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앞으로 미래에는 식량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했지만 너무나도 막연한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경 오염, 이상 기온 등의 사건들은 정말로 식량 위기가 막연한 일이 아니라 우리 피부에 와닿는, 정말로 직면한 위기임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에 수많은 과학자들과 농업 전문가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농업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아마 뉴스 등을 통해서 많이 들어 보셨을 ‘스마트 팜’도 이러한 기술들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차세대 농업 기술에는 다양한 기술들을 필요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작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들은 동물과 달리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극(물 부족, 상처 발생, 병원균 침입 등)이 발생하면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 화학적 신호의 연쇄 작용을 통해 자신의 발생과 생장 등을 조절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화학적 물질들을 ‘신호전달물질 (signalling molecules)’이라고 부릅니다. 이 신호전달물질은 식물이 처한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역으로 신호전달 물질을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다면 식물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작물 재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호전달물질은 식물 내부에서 미량 생성되기 때문에 이를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 난제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표면증강라만산란 (Surface-Enhanced Raman Scattering, SERS) 분광법을 사용하여 식물 체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호전달물질을 비파괴적이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SERS 분광법은 금속 나노입자 표면에서 분자의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매우 강한 세기로 얻을 수 있는 기술로써, 그 외에 널리 쓰이는 형광이나 IR 분광법에 비해서 신호의 선폭 (bandwitdth)가 좁아, 동시에 여러가지 물질이 섞여 있더라도 각각의 성분을 동시에 분석하는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나노광학센서인 silver bumpy nanoshell (AgNS)에 신호 전달 물질을 유도할 수 있는 폴리머 (PDDA)를 처리하여 식물의 기공을 통해 주입하고, 다양한 스트레스들이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신호전달물질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진균병에 감염된 지 2시간 밖에 되지 않은 밀과 보리에서 자가면역반응(systemic acquired resistance, SAR)과 관련 있는 신호전달물질인 살리실산 (Salicylic Acid, SA)과 세포외 삼인산아데노신 (Extracellular Adenosine Triphosphate, eATP)를 성공적으로 검출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진균병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real-time PCR 기술에 비해 훨씬 빠른 시점에서 조기 진단에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정대홍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노입자 센서를 이용한 SERS 분광학을 기반으로, 식물체 분석, 암 진단, 문화재 소재 분석 등의 분석 연구부터 카이랄 분자의 분광 특성 연구 등의 물리화학 기초 연구까지 폭넓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특징이라면 정말 이런 연구실은 또 어디에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수평적이고 연구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논문에서 진행한 연구도 중간에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해서 고생한 기간이 꽤 길었는데, 옆에서 연구실 선배가 지나가면서 슥 제안해준 방법이 힌트가 되어 단숨에 진척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이라면 저희 연구실이 화학교육과 소속이라 화학 교육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 전공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용해도 실험이나 불꽃반응 실험 정도의 실험 교육 연구만 했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과학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사고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진행하면서 잘 진행이 안되면 힘들 때도 있지만, 뭔가 하나를 더 알아가는 기쁨, 동료와 토론하면서 얻는 즐거움, 가설을 증명하는 순간 등등의 찰나들이 모여서 연구의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연구한 성과들이 논문으로써 발표되거나, 우수 발표로 상을 받게 되면 자부심이나 보람도 생길 때도 있습니다. 다만,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늘 해 주신 말씀처럼 너무 성과나 실패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미덕삼아 앞으로도 정진하려고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실 대학원 진학할 때만 하더라도 제가 이런 분야의 연구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던 kick-off 미팅을 마치고 어땠냐는 옆 동료 학생의 질문에 ‘황금 동앗줄이 내려왔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하느라 고생을 좀 하긴 했어도 그 말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비록 연구를 시작한지 고작 몇 년 밖에 안되었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작물 관련 연구는 앞으로의 인류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어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연구할 소재들도 많고, 주목도도 높기 때문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농림식품기술평가원에서 원예작물의 진균병 조기 진단에 대해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실험했던 밀·보리에 이어서 다른 원예작물까지 확장 및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후에는 작물 이외의 식물에 대해서도 나노바이오센서를 활용한 분석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제 스스로의 미흡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런 저를 늘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지도를 아껴주지 않으신 지도 교수님이신 정대홍 교수님께, 그리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같이 고민해주고 도와준 연구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또 본 연구의 경우 같은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의 곽선영 교수님 연구팀과 함께 공동 연구로 진행하게 되어 시작한 연구 주제였는데, 특히 곽 교수님께서 실험부터 논문작성까지 저희 지도 교수님 못지않게 열렬히 지도해 주셔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곽 교수님께도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신호전달물질
#나노바이오센서
#S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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