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도롱뇽(axolotl)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도망갑니다. 왜냐면 그들은 잘린 꼬리를 그대로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꼬리를 재생한다’는 말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면 꼬리를 구성하는 뼈, 근육, 신경, 혈관, 피부 등 다양한 조직들이 잘려진 부위로부터 다시 만들어지고, 정확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 기능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유류에는 없는 놀라운 재생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롱뇽, 물고기와 같은 하등 동물이 이렇게 높은 조직 재생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장기가 손상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유도되는 ‘아체 세포(blastema cell)’ 덕분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체 세포는 배반포(blastocyst)로부터 개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발생할 때와 같이 손상된 조직을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체 세포는 손상된 조직에서의 역분화(de-differentiation)에 의해 유도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와 유사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cell)로 리프로그래밍 시킬 때 이용하는 네 가지 유전 인자(Oct4, Sox2, Klf4, c-Myc; OSKM)가 이 과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Christen B. et al., BMC Biol., 2010). 하지만 세포 리프로그래밍과 조직 재생이 공통의 기전을 갖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는 OSKM을 기반으로 한 리프로그래밍 기전 분석을 통해 데스모플라킨(Dsp)이라는 세포간 접합 단백질이 세포 리프로그래밍과 조직 재생에서 공통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습니다. Dsp는 OSKM의 일시적 발현에 의해 유도되는 중간단계세포의 형성 뿐 만 아니라 제브라피쉬의 꼬리 재생 과정에서의 아체 세포 유도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본 연구 논문에서 최초로 발견한 중간단계세포는 iPS cell과는 구분되는 동시에 다양한 세포로 분화 가능한 특성을 갖는 새로운 세포군으로, Dsp의 발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제브라피쉬에서 유도되는 아체 세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 논문은 포유류의 세포 리프로그래밍 과정과 하등 동물의 조직 재생 과정의 공통 기전을 최초로 제시한 연구 결과 입니다. 후속 연구를 통해 Dsp에 의한 중간단계세포 및 아체 세포 유도 기전에 대한 추가 분석과 중간단계세포에 대한 면밀한 특성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선 이번 연구 결과가 포유류에서 퇴화된 조직 재생 능력을 연구하는 좋은 디딤돌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림 1 cellular reprogramming과 tissue regeneration 과정에서의 Dsp 발현에 관한 모식도
최근 들어 in vivo reprogramming, partial reprogramming을 통한 in vivo rejuvenation/regeneration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Ocampo et al., Cell, 2016; Sarkar et al., Nat. commun., 2020; Brommer et al., Nature, 2020; Wang et al., Nat. commun., 2021; Chen et al., Science, 2021).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체내에서 OSKM을 일시적으로 발현시켜 손상된 혹은 노화된 조직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아직 그 기전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이 연구에 거액의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는 Google의 투자를 받는 Calico 연구소와 Amazon을 창립한 Jeff Bezos로부터 투자 받아 설립된 Altos lab이 있습니다. 특히 Altos lab의 경우 in vivo reprogramming 분야의 대가인 Juan Carlos Izpisua Belmonte와 Manuel Serrano, iPS cell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한 Shinya Yamanaka, 그리고 크리스퍼 기술로 노벨상을 받은 Jennifer Doudna가 학술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막대한 자본 및 인적 자원 투자로 in vivo reprogramming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in vitro에서의 partial reprogramming과 조직 재생의 공통 기전을 규명한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in vivo에서의 partial reprogramming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김장환 박사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생명과학 전반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기관으로 우수한 박사급 인력 및 인프라를 갖춘 정부출연연구원 입니다. 저희 연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연구실 간의 협업이 매우 활발하며 최신의 장비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이러한 장점 덕분에 저에게는 생소했던 제브라피쉬라는 모델 동물에서의 재생 연구를 이정수 박사님 연구팀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되었던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는 줄기세포라는 큰 틀 안에서 뇌, 장, 간, 심장, 암 등 다양한 조직을 연구하는 훌륭한 박사님들이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그룹은 뇌에 존재하는 신경줄기세포에 관심이 있으며, 직접교차분화를 통해 제작된 dopaminergic progenitor를 파킨슨씨 병의 근본적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로 개발하는 응용 연구와 신경줄기세포로의 직접교차분화 기전에 관한 기초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소개된 중간단계세포는 새로운 개념의 재생 의학적 원천기술 개발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어 과기정통부 ‘2022 혁신도전프로젝트’ 연구 테마로 선정되었으며, ‘만능성 인자를 이용한 직접교차분화기술’ 및 ‘신규한 만능성 세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개방형 창업 기업인 ㈜리제너스로 기술이전 되어 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김장환 박사님 연구팀,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이정수 박사님 연구팀, 그리고 포항공과대학교 김종경 교수님 연구팀의 긴밀한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연구팀을 포함해 이 논문에는 총 23분의 저자 분들이 계십니다. 저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연구가 이 분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2014년에 대학원에 입학해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한 후 마무리 짓는데 9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늦게나마 저의 연구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보람됩니다.
그림 2 Desmosome 구성 단백질로 염색한 후 confocal로 촬영한 중간단계세포
본 연구에서 최초로 발견한 ‘중간단계세포’는 그 모양이 죽어나가는 세포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iPS cell 리프로그래밍 기술이 발표되고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세포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세포들이 그저 리프로그래밍 과정 동안 죽어나가는 세포들일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Dsp의 발현을 저해하였을 때 이 세포들이 관찰되지 않는 것을 보고 ‘혹시 이 세포가 중간단계세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세포가 죽은 세포가 아닌 살아있는 세포이고, 리프로그래밍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단계세포라는 것을 밝혀내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합리적 의심과 비판을 받으며 내 가설이 틀린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고, 저의 가설을 결과로 증명하였습니다. 이 때 느낀 쾌감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진정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 논문이 출판되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학위를 진행했던 7년, 그리고 박사를 취득한 후 2년의 기간입니다. 처음 이 논문의 draft를 완성했을 때가 2017년입니다. 그리고 3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논문을 수정하였고, 그 중 1년은 매주 지도 교수님과 논문 수정 미팅을 진행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처음으로 논문을 투고하였고, 2년간 reject과 submit을 반복하다 2022년에 첫 revision을 받았습니다. Draft 작성부터 revision까지 어느 한 순간도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고단했던 시간이었고, 끝없는 터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조금 늦더라도 결승선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있다 생각 되는 학생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럴 때 마다 Bric에 들어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 받고, 한빛사 인터뷰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한빛사 논문을 내고 싶다는 꿈을 키워 나갔습니다. 특히 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힘들었던 시절,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 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받았던 것이 큰 힘이 되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치고, 힘들고, 불안하고, 그래서 매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조금만 더 견뎌 내시기를 빕니다. 저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부디 저의 경험이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올해 3월에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으로 옮겨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의 부연구단장님이신 구본경 박사님은 유럽에서의 10여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IBS 본원에 세계적 수준의 ‘Research Playground’를 조성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런 부단장님 곁에서 유럽의 연구 시스템을 배우고, 학생이 아닌 연구자로서의 경험들을 쌓아 나가고자 합니다. 분에 넘치는 좋은 기회를 얻어 해야할 일도, 공부해야 할 것들도 많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차근차근 하나씩 헤쳐 나가며 좋은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본받을 점이 많은 훌륭하고 멋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연구 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지난 8년의 시간 동안 곁에서 지도해 주시며 제가 연구자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신 김장환 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박사님을 지도 교수님으로 만나고, 이 연구를 제 학위 주제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앞으로는 박사님의 좋은 동료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구본경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직 시기와 revision 시기가 겹쳐서 새로운 연구에 100%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이 논문이 무사히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쳐있던 저를 믿어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김종경 교수님, 이정수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두 분 덕분에 제 연구 경험이 넓어 질 수 있었고, 두 분과 함께 연구를 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동 1저자인 김범석 선생님, 선생님과의 discussion 덕분에 single cell RNA sequencing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졸업 축하 드립니다! 이 외에도 single cell RNA sequencing 초기 분석을 함께 진행하고 논문의 방향성에 대해 좋은 코멘트를 해주신 민병국 박사님, Zebrafish 조직 재생에서의 Dsp 기능 연구를 도와준 주현씨 그리고 이재근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학위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고 응원해준, 이제는 모두 박사가 되어버린 예슬이, 나금이, 광보오빠, 윤희언니, 병국형부 그리고 저의 두번째 지도 교수님과 같은 권오만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 그리고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랑하는 내 친구 원경이, 혜진이, 지은이, 아라 그리고 내 친구들의 든든한 단짝이 되어준 상우씨, 수혁오빠, 태욱오빠, 동호오빠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 덕분에 잘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나가요!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를 믿어주고, 저의 성공 보다 행복을 바라시는 엄마, 아빠. 바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사랑하고 또 존경합니다. 부족한 며느리를 늘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는 시부모님, 내동생 현준이, 그리고 언제나 내편인 든든한 선배 연구자이면서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 민형 오빠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The only way to do a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Steve Jobs” 책상 위에 붙여 놓고 학위 과정 동안 매일 같이 들여다 본 문구 입니다. 이 문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제 연구를 사랑했고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가 하는 연구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것이며, 그 끝에는 멋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이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며 행복하고, 그 끝에 좋은 성취를 얻기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Stem Cell
#Reprogramming
#Re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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