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근래의 연구로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 (microglia)가 분비한 cytokine에 의해 별아교세포 (astrocyte)가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사멸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밝혀졌고 [Nature 2017, 541, 481-487], 이것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들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미세아교세포의 염증과 활성화를 조절하는 물질을 발굴하고, 그 작용기전을 밝힌다면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와 그 기전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저희 실험실에서 구축한 privileged substructure-based diversity-oriented Synthesis(pDOS) 기반 저분자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미세아교세포의 염증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기 위한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을 진행하였습니다. 총 6,000 여 개의 물질을 스크리닝한 결과, 미세아교세포의 염증을 잘 조절하는 300 여 가지의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하였고, 이 중 P23C07이라는 물질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물질은 이번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이신 박종민 교수님께서, 2012년 저희 박승범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박사과정을 진행하시던 중 새로운 표적 단백질 동정 방법인 Fluorescence Difference in Two-Dimensional Gel Electrophoresis (FITGE) 를 개발하시면서 그 표적단백질을 튜불린으로 동정하였던 물질이었습니다 [Angew. Chem. Int. Ed. 2012, 51, 5447-5451]. 튜불린 중합 저해제의 경우 NF-κB와 inflammasome 경로를 조절하여 염증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후자는 NLRP3와 ASC의 이동을 막음으로써 이를 저해하는 것이 밝혀졌으나 [Nat. Immunol. 2013, 14, 454-460], 전자는 그 메커니즘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P23C07을 이용하여 튜불린 중합 저해제가 어떻게 NF-κB 경로를 조절하는지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우선, P23C07의 경우 그 염증 조절 정도가 300 여 가지의 물질 중에서는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었기 때문에, 구조-활성 상관관계 연구 (Structure-Activity Relationship, SAR)를 진행하여 그 활성이 개선된 물질인 SB26019를 발굴하였습니다. 이후 연구를 진행한 결과, SB26019가 콜히친 결합 부위에 결합하여 알파 튜불린 단량체를 증가시키고, 증가한 단량체가 NF-κB와 상호작용을 하여 그 이동을 막아 염증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었습니다. 해당 물질이 신경 염증성 쥐 모델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보임으로써 생체 수준에서의 효과 역시 증명하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튜불린 중합 저해제의 기전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함에 그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라면 본 연구를 제일 처음 목표했던 저널에 서브미션 후, 3개월 반만에 답을 받았는데 메이저 리비젼을 포함하여 총 21개의 실험을 다시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의 기간을 받고 두달만에 모든 실험을 진행하여 리서브미션을 했으나, 일주일만에 리젝을 받았습니다. 모든 실험을 다하고도 리젝을 받았을때는 허망한 느낌이 들었으나, 리뷰어들의 코멘트들을 다시 읽고 전체적인 내용과 전개 방향을 수정하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1/3에서 1/2가량의 figure들을 과감히 삭제하였습니다. 이러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논문이라는 것이 내가 무슨 주장을 할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선 어떤 figure들이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하는지 등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고, 오히려 앞선 리젝 경험이 이러한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 화학부 박승범 교수님의 지도하에 이번 연구와 박사 과정을 수행하였습니다. 저희 화학생물학 연구실에서는 화학적 접근을 통하여 분자수준에서 생명현상을 관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융합 연구를 위해 화학부, 생명과학부, 수의대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친구들이 실험실에 같이 모여서 서로의 전공분야를 기반으로 다양한 의견과 접근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면, 난치성 질환과 연관된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을 위하여 1) pDOS 전략을 이용한 의약 유사 저분자 화합물 합성 및 라이브러리 구축; 2) 생체 내 모니터링을 위한 형광 저분자 물질의 개발과 활용; 3) 표적 및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 시스템의 개발과 생리활성 저분자 화합물의 발굴; 4) 구조-활성 상관관계 연구를 통한 생리활성 저분자 화합물의 효능 최적화; 5) 표적 단백질 동정 기술을 이용한 표적 단백질 규명 등의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과 이를 조절하여 표적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는 저분자 화합물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란 것이 막히면 한없이 막혀서 골머리를 썩이게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는 과정과 연구의 새로운 부분은 밝혀낼 때의 희열은 연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와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젝트가 막히거나 논문이 리젝을 받아 새로운 실험과 수정을 해야 함에도 이러한 과정과 결과물들이 주는 재미가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강한 원동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는 수의학을 전공하였고, 학부기간 동안 수의대의 다양한 실험실을 경험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좀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자 자연과학의 화학생물학 실험실을 경험하고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와 전공이 다르더라도, 그리고 자대자교의 실험실이 아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공부하면 보는 시야와 생각, 그리고 깊이가 달라집니다. 제가 다양한 분야들을 겪어보고, 이전의 제가 우물 안 개구리인걸 깨닫고 지금의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처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넓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며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2월에 박사졸업을 하게 되었는데, 1년 정도는 포닥으로서 기존에 하던 실험들과 논문들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튜불린 중합 저해제의 경우, NF-κB 이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단백질을 건드리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 부분도 좀 더 파고들면 재미있고 좋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엔 다른 선진 연구실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좀더 과학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수의대 출신이던 저에게 자연과학으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박승범 교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언제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 그리고 조언을 해주셨으며, 교수님 덕분에 새로움에 도전하는 과학자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저희 실험실의 선배님이자 공동 교신저자이신 박종민 교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같이 논문 작성 및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실험하며 고생하는 저희 화학생물학 실험실의 합성팀과 바이오팀의 모든 멤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같은 자리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Chemical Biology
#Neuroinflammation
#Tubulin inhib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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