 것으로 보아, GDF15을 초기 알코올성 간질환 진단 지표 및 치료제로 사용하거나, 후속 연구를 통해 카테콜아민을 생성하는 균주를 동정하여 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 주제 중 하나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간질환 발달 시 신경-면역-대사 축의 역할’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알코올성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지방간염, 간섬유화, 간암 등 간질환의 모든 스펙트럼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님께서 함께 지도해주신 이번 연구처럼, 임상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결과들을 환자에서 검증하고 적용하는 중개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수(bone marrow), 지방 조직(adipose tissue), 장(intestine) 등 다양한 장기들과 간(liver)의 ‘장기 간 상호작용(interorgan crosstalk)’에도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근에 새롭게 제작한 저희 연구실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llr.kaist.ac.kr/index.php).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이 저의 첫 연구 논문(original article)이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따라서 연구를 마무리하고 처음 제출하였을 때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때로는 부족한 점들을 정확히 꼬집는 리뷰 코멘트들로 논문이 거절될 때마다 실망과 좌절감 역시도 크게 느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마무리된 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그 때의 제가 굉장히 교만했던 것 같고, 여러 번 논문을 거절당하면서 저의 교만한 모습들이 조금이나마 깎여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분명히 힘들었던 기간이지만, 연구자로서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논문을 한빛사에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신경-면역-대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작년 11월에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간 학회(AASLD The Liver Meeting)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Poster Debrief 세션에 소개된 4개의 연구 중에 하나로 (기초연구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 연구가 선정되었는데,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위로도 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조심스럽고 저도 아직 잘 못하는 부분이지만, 결과물에 집중하지 않고 연구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계속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 분야는 한 연구의 호흡이 길기 때문에 자칫하면 잘 나오지 않는 실험 결과, 논문 및 수상 실적 등에 얽매이거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울 수 있는데, 그럴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처음 연구를 시작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고 열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 6월에 Yale School of Medicine에 있는 Dr. Vishwa Deep Dixit 연구실에 포스닥으로 조인할 예정입니다. 학위과정동안 간질환을 연구하면서 터득한 것들을 좀 더 넓혀서, 모든 질환의 발병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노화(aging)’의 진행에 중요한 신경-면역-대사 기전을 규명하고, 절대 수명(life span) 뿐만 아니라 건강 수명(health span)을 늘릴 수 있는 타겟들을 동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5년의 학위과정동안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도해 주신 정원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배운 것들을 잘 새겨서 훌륭한 독립연구자로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본 연구를 제안해주시고 공동지도해주신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조언과 도움으로 논문을 훨씬 더 완성된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학위논문 심사위원으로 큰 도움을 주신 김유미, 김은준, 김필한, 한진주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처음 연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한동대학교 도명술, 현창기, 송성규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논문에 필요한 여러 실험들에 도움을 주신 서울대학교 고광표 교수님, 유현주 박사님, 이길재 박사님과 충남대학교 김석환 교수님, KAIST 박종은 교수님, NIH의 Bin Gao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저에게, 오랜 기간 동안 어려울 때는 도움을, 슬플 때는 웃음을 준 LLR 선후배님들 (김소연, 정종민, 최원묵, 김명호, 이준희, 심영리, 양경모, 류담 박사님, 김규래, 최성은, 김민정, 우채린, Katherine, 홍송화, Esther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랩에서 같이 생활하지는 않았지만 졸업 후에도 후배들에게 항상 따뜻한 조언을 건네 주신 변진석, 이현승, 이영선, 서원효, 은혁수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행정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정은영 선생님과 이유민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준 KAIST 의과학대학원 동문들 (이호영, 김소정, 이은형, 신혜미 박사님), 한동대 동문들 (정현이, 하은이, 원식이, 윤아, 연승이, 은지 누나, 근영이 형, 성은이), 교회 식구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음 편하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쏟아 주신 부모님께 존경과 사랑과 감사를 드리고, 항상 기도와 응원으로 정서적인 지지대가 되어 주신 조부모님과 돌아가신 외조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4남매의 든든한 기둥인 형, 사소한 것까지 잘 챙겨 주시는 형수님, 가족행사들 잊지 않고 잘 챙겨주는 희원이, 너무 착하고 고마운 매제와 사랑스러운 시온이 (그리고 둘째 조카),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 희선이, 그리고 소울메이트 영리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마다 함께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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