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가 살면서 생명의 유지에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관을 하나 뽑으라면 항상 외부와 접촉하며 기체교환(gas exchange)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호흡기관인 ‘폐 (lung)’를 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공해로부터의 피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COVID 19 팬데믹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폐의 중요성 - 즉 호흡(respiration)의 소중함을 더욱더 깊이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생명 및 생존과 직결되는 기체교환이라는 기능성을 획득하기 위해 인간의 폐는 태아 시절 때부터 폐포(alveoli)라는 소기관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보통 발달 22-24주차부터 폐포를 구성하는 폐포세포들(alveolar cells)이 본격적으로 발달 및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 시기에 태어난 미숙아들(preterm baby)은 외부의 적절한 의료적 조치들의 도움으로 생존을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폐는 어떤 발달 과정과 함께 세포 및 분자기적 메커니즘을 거쳐 폐포라는, 다른 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호흡에 특화된 소기관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요? 제 연구의 출발선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다면 22-24주차 보다 더 이른 시기에 태어난 태아의 생존성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발표된 두 논문은, 발달 중인 인간의 폐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발달 단계별로 단일세포 수준(single cell atlas)에서 제시하였고, 이렇게 얻어진 전반적인 발달 과정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 발달 세부시기별 폐 줄기세포(lung progenitor cells)를 오가노이드(organoid)의 형태로 모델링하여 어떻게 폐 줄기세포가 페포세포로 발달 및 분화되는지 관련 메커니즘을 멀티오믹스 기법으로 분석 및 제시한 연구들입니다. 단일세포 전사지도 분석을 통해 총 144개의 종류의 세포가 발달 중인 폐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성체보다 더 많은 수로서 발달 중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전구세포 단계의 상피 및 중간엽세포들이 발달 중인 폐의 원위부(distal region)에서 근위부(proximal region)로 향하는 지역을 따라 다양한 밀도 차이로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림 1).
그림 1. Distal-proximal gradient of epithelial cell types observed in the developing human lungs (doi.org/10.1016/j.cell.2022.11.005).
폐포의 발달은, 나뭇가지가 자라 뻗어 나가며 잎사귀가 자라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끝자락에 존재하는 폐 줄기세포(tip progenitor)부터 근위부로 향하는 줄기상의 상피세포(stalk epithelial cell)를 둘러싸는 근섬유아세포 (myofibroblasts)간의 Wnt signaling을 매개로 하는 상호작용이 폐포세포의 분화 및 분포되는 양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림 2). 이와 더불어, 폐 줄기세포를 모델링한 오가노이드 배양 및 분석를 통해 폐포 분화에 필수적인 전사인자(NKX2.1)를 규명했고, 해당 전사인자의 부분적 결손이 폐포의 기능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Spatiotemporal emergence of alveolar type cells along with conformational changes of myofibroblasts in alveolar niche of the developing human lungs (doi.org/10.1016/j.stem.2022.11.013)
첫번째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 내 Wellcome Sanger Institute 소속의 Sara Teichman 및 Kerstin Meyer 박사 연구팀, 특히 공동 1저자 친구인 Peng He 박사와 현재 미국 Broad Institute로 자리를 옮긴 Dawei Sun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현재 소속중인 케임브리지 대학 내 Gurdon Institute에 있는 여러 연구 동료들(Alex Donovan, Vishal Menon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좁고 한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넓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제 PI인 Emma Rawlins 박사님과, Stem Cell Institute 소속 이주현 박사님, 현재 GIST로 자리를 옮기신 최진욱 박사님과의 대화가 결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역시 연구는 소통과 대화, 협력으로 진행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 앞서 연구의 출발선에서 한 질문에 대한 답을 100% 얻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관심과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연구자들, 그리고 과학에 진심인 분들과 앞으로도 함께 한다면 결국에는 도달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내 Gurdon Institute (https://www.gurdon.cam.ac.uk)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Sir. John Gurdon 교수님의 업적을 기리며 만든 연구소입니다. 참고로 현재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연구소 복도나 엘리베이터, 거리에서 오래된 빛이 바랜 가죽 가방을 들고 출퇴근하는 모습을 뵐 때마다 고개가 숙여지고 과학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점검하게 되는, 존재 자체로 큰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본 연구소에는 “Studying Development to Understand Disease”라는 구호 아래 뛰어난 연구자분들이 초파리, 꼬마선충, 생쥐, 인간 등 정말 다양한 모델시스템을 활용해 발생생물학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초 생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곳입니다. 순수 기초연구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순수한 열정을 통해 어떻게 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인간의 삶의 영역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가감없이 보여주는 기초 생물학 분야의 살아있는 현장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에서 과학에 임하는 연구자들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가짐 또한 매우 뜨겁습니다. IF로 대변되는 논문의 질도 중요하지만, 작은 연구 성과라도 크고 기쁘게 나누며 공유하는 문화가 보기 좋았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앞서 인간의 폐는 폐포라는 다른 체내 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호흡에 특화된 소기관을 발달 시켜 왔습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발생 후 22-24주차 보다 더 이른 시기에 태어난 태아의 생존성도 보장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일부 국가에서는 조심스레 법령을 바꿔야할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인간의 선택에 의해 태아의 생존권이 결정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요? 인권, 여성의 권리, 낙태방지법, 과학과 철학, 사회, 윤리, 법 등 이 모든 개념들이 연결된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가 우리 모두에게 삶에 있어서 원론적인 큰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제 연구에 있어서 큰 원동력과 더불어 지속적인 보람과 자부심으로 작동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일단 분야를 선정하기 전에 본인이 그동안 지녀왔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질문들로부터 후배님들의 연구활동이 최소한 박사과정 또는 포스닥 기간 중 더욱 더 순수하게 깊어지고 스스로도 연구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따라서 본인의 과학적 호기심 또는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을 꼭 해보시고, 원하시는 분야를 선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까지 저는 인간 폐의 발달에 대한 전반적인 전사 및 후생유전학적 기반의 단일세포 수준 지도 제작과 더불어 발달(development) 단계의 폐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하여 어떻게 폐의 폐포화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작은 단서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폐포화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화 및 구체화시키기 위해, 개발한 발달 시기별 오가노이드 플랫폼과 단위세포 수준의 폐 발달 데이터를 활용하여 폐호화에 대한 전사적/후생학적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를 전능성 줄기세포 유래 폐 분화 플랫폼에 접목시켜 보다 범용으로 활용이 가능한 폐 분화 프로토콜을 완성함으로써 여러 폐 감염질병 모델링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또한, 만성 폐 질환 환자의 폐를 이용하여 spatial transcriptomics를 통해 질병 특이적인 세포군을 추려냄으로써 만성폐질환 특이적인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정상 오가노이드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어떻게 만성 폐질환이 유발되고 치료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는 3차원의 복잡한 체내 폐 구조를 오가노이드 기술과 조직공학적인 접근으로 통해 체외에서 구현해내어 이식가능한 3D 폐 구조체를 만들어보는 시도를 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과정 중에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분들과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 과정 속에서 진심으로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의 작은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며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최고의 PI로서의 참모델을 제시해준 Emma Rawlins 박사님과, 2017년 케임브리지에 처음 왔을 때 Lung field에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다양한 조언들과 멘토링을 해 주신 - 지금도 해주시는 이주현 박사님, 그리고 같은 포스닥의 위치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작은 삶의 고충들을 함께 고민해주고, 많은 연구 내용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함께 토의해주었던 현 GIST에 둥지를 트신 최진욱 박사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 포스닥 기간 중 이 세분을 만난 건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연구실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마음을 나눈 동료로서 최고의 연구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을 준, 현재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 중 하나인 하버드/MIT 합작의 Broad Institute로 포스닥을 간 Dawei Sun, 그리고 산업계 쪽에 둥지를 튼 Vishal Menon - “Thanks, guys!”. 그리고 케임브리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식사도 하면서 소소한 기쁨도 나누고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한승민 박사님, 한남식 박사님, 황우창 박사, 염민규 박사 (KAIST), 이선민 박사, 고동휘 박사, 김용희 박사, 이선주 박사,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존재 자체로도 귀한 동료이자 힘입니다. 건국대학교 학생 시절 진정한 과학자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형성하는데 큰 조언과 동기부여를 해주시고 과학자로서 첫발을 딛게 해주신 이훈택 교수님,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던 건국대 홍권호 교수님, 고려대 김종훈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이어주신 한양대 최동호 교수님, 그리고 박사과정 시절 중에 항상 든든하게 도움과 조건 없이 큰 힘이 되어준 선배님들, 양지훈 박사님, 문성환 박사님, 김기표 박사님, 이성호 박사님, 이지형 박사님, 귀하고 든든한 43기 동기 김성민 박사와 황정호 박사, 이주형 박사, 그리고 든든한 후배들, 태환이, 종훈이, 민경이, 성한이, 수영이, 신혜, 효창이, 승찬이, 지혜, 성미, 정현이, 준성이, 순정이, 선인이. 한때 회사에서 큰 멘토이자 친구가 되어준 조대웅 사장님, 김정희 박사님, 진선이 누나, 규형이, 하나, 종래. 모두에게 많은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삶 속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부모님, 서른 중반에 포스닥 가겠다고 귀한 딸 데리고 타지로 와버린 못난 사위를 항상 응원해주시는 장인 장모님, 그리고 먼저 하늘로 간지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아직도 자기 전에 가끔 생각이 나지만 결국은 천국에서 만날 내 친동생 택호 - 하늘에서 계속 지켜 봐주길 -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벌써 결혼한지 5년이 넘어선, 영국이라는 타지에 부족한 남편 따라온, 영혼의 버팀목으로서 옆을 지켜주며 누구보다 고생한 사랑하는 아내 혜련이. 진심으로 고맙고 앞으로도 더욱 더 사랑하겠다는 말 깊이 남깁니다.
Emma Rawlins group photo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학자로서의 길, 묵묵히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 격려와, 지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관련 논문 정보 ]
Cell, VOLUME 185, ISSUE 25, P4841-4860 | https://doi.org/10.1016/j.cell.2022.11.005
A human fetal lung cell atlas uncovers proximal-distal gradients of differentiation and key regulators of epithelial fates
Cell Stem Cell, Available online 8 December 2022 | https://doi.org/10.1016/j.stem.2022.11.013
Organoid modeling of human fetal lung alveolar development reveals mechanisms of cell fate patterning and neonatal respiratory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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