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후각은 대단히 원초적인 감각입니다. 대부분에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이 감각은 세균에서부터 인간까지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감각입니다. 2004년 Linda Buck과 Richard Axel이 후각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후각이라는 감각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불필요한 감각이라고 과소평가되기도 하지만, 유전자 결핍으로 후각이 완전히 소실된 포유류는 어미 젖의 위치를 찾지 못해서 대부분 어린 시절 죽게 됩니다. 인간의 아기의 경우도 시각은 생후 6개월은 지나야 완성되는 반면 후각은 태어날 때부터 예민한 상태로 태어납니다. 이렇게 생존에 필수적인 후각이 최근에는 다방면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후각 상실증이 많이 주목받기도 하였으며, 치매와 후각과의 관계도 최근 관심있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또 인공 후각 센서를 통한 각종 질병의 진단 기술 또한 발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더욱이 냄새 물질을 감지하는 후각 수용체는 코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체내 여러 기관에서 기능한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습니다. 다른 조직에 분포하는 후각 수용체를 이소성 후각 수용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피부, 기관지, 위장관 등의 수많은 조직에서 특정 물질을 인식하고 생체 여러 기능을 조절합니다. 이러한 이소성 후각 수용체들은 약물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각 수용체를 통한 신호가 어떻게 뇌까지 전달되고 조절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과거 알려진 전통적인 메커니즘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는 후각 수용체를 통한 후각 신호의 전달과 증폭에 대한 새로운 경로를 제시합니다. 저는 세포막에 발현한 중요한 단백질인 이온 채널을 연구하는 연구자로, 처음부터 후각이라는 감각을 연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관심있게 연구하던 이온 채널이 결핍된 생쥐를 관찰하던 중, 정상 쥐에 비해 후각 능력이 감소된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어 시작한 연구가 현재 논문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연구하며 본 내용이 인정받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변의 많은 도움과 오우택 교수님의 지도에 이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에서 본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학위과정 지도교수님이시자 뇌과학 연구소 전 소장을 맡으신 오우택 박사님의 지도와 응원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KIST 뇌과학연구소에는 각종 신경과학 전문 분야의 박사님들이 두루 계셔 연구를 진행하면서 함께 논의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살아있는 생쥐의 뇌에서 in vivo 형광이미징을 통해서 신호를 측정해보기도 하고, 인체 조직 샘플에서도 ANO9의 발현을 확인하는 등 좋은 연구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박사님들과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논문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그동안의 학위 과정과 Post-doc과정은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연구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들어온 이 컴컴하던 길을 촛불을 들고 한발짝 한발짝 걸어오면서 제가 찾고 싶은 과학의 길 위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후각을 비롯한 각종 감각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모든 것들이 연구주제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사소한 현상들에 대해 왜? 라는 질문을 던질 때 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학위과정 중에 긴 시간 연구하던 주제와 같은 내용의 논문이 다른 해외 유명 연구단에서 먼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결과들을 포기해야 했고, 새로운 주제로 다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연구를 포기하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그 때 이 길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 다행으로 느껴지고, 과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배운 경험들로 계속해서 체내 여러 생리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즐거운 이 학문을 꾸준히 좇아가보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대학원 생활이 만만한 과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설과 다른 실험 결과들로 수없이 실망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포기하고 새로운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도 합니다. 주변 동료 박사님들을 봐도 아무 난관도 없이 신나게 연구하고 논문 쓰고 학위 수여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긴 고난의 시간 동안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너무 낙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미 없게 느껴지는 그 고난의 시간들을 통해 저 역시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조금은 성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post-doc 생활을 시작한 뒤에 학위 과정 때 보다 힘들었던 연구가 더 즐거워지고 흥미롭게 과학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과학자로써 수련 받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녹타민이라는 유전자가 2008년 오우택 박사님에 의해 밝혀진 이후에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아녹타민 동족체 중 그 기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번 논문에서 ANO9 (Anoctamin 9)이라는 단백질이 후각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 채널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조직에서도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또 아직 그 기능과 역할이 많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아녹타민 동족체에 대한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온 채널은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신호 전달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만큼, 이번 연구를 하면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한 질병에만 국한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온 채널을 다양한 생리 현상에 접목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항상 가르침을 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오우택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연구를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신 우리 실험실 동료들과 KIST 많은 박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와 준섭이, 멀리서 우리 가족을 항상 응원해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항상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항상 제 모든 것을 응원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 혜수에게 감사드리며 곧 태어날 우리 아기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욱 정진하여 좋은 연구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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