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불안은 발병률이나 공병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지만 환자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해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에서 추진해온 Research Domain Criteria (RDoC)은 뇌신경과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불안을 포함한 여러 정신병리의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지향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사이의 연결은 불안의 대표적인 뇌신경과학적 토대로 꼽힙니다. 공포 학습과 소거, 정서조절과 관련해서도 이 특정 회로는 자주 언급됩니다.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사이의 구조적인 연결성을 측정함에 있어서 전통적으로는 diffusion imaging을 사용해 계산하는 백질 다발의 fractional anisotropy, FA값을 활용해왔습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편도체-전전두피질의 구조적 강도가 낮으면 불안 증상이 높은 양상이 확인되어왔으나 이러한 상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들도 존재합니다.
한편, 이러한 연구들에서 구조적 연결성을 계산할 때에는 편도체-전전두피질 백질 다발의 FA값 평균을 계산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다른 형질은 무시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분석을 하던 도중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에도 각각 기능이 구별되는 하위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백질 다발의 연결 형질 또한 불안의 개인차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mily Finn의 Inter-subject Representational Similarity Analysis (IS-RSA) 프레임워크 및 slice-level thresholding을 사용하고 canvas space라는 개념을 도입해 개인마다 다른 백질 형질을 분석한 결과, 불안이 낮은 개인들의 편도체-전전두피질 백질 다발은 유사한 형질을 가지고 있지만 불안이 높은 개인들의 편도체-전전두피질 백질 다발은 각기 다른 형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상을 발견한 것은 기존의 일변량 상관관계를 보완해 불안의 개인차를 더욱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다변량 프레임워크를 구축해나가는 데에 기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분석 프레임워크]
편도체-전전두피질의 구조적 연결성에 있어서 전문가이신 김민우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두어 분야의 동향을 생생하고 꼼꼼하게 배울 수 있었던 점, 기존의 방법론에 의문을 가져 고민하던 도중 우연히 보게 된 Emily Finn의 강연에서 IS-RSA 프레임워크를 알게 된 점, 그리고 공통의 캔버스 위에 각 개인의 서로 다른 백질 다발을 그려서 형질을 비교한다는 개념으로 canvas space 아이디어를 우연히 떠올린 점 등 여러가지 지점들이 운 좋게 맞아떨어져 나온 연구였습니다. 뇌영상에는 여전히 무수히 많은 탐색의 방향성이 있고, 그 안에는 다양한 정신병리를 더욱 정확하게 짚어낼 방법이 있다고 믿게 되는 연구였기에 결과가 더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전통을 보완하면서 계속 발전할 정서 및 임상신경과학 분야에서 저 또한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성균관대 심리학과 Human Affective Neuroscience (HumAN) 랩 (PI: 김민우 교수님)은 2020년에 만들어진 신생 연구실이고, 그에 걸맞게 활기차고 도전적인 느낌이 가득합니다. 놀람 표정 자극에 존재하는 불확실한 정서 단서를 인간이 처리하는 과정, 정서 처리를 위해 편도체가 뇌 내부의 다른 구조물들 뿐만 아니라 외부적 맥락에서부터 정보를 받는 과정, 편도체-전전두피질 연결과 불안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개인내 원리 및 개인차 연구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도 전통적인 인지신경과학 실험들 뿐만 아니라 naturalistic stimuli를 사용하거나 multi-modal whole-brain connectome 및 multi-site open-source data를 도입해 더욱 타당하고 신뢰로운 과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s://www.affectiveneurosciencelab.com/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정서신경과학은 전통적인 심리학과 신경과학 사이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때문에 입지를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학계의 연구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만큼 새롭고 신선한 발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그 일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은 근본적인 철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 더해 인간의 정신건강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하면서 불확실함이 상시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유의미한 것들이 사금처럼 발견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이 분야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여전히 석사 신분이기에 긴 호흡의 커리어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진학한지 오래 되지 않은 만큼 바로 뒤이어 오시는 분들이나 함께 앞으로 가고 있는 분들과 눈높이가 맞는 얘기를 짧게나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호함을 오랫동안 품고 있는 것이 가장 답답하고 지치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혼자 품기에는 누구나 인지적, 정서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교수님이나 선배, 동기, 혹은 본인의 연구에 대해 잘 모르는 후배나 친구에게도 연구의 어려움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여러가지 여건들 때문에 주변의 지원을 받는 게 어렵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수준의 모호함 속에 있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첫 논문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무척 기쁘지만 여전히 하고싶은 연구가 많습니다. 우선 뇌 쪽에서는 뇌 주요 부위들의 기능적 연결과 구조적 연결, 그리고 뇌 전체의 네트워크 차원 연결들에 인간 행동에 대해서 각각 고유한 예측력이 존재한다고 판단됩니다. 더불어 행동 쪽에서도 정신병리 증상들의 개인 간 차이를 뇌신경과학적 지표로 예측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정신병리 예후를 시간대에 따라 예측하는 것 또한 치료 계획 수립과 진단 체계 정교화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뇌의 원리와 행동의 원리가 각각 역동적이고 다차원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언젠가는 우울, 불안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병리의 진단 및 치료에 뇌영상을 활용해 환자들을 더욱 잘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더 효과적으로 경감시켜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운이 좋아 석사과정생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논문을 내고 이렇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여드릴 게 없던 처음부터 믿어주시고 신경과학에 대해 차근차근 가르쳐주시고 지도해주신 김민우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경과학의 세계를 함께 유영하고 있는 나영, 규리, 채빈, 수진, 하영, 이영 모두 곁에 있어주어서 감사하고 화이팅입니다.
끝으로,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어주는 가족들과 여자친구, 친구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Affective Neuroscience
#Anxiety
#Amygdala-P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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