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식물병원성 곰팡이인 벼 도열병균 (Magnaporthe oryzae)은 벼를 가해하는 병원균으로 전세계적으로 벼를 재배하는 곳 어디에서나 전 생육기에 걸쳐 발병하여 안정적인 벼 생산에 가장 큰 위협을 주는 요인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76-78년에 대발생하여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준 바 있으며 최근 한국뿐 아니라 벼를 생산하는 아시아 각국과 미국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안정적인 쌀 생산에 손실을 입히고 있습니다. 도열병균이 병을 일으키는 기작을 밝혀내고 기주 식물인 벼와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여 벼 도열병균에 의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제법을 마련하는 것이 벼 도열병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최근에는 기주인 벼와 병원균인 벼 도열병균의 유전체서열이 밝혀졌으며 분자생물학적, 세포생물학적 기법들을 적용하기 쉽기 때문에 식물과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모델로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도열병균의 분비기작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식물병원세균의 경우 Type III secretion system 이라는 특이적인 분비구조와 이를 통해 분비되는 이펙터(effector) 들이 병 발생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많이 알려져 있었으나, 벼 도열병균과 같은 식물병원곰팡이의 경우는 매우 적은 수의 이펙터들만이 알려져 있고 이들의 분비기작에 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였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벼 도열병균에서도 다른 진핵생물처럼 잘 보존된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ER)를 통한 분비기작이 존재하며 소포체 내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샤페론 단백질인 LHS1의 기능이 이러한 분비 과정에 매우 중요함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LHS1 유전자의 이러한 기능이 벼 도열병균의 무성생식 발달 단계와 식물체 내에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식물이 병원균을 인식하고 반응하는데에도 LHS1에 의한 이펙터 분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식물병원성곰팡이의 이펙터에 관한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생각합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논문을 출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완성본을 제출한 것이 지난 2007년 10월이었고 그 후 두 번이나 재제출한 후 얼마 전 2009년 새해가 되어서 마침내 게재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사학위를 위해 조바심 내며 몇 번이나 다른 저널로 우회하려 했던 저에게 계속 용기를 주시며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주셨던 저의 스승이신 이용환 선생님께 누구보다 감사드립니다. 재제출을 위한 보충 실험들과 논의들에 대해 많은 도움말씀과 재료들을 제공해 주시고 이 연구과제에 참여해주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강석찬 교수님과, 캔사스 주립대학의 Barbara Valent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난 2005년 교환학생으로 캔자스 주립대학에 갔을 때 Valent 교수님을 통해 ER이라는 소기관에 새로이 주목하게 되었고 그 후 한국에 돌아 와서 진행한 연구에서 ER에 존재하는 샤페론들에 더욱 관심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에 걸친 revision 과정에서 논의를 강화시키기 위한 추가실험들이 진행되었는데 이를 위해 건국대학교 안중훈 선생님과 박사후연구원으로 계셨던 김양선 박사님께 꼭 필요한 실험법들을 배우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비록 여러 번의 시행착오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논문이 점점 더 다듬어져서 더욱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가족처럼 챙겨주시는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선배님, 후배님들 덕분에 조금씩 성숙한 과학자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 연구는 제 학위논문의 첫 번째 장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이 논문의 교신저자이신 이용환 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생명공학부 식물미생물전공 식물균병학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식물균병학연구실(Fungal Plant Pathology Lab)은 크게 생물학적 실험을 담당하는 식물균병학실험실과,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담당하는 곰팡이생물정보학실험실(Fungal Bioinformatics Lab), 다양한 곰팡이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식물병원성곰팡이유전자원은행(Center for Fungal Genetic Resources)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곰팡이병원성센터(Center for Fungal Pathogenesis)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용환 선생님과 함께 많은 훌륭한 선배님, 후배님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며 왕성한 저작활동으로 좋은 저널에 여러 논문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식물균병학연구실에서는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여러 곰팡이병원균과 그들에 의한 식물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벼(Oryzae sativa)와 벼 도열병균(Magnaporthe oryzae)을 모델로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 년간은 벼 도열병균이 어떻게 병을 내는지 밝혀내기 위해 식물 병원성 곰팡이의 특이적 침입구조인 부착기(appressorium) 형성관련 신호전달체계에 관한 연구들이 수행되었고 집단유전학 수준에서 벼 도열병균의 변이를 살펴보는 연구 또한 이루어 졌습니다. 벼와 벼 도열병균의 유전체 서열이 밝혀진 이후 이러한 연구는 더욱 가속화되어 유전체 수준에서 병원성 인자들을 밝히기 위해 2만 여 개의 변이체 도서관 (mutant library)를 확보하고 개개의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한편, 특정 유전자군의 결손형질전환체를 이용한 기능유전체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주인 벼에 대해서는 병원균에 대한 방어메커니즘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애기장대(Arabidopsis)와 벼 도열병과의 상호작용 또한 함께 비교연구되고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며 또한 여러 유전체 수준의 연구들을 지원하기 위해 생물정보학적 접근 및 연구활동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균병학연구실 홈페이지 http://www.riceblast.snu.ac.kr/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2002년 대학원생활을 시작해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2008년에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일매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냈습니다. 실험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많이 좌절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바라던 결과를 얻거나 흥미로운 관찰을 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에 다시 또 그렇게 연구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듯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소중한 작물인 벼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고, 아직은 더욱 많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조금씩 벼 도열병균을 이해해가면서 벼 도열병의 획기적인 방제에 응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식물병원균을 연구하는 세계 어느 연구실과 견주어도 지지 않는 연구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것과 존경하는 선생님, 배울 점이 참 많았던 실험실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이용환 교수님을 비롯한 실험실원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결실을 맺어 식물균병학연구실에서 진행된 연구과제들이 속속 좋은 저널들에 훌륭한 연구결과들로 발표되어 한국의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얼마 전에야 졸업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고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아, 저부터 더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런 조언을 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진로에 관한 고민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먼저 전하면서 말문을 열어봅니다. 후배님들께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신중히 잘 생각해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긴 안목으로 꾸준히 열심히 연구활동에 매진하는 것만이 처음의 그 결심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공부를 하느냐 보다는 어디에서건 모든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고, 자신의 결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기가 빠르건 늦건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동안 대부분의 노력과 시간을 연구에 들여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좋은 연구 결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시간도 많지만 고대하던 결과를 얻었을 때 희열을 느끼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즐길 수 있다면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자신도 힘든 순간에는 자주 잊어버리긴 하지만 긍정적인 기운이 다른 긍정적인 기운들을 불러모은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고 최대한 생생하게 자신의 꿈을 그리면서 노력하면 결국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난해 9월부터 박사후연구원으로 캔사스 주립대학 Barbara Valent 교수님의 Fungal Molecular Genetics Lab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세포생물학적 접근법으로 벼 도열병균의 감염단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들을 추적하고 식물체 내에서의 벼 도열병균 감염기작을 밝히는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벼 도열병을 이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멀리서 하루하루 염려와 걱정으로 지켜봐 주시느라 힘드셨을 저의 영원한 정신적 안식처이자 사랑하는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 곁에서 저의 부족함까지 채워왔고 지금은 제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챙겨주는 동생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렇게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이 정말 행복한 순간이지만 한편으로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상이라는 말씀 떠올리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Received for article March 12,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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