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DNA/RNA는 질병의 상태를 결정짓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질병의 발생 및 진행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단백질이 되기까지 여러 종류의 조절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질병의 발생 및 진행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RNA와 함께 단백질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전단백체학 분야는 유전체, 전사체 데이터에 단백체 데이터를 통합함으로써 질병의 발생 및 진행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입니다. 기존에는 유전체, 전사체와 비교 가능한 수준 (유전자 수, 정량값의 무결성/정확성 등)의 단백체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 단백체 데이터 생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질병에 응용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췌장암은 전체 환자 중 대략 10% 정도만 수술적 치료를 통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90% 정도의 환자는 현재의 수술, 항암제 치료 등의 치료방법에 반응하지 않는 질병입니다. 현재까지는 췌장암 환자의 치료가 췌장암 환자가 가진 암 조직의 생물학적 특성 및 치료 반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많은 수의 환자들이 치료 반응성이 없는 항암제를 투여 받으며 신체적, 경제적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150명의 췌장암 환자로부터 암조직과 혈액 시료를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GS) 기반 유전체, 전사체 데이터 및 질량분석 기반 단백체, 인산화 단백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통합 분석하였습니다. 분석을 통해 췌장암 환자가 생물학적/임상적 특성이 서로 다른 6개의 subtype으로 세분화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으며, 이 subtype들을 구분할 수 있는 진단 마커 및 각 subtype에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 타겟 후보들을 새롭게 제시하였습니다. 향후 이에 대한 여러 임상 시험을 통해 췌장암 환자의 정밀한 진단 및 맞춤형 치료 방법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시스템생물학 연구실에서 황대희 교수님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선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등 여러 종류의 오믹스 데이터를 이용하여 생명 현상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질병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에서와 같이 국내외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종류의 생명 시스템 및 질병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여러 종류의 데이터 분석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연구실이라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저희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르다고 느낍니다. 대학원 입학 초기에만 해도 NGS 기술이 국내에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 microarray 기반의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주로 했었는데, 이제는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도 기본 소양처럼 다루게 되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AI 기반 기술이 저희 분야에 적용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4년 이상의 기간 동안에도 데이터 분석 기법들이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이에 따라 새로운 분석 기법들을 찾아보고, 공부하고, 적용해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분야의 발전 흐름을 지속적으로 follow-up 해야 함을 느끼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함을 느낍니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수행된 유전단백체 연구로써 세계적인 우수성을 인정받은 연구라는 점, 췌장암 유전단백체 및 정밀의학 연구 분야에서 landmark가 되는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하신 국내 최고의 연구자분들과 함께 이러한 연구에 주저자로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제 연구가 췌장암 환자들이 지금보다 정밀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전공한 시스템 생물학 분야는 생물학, 전산학, 통계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고루 요구하는 분야입니다. 저는 학부에서 이 분야와 큰 연이 없을 수도 있는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 진학 당시 연구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생명 현상을 시스템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가 생겨 무언가에 홀리듯이 이 분야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분야들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은 있었지만, 어느 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니 초기에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늘 뒤쳐져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들만큼 생물학에 대한 통찰이 깊지도 않고,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들만큼 프로그래밍을 잘 하지도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가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고 계신 지도교수님과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여러 공동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생물학 전공자에게는 전산학적, 통계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해주고, 전산학, 통계학 전공자에게는 생물학적 해석을 제공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그 분야들을 아우르는 지식을 갖고 있을 때 던질 수 있는 독창적인 질문들,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이 있음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상태에서 저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게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해결하고 싶은 연구 질문을 명확히 세우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진다면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의 후속으로 췌장암 환자 subtype 진단을 위한 패널 개발 연구에 관여하고 있으며, 췌장암 외의 다른 암종들에 대해서도 유전단백체 분석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는 정밀의학이 지금보다 정밀해지는 데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금의 분야에서 연구자로서 꾸준히 정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 연구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나서부터 완결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백체 데이터 생산 및 처리를 수행해주신 고려대 이상원 교수님과 연구실분들, 환자 유래 샘플을 수집 및 제공해주신 서울대 의대 장진영 교수님과 연구실분들, 바이오마커 후보 검증을 위한 세포 기반 실험을 수행해주신 서울대 백성희 교수님과 연구실분들, 전임상 orthotopic 췌장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하여 subtype별 특징을 검증하는 실험을 수행해주신 서울대 의대 정기훈 교수님과 연구실분들,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신 박대찬 교수님과 연구실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저의 지도교수님이자 이번 논문 내용을 함께 구상하고 논문과 리뷰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함께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황대희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도움을 주신 다른 연구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또 제가 이러한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가르침과 선한 영향을 주셨던 연구실 선배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한 분이 많고 감사할 일이 많아 한분 한분 언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학계와 산업계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계신 선배님들이 계셔서 참으로 든든합니다. 지금처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좋은 관계를 지속해 나갔으면 합니다. 또 저의 학위 과정 때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며 초심을 되찾게 해주는 연구실 후배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저의 부모님과 모든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영광을 언제나 저와 동행하시는 하나님께 돌려 드립니다.
#Proteogenomics
#Cancer subtypes
#Systems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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