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예기치 못한 주변의 환경 변화로 인해 생물종이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면, 그 생물은 다양한 적응 기작을 모색하며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에 대응합니다. 이러한 적응 과정에는 생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유용한 형질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되는 것은 버림으로써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외에도 생물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징을 주변 환경에 적절히 맞도록 조절하기도 하고 일부는 개선함으로써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도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식물(원시색소체생물, Archaeplastida)에 속하는 홍조류 중, 고온산성 환경에 서식하는 분류군인 남색홍조류(Cyanidiophyceae)를 대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현존하는 생물이 생육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극한환경에서 발견되는 생물은 대부분의 박테리아나 고세균과 같은 원핵생물입니다. 남색홍조류는 진핵생물로서는 흔치 않게 극한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현재까지 환태평양 조산대(Ring of Fire) 주변과 전 세계의 다양한 화산지대를 그 서식지로 삼고 있습니다.
유전체 기반의 연구는 최근 들어 여러 방법론적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염기서열 시퀀싱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정보 또한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어 진화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학위 과정 동안 관심을 가진 주제는 원핵생물에 비해 더 체계화되어 있는 진핵생물이 과연 극한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응하고 진화가 이루어졌는지 알아보고자 했으며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그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남색홍조류 내에서 각 분류군을 대표할 수 있는 3종을 선별하여 유전체를 신규 해독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극한환경에 적응한 모든 남색홍조류에서 공통적으로 이용된 유전체 진화 기작을 새롭게 규명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분류군 내에서 종 간의 서식 환경 선호도 차이가 어떤 유전적인 요소와 연관되었는지를 제시하고자 했으며, 이를 실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아마 많은 연구자가 경험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또한 이번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남색홍조류는 진핵생물 중에서도 그 크기가 매우 작고(1-10 μm) 같은 분류군 내에서도 종 간의 형태학적 차이가 현미경 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확립된 배양주(strain) 내의 종 간 오염 여부에 대한 검증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한 데이터에서는 가까운 종의 유전체가 섞여 있어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기존에 시도되지 않는 저희 연구실만의 독특한 방법을 고안하여 단일 세포 기반의 배양주를 확립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실험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다른 연구 그룹에서도 같은 남색홍조류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에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으며, 그들의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었을 때는 상심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마무리 지은 지금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발표된 것과 다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소속의 진화유전체학 연구실에서 윤환수 교수님 지도 아래 학위 과정 동안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광합성 진핵생물 내의 특정 종 혹은 분류군이 갖는 특별한 형질 혹은 특징을 대상으로 진화적 관점에서 질문을 제기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유전자 및 유전체 기반으로 비교하여 그 근거를 마련하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거기에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실험 기법을 추가로 활용합니다. 연구실 내에서 대다수가 서로 다른 생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제에 따라서는 각 구성원 간의 분석에 사용하는 방법론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특징으로는 저희 연구실은 연구 특성상 유전체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생물정보학적(bioinformatics) 연구 방식을 기본적으로 활용합니다. 각자의 주제에 따라 추가적인 분자생물학 실험이 동반되기도 하고 강, 저수지, 기수역, 해안가 등의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실험에 필요한 시료를 채집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dry와 wet 연구실의 특징을 모두 갖췄습니다. 따라서 dry와 wet 실험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다는 점과 자연환경에서 생물을 직접 접하면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좌) 남색홍조류 시료를 확보하기 위한 대만의 양명산(陽明山) 지열지대에서의 채집,
(우) 자연환경에서의 남색홍조류와 다양한 생물 군집의 모습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누군가에게는 좁은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사소한 일이나 주제일 수 있겠지만, 저는 새로운 연구 과정들이 흥미롭고 이러한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제가 미지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아낼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몰입하는 동안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제 스스로에 대한 향상심이 연구하는 데에 있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연구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결과를 해석하거나 다양한 논문을 찾아보면서 배움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경험을 통해 독립된 연구자가 되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언젠가 저만의 연구 주제를 찾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재 생명과학 연구의 대부분은 분자생물학을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고, 국내의 대다수의 연구실도 모델 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학부연구생을 하기 전까지는 진화를 공부하거나 다양한 생물종을 대상으로 연구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생명현상과 생물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문을 품는 것이 생명과학 연구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한국진화학회가 창립되었고 그 외에도 조금씩 진화와 생태 분야에 좋은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들이 국내에 부임하고 계시는 추세입니다. 특히 진화유전학 분야의 연구 업적이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진화와 생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점차 주목받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국내외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이 진화나 생태 연구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고, 생명과학의 한 연구 분야로서 더 많은 관심을 두기를 희망합니다.
사진. 한국진화학회 창립총회 (2022년 9월 24일)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식물이나 여러 광합성 진핵생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환경에 대한 적응 기작을 진화적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학위 과정에서 수행하였고 지난 8월에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실제 자연에서는 아직 관찰되지 않거나 생물학적 특징이 밝혀지지 않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앞으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생물의 생명현상을 조사하고, 그중에서도 저는 진핵생물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중점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현재는 유전법칙을 발견한 오스트리아 식물학자 멘델(Gregor J. Mendel)의 업적을 기려 만든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Gregor Mendel Institute (GMI)라는 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의 연구에 후성유전체학적(epigenomics) 관점을 접목해 보고자 새롭게 배우는 중입니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기존의 분석 방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이후 박사후연구원 경험을 통해 차근차근 배워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항상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늘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시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윤환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학부연구생을 계기로 학위를 시작하게 되었고 교수님 덕분에 풍족한 환경에서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연구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좋은 영감을 주었던 모든 선후배 분과 실험실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논문이 나오기까지 함께 고생한 승인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따로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학위 논문을 심사해 주신 성균관대 김승철 교수님과 정재훈 교수님, 이화여대 김은수 교수님과 원용진 교수님, 그리고 연세대 양성욱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양성욱 교수님과 연세대 실험실 분들께서는 지난 1년간 실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시고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셔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학위 과정에서 색다른 주제로 식물의 진화에 관한 연구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포항공대 이영숙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도 여기에 전부 다 이름을 언급하지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고민한 끝에 인터뷰를 작성하게 된 이유인 존경하는 저희 부모님께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연구가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하고 연락도 자주 드리진 못했지만, 항상 묵묵하게 뒤에서 지지 해주신 부모님과 동생, 여자친구 가은이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통해 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조류
#극한환경 적응
#유전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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