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조현병(Schizophrenia)은 망상, 환각, 비논리적 언행, 정서적 둔화, 사회적 관계의 결여 및 다양한 인지기능 장애(학습과 기억 그리고 판단력 저하)를 수반하는 주요 정신질환 중의 하나로, 환자 비율이 전 세계인구의 1%에 해당하며, 한국인의 정신질환 부담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정신질환입니다. 기존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로 알려진 바 있으나, 최근에 ‘조현병’으로 개칭되었습니다. 조현병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배경과 환경 요인이 있으나, 유전적 원인이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며, 특히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이른 시기의 뇌 발생 (Brain development) 과정의 이상이 조현병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신경발생학적 가설도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인간 유전체학적 접근방식의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를 통하여 새로운 유전자가 많이 발굴되었으며, 여러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Mouse를 이용한 세포/조직 및 동물행동실험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RNA-seq을 이용한 Transcriptomics 변화의 심층적 분석, Human stem cell 또는 환자유래 세포를 이용한 neuron 및 organoid를 활용한 연구 등의 기술적 접근이 더해져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성과도 이러한 GWAS에서 조현병의 새로운 관련 유전자로써 대두된 MAD1L1 (Mitotic Arrest Deficient-1 Like 1) 이 신경발생 과정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새롭게 조명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처음 시작하기 위해 여러 유전자들 가운데 연구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MAD1L1이라는 유전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MAD1L1은 수많은 GWAS 논문에서 조현병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되었습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MAD1L1 이라는 유전자 명칭에서도 나타나듯, 기존에 알려진 기능은 MAD1L1 유전자 산물인 MAD1 단백질이 세포분열 중기의 방추사(Mitotic spindle) 결합과정 및 염색체 이동을 조절하는 것이며, 신경계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밝혀진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뇌를 구조적/기능적으로 구성하는 신경세포(neuron)는 일반적으로 매우 이른 초기발달 시기에 분열을 마치고 평생 분열하지 않는 세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MAD1이 신경세포에서는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겠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에 착안하여 본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연구진은 MAD1은 분열하지 않는 신경세포 내에서 주로 골지체(Golgi apparatus)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침을 통해, 신경세포의 이동과 성장을 조절하여 초기 뇌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저희가 새롭게 발굴한 상호작용 단백질인 KIFC3 (Kinesin family member C3) 와 협동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은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소속된 분자신경의학 연구실입니다. 지도교수이자 연구책임자로 계신 박상기 교수님의 지도 하에, 지난 16년간 많은 졸업생 및 우수한 연구성과를 배출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정신의학(Psychiatry), 그 중에서도 특히 조현병(Schizophrenia)과 관련된 신경세포 내 분자적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 주된 분야였으며, 최근에는 연구 범위를 더 확장하여 신경세포 내의 세포소기관 (ER, Mitochondria)의 구조 및 기능을 정신질환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여러 정신질환 유전인자들이 병리기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고성능 Confocal 현미경, 동물행동실험 장비, Organoid culture, RNA-seq 기반 Meta-data analysis 등 연구에 필요한 기반 자원 및 기술적 토대가 잘 조성되어, 대학원생 및 박사 후 연구원분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처음 대학원에 진학하였을 때는 거의 아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학부 시절 교과서에서 배우던 단편적이고 완결된 지식과, 실제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교수님 및 선배들로부터의 조언과 채찍질을 기반으로, 논문 공부 및 세미나 참석, 여러 실험과 데이터를 접하는 시행착오 과정 속에서 성장해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학창시절 성적이 꾸준히 일직선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오르듯, 연구역량의 발전도 이와 같이 이루어짐을 발견하였으며, 평소의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연구의 성과를 직접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희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습니다. 이전의 삶에서 경험했던 것과 다르게, 연구는 하나를 얻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수십배는 더 드는 것 같고, 실험과 프로젝트 고민은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잘 이겨내고 결실을 맺을 때, 연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크나큰 기쁨과 행복이 주어진다는 것이 바로 연구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첫째, 학부 과정에서 연구참여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제가 초기에 진학하였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막연함’이었습니다. 따라서 주요한 실험방법 및 가설 확인을 연구로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를 미리 체험해보며, 연구 분야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둘째, 대학원 진학 후에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자발성과 진취성을 갖고 임하길 추천합니다. 대학원의 목적, 박사과정 양성의 목적은 Independent researcher를 길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고, 또한 본인만의 확고한 아이디어나 방향성이 생길 때, 이를 지도교수님 및 주변의 선후배와 함께 상의하여, 진취적이고 본인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본인이 프로젝트의 주인이 되어야만 연구 주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에도 주저앉지 않고 문제를 돌파해 나가기 위한 책임감, 의지력, 그리고 통찰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수행한 프로젝트는 MAD1L1 이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신경계에서 처음으로 조명했기 때문에, 많은 후속연구 주제들이 생길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으로 Brain 특이적으로 유전자의 결핍을 유발하고, 이것이 실제 동물 (Mouse) 수준에서 일으키는 뇌구조의 변화, 신경세포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 그리고 뇌기능과 행동양상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뒷받침하고 확장하기 위해 여러 유전자들의 Transcriptome 변화를 살피고, 어떤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함을 통해 좀 더 심층적인 분자적 메커니즘을 발굴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부족한 저에게 한빛사 인터뷰 기회의 영광이 주어진 것을 매우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를 이토록 성장시켜 주시고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인 박상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성과는 함께한 모두가 이루어 낸 결실이라고 믿으며, 함께해 주신 연구실 선/후배 및 동료들, 여러 교수님들과 기쁨과 감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현병
#신경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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