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G 단백질 결합 수용체 (GPCR) family 는 세포 외부의 변화를 인지하여 세포가 그 변화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세포신호전달을 개시하는 세포막에 위치한 수용체입니다. GPCR 매개의 신호전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는 MAPK-ERK 신호전달과정으로 세포의 성장, 분화 그리고 사멸을 조절하는 주된 조절자 입니다. 이 신호전달과정은 약 30여년 전부터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져 왔으며,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에는 GPCR 신호전달은 ‘세포막에서 시작이 되며 특히 b-arrestin 이라는 GPCR 신호전달 관련 단백질에 의해서 조절된다’ 라는 모델이 적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들의 발달과 수많은 추가 연구들의 결과, 이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연구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실제로 GPCR 매개의 MAPK-ERK 신호전달의 작동 모델은 학계에서 굉장히 논란이 많은 주제 입니다.
이 논란의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생화학적 방법을 통한 세포 신호전달 연구의 한계점인 세포 내 ‘위치’ 정보에 대한 결손 을 들 수 있습니다. GPCR 신호전달에 참여하는 모든 단백질들은 실제 세포 내의 다양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단백질이라도 그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동역학적 활성 기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포 내 위치, 즉 신호전달의 공간적인 구성을 직접적으로 가시화 할 수 있다면 훨씬 포괄적으로 실제 세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호전달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팀은 이를 위해 살아있는 세포 내의 ERK 활성도를 세포내 다양한 위치에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 센서를 개발하였고, 그것을 응용하여 GPCR 매개의 ERK 활성과정을 세포내 다양한 위치 (세포질, 세포막, 엔도솜 그리고 핵)에서 각각 측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과서에 나오는 모델과는 다르게, GPCR 매개의 ERK 활성은 엔도솜으로부터 시작되며, 그것이 유기적인 공간적 구성에 의해 핵 내부 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로 저희는 세포가 능동적인 수송방법을 이용하여 GPCR을 세포막으로 부터 그것이 활동하기 더 용이한 핵주변으로 그 위치로 옮겨 주는 방법을 택하여 신호전달을 조절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로 저희는 GPCR 매개의 ERK 신호전달 과정에 있어서 세포내 ‘위치’ 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증명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곧 아직까지도 우리는 GPCR 의 신호 전달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 하기도 합니다. 향후 더 많은 연구결과들을 통해 이러한 지식의 간극을 줄여 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함에 있어서 아직도 잊지 못하는 한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새롭게 개발한 나노바디를 이용해서 그 효과를 처음으로 측정하는 날이었는데, 그날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어마무시한 ERK 의 활성도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논문의 Fig 2d 실험 이었는데요, 세포가 마치 제게 이 프로젝트에 올인 하라는 *Private conversation 을 걸어 오는듯 했죠. (*저희 연구실에는 GFP 의 발견과 응용으로 노벨상을 받은 Roger Tsien 교수님이 평소 하신 말씀 중 한가지가 마치 교훈처럼 있는데요, “바이오 센서 이미징은 세포와의 private conversation ” 이 바로 그것 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본 후, 바로 일주일 뒤에 미국이 팬더믹으로 인해서 연구실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폐쇄해 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PI 의 배려로 필수인력으로 분류되어 쉬지 않고 연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연구실 출입 시간이 제한적인 상황 이었기에, 진행 중 이었던 다른 몇가지 프로젝트들을 홀드 하고 이 프로젝트에만 오롯이 집중을 할 수 있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하여, 어찌 보면 위기가 기회로 바뀐 것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는 미국 내에서도 굉장히 안전하고 온화한 기후를 가진 남캘리포니아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비교적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인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역사적인 문화들이 공존하는 곳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연구를 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기 좋은 곳 중 하나 입니다. 특히 제가 소속 되어있는 Department of Pharmacology 에는 굉장히 많은 교수진들이 GPCR 을 연구하고 있고, 동시에 제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실 처럼 다양한 종류의 툴을 개발 하는 교수진들이 있으며, 내부에서 협업이 활발하여 그 시너지가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캠퍼스 주변 10분 거리 내로는 Salk, Scripps 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와 다양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연구소들이 위치하여 협업 연구 및 다양한 인더스트리와의 소통 기회가 있기에 그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시는 모든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실험 결과 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저의 작은 기여가 이후 큰 변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제 일을 진행 해 나가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특히 요즘에는 제 연구에만 몰두해 있기 보다는 연구실의 주니어들을 멘토링 해 주면서 거기서 얻는 보람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가까운 미래가 생각대로 잘 흘러 가지 않을 때가 ‘많겠지만’ 본인의 연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 한다면 언젠가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연구 또한 사람이 하는 일 이기에, 동료 들과의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가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신호전달과정에서 공간적 구성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되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가 연구실을 열고 이 분야의 연구를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이자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굉장히 긍정적이고 서포티브한 Jin Zhang 교수님, 그리고 하나의 데이터를 보여 드리면 수백 가지 가능성을 조언 해 주시는 Roger Sunahara 교수님과 Silvio Gutkind 교수님, 그리고 Jin Zhang 교수님 연구실의 모든 멤버들 덕분에 이 연구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학생으로 받아 주시고 과학적으로 성장하는데 믿음과 도움을 주신 포항공대 신호전달 실험실의 류성호 교수님, 서판길 교수님, 그리고 서울대 이남기 교수님과 이미징팀 맴버들, 자랑스러운 신호전달 실험실 동문 선후배님들, 포항공대 11학번 동기들과 PBC 모임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포항에서 지낸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포항에서의 박사과정과 미국에서의 박사후과정을 모두 함께 해 나가며 서로 의지 할 수 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본인이 원해 왔던 인더스트리에서 빛을 내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 안나래 박사, 그리고 너무나도 씩씩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사랑하는 딸 이현이에게 감사합니다. 또한, 박사과정 학생 때 아무것도 없는 저를 믿고 서포트 해 주신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평심가 가족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존재 자체 만으로 든든한 동생 용석이와 한림이 가족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그리고 제 마음 속에서 항상 저를 지켜 주시는 사랑하는 아버지께 이번에 제가 꽤나 괜찮은 일을 해낸 것 같다고 자랑을 하고 싶습니다.
#GPCR
#Biosensor
#Micros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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