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1) 논문 소개
최근 COVID-19 전염병의 등장과 함께 나노 약제가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물 전달체로서의 나노 약제는 꽤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되었고, 실제로 1995년 doxorubicin을 담지한 PEGylated liposome인 Doxil이 나노약제로서 최초로 FDA에 승인받은 바 있습니다.
혈중 나노 약제는 염증성 병변이나 암 조직에 많이 섭취되는데, 이를 enhanced permeability and retention (EPR) 효과라고 합니다. 학계는 뚜렷한 검증 없이 이 효과를 성긴 혈관의 투과성으로 인한 수동적 섭취로 이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을 기반으로 한 약물 타겟팅 전략이 성공적이지 않았고, 최근 많은 연구에서도 수동적 섭취보다는 능동적 섭취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보고됐습니다. 따라서 치료용 나노 플랫폼을 주력으로 개발해 온 저희 연구실에서는 어떤 기전이 EPR에 관여하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여겨졌습니다. 예전이었다면, IHC나 RT-PCR 등의 단일 마커 기반 실험기법을 주로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마커를 동일한 배치 안에서 비교해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 저희 연구팀은 차세대 시퀀싱 기술(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도입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20년 Nature Methods에서 올해의 기술로 선정된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ST) 기술을 도입하기로 하였고, 이를 통해 공간적으로 구획된 각 지점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 발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팀은 마우스 유래 4T1 종양세포를 Balb/c 마우스의 오른쪽 넓적다리에 심어 종양 모델을 만들었고, 형광 리포좀을 정맥 주사하였습니다. 그 뒤 고형암 조직을 얻어 형광 이미지와 공간전사체 라이브러리를 획득하였습니다. 공간전사체에는 이미지 기반 방식과 스팟 기반 방식이 있지만 아직은 스팟 기반 방식 중 하나인 10x Genomics visium 프로토콜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는 이 프로토콜을 도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는 SPADE 알고리즘을 통해 형광 이미지를 공간전사체 스팟에 맵핑하였고, CellDART 알고리즘을 통해 공간전사체 각 스팟에 여러 마우스 셀 타입의 비율을 표시하였으며, image-based clustering 알고리즘을 통해 형광 질감을 이용하여 형광 이미지에서 여러 영역을 구분하였습니다. 그 뒤 유전자 마커의 공간 분포와 종양 내 나노 약제의 분포를 비교하여, 종양 내 나노 약제 분포를 설명하는 유전자 마커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종양 내 나노 약제 섭취는 저산소증, 해당과정, 세포예정사 등과 연관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종양 미세 환경이 야기하는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 수요에 인해 나노입자가 종양 내에 섭취된다는 뜻으로, 기존의 수동적 섭취 가설을 반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공간전사체가 아직은 해상도가 많이 떨어져서 나노 약제 섭취와 관련 있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지는 못했으나, 약제 섭취 기전을 알기 위해 공간전사체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과 수동적 섭취 가설을 설득력 있게 반박했다는 점을 높게 사 Small Methods (2021년 기준, IF = 15.367)에 등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에피소드
이 연구는 2020년 1월 Nature Materials에 발표된 Sindhwani, S. et al (2020)의 논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은 수식적인 통찰을 통해 수동적 섭취 가설은 종양 내 섭취된 나노입자의 개수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부터 저희는 능동적 섭취 가설을 다시 제시하는 것을 넘어 EPR과 관련 있는 구체적인 분자적 마커를 도출하기 위해 공간전사체라는 기술을 선택하였고, 그 이후에 공간전사체 기술이 올해의 기술로 선택되며 저희 연구도 같이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공간전사체 관련 자료가 부족하고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공간전사체 데이터셋에는 좌표 정보가 포함돼 있는데, 그 좌표를 엑셀 파일에 하나하나 표시해 보면서 각 좌표가 구체적으로 조직에서 어디 위치를 나타내는지 확인해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Seurat 객체에서 특정 바코드만을 남기는 방법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탓에, 초기에는 특정 바코드셋을 csv 파일에 저장하면서 관리하는 등 세련되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그러한 시행착오 덕분에 분석 스킬이나 데이터셋에 대한 이해가 매우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많은 코드를 비교적 쉽게 정리해 두어서 제 다음 후임부터는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임형준 교수님과 최홍윤 교수님 지도 아래 최진영 선배와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저는 학부 연구생일 때부터 이 연구에 참가했으며 대학원에 입학하고 1달 정도 지났을 때 기본적인 분석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두 교수님께서 비지도적 접근 방식을 강조하시는 점과 특허 출원에 공을 들이시는 점을 의아하게 여기던 찰나에, 임형준 교수님께서 21년 7월 22일 주식회사 포트래이 설립에 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 운을 떼시면서 국내에서는 공간전사체를 도입한 회사가 없어 새로운 시장 기회가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기존 0차원이던 정보를 공간이라는 차원으로 확장한 공간생물학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새로운 알고리즘 수요가 많고 기존에는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언급하셨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저와 진영 선배가 회사의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현재까지의 노하우를 회사에 전달해주기를 요청하셨고, 저희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이를 승낙하였습니다.
이후 특허절차, 학회참가, 자료배포 등을 대학원과 회사에 모두 소속을 가진 채로 진행하였습니다. 어느 순간 저희 회사가 어떤 회사보다도 성장이 빠르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회사의 성장에 제가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지금은 회사 내에 사내 연구소를 갖추고 실험과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을 균형 있게 채용하여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사 대표님께서는 industry가 academy를 이끌 수도 있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흥미로운 지식들이 회사 안에 쌓이고 제가 연구한 결과물이 빠르게 고객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연구자로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최근에 저희 회사는 다양한 공간전사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실험 설비를 갖추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습니다. 생물정보학이라는 분야의 성장이 빠른 만큼 공간전사체라는 기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그만큼 저희 회사의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회사 대표님께서는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의 성장을 중요시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회사 내 각 구성원들이 소모적인 부품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믿고 계셨습니다. 오직 11명의 인력이 인스타그램 신화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말씀하시면서, 적은 인력이라도 한 명 한 명이 훌륭하다면 굉장히 영향력 있는 단체가 될 수 있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또한, 저의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공동창업자 네 분 모두 경력, 인품 할 것 없이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이고 이렇게 좋은 인연을 가질 수 있었던 저의 여정도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말로만 들어보았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정말로 사용해보고, 다양한 형태의 생물정보학 데이터를 취급하여 전문성을 키웠으며, 리눅스 서버나 NAS와 같은 생소한 것들을 셋업해보는 경험을 해보면서 한 명의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준, 그리고 그러한 성장의 가치를 믿게 해준 지도교수님과 포트래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군대를 마치고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한 직후에 임형준 교수님의 분자영상 및 테라노스틱스 연구실에 컨택하였습니다. 이때, 저는 실험(wet-lab)과 분석(dry-lab)을 균형있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실험에 집중하게 되면 분석에 필요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분석에 집중하게 되면 실험에 필요한 노하우가 소실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분들도 한 사람이 둘을 모두 하게 되면 두 개 다 놓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산화철 조영제 실험을 2년 넘게 지속하면서 실험과 분석을 모두 해야 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은 보통 1년 이내에는 끝나지 않으며 많은 시간을 소요합니다. 이에 반해 분석은 빠르게 논문이 나오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따라서 실험과 분석에서 모두 커리어를 쌓으면 빠르지만(like a dry-lab) 무게감 있는(like a wet-lab) 연구 실적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실험과 분석을 적절히 도입하면 impact factor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Small Methods 게재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approach는 취업을 염두에 두는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실험과 분석 모두에서 job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다양한 school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CS, EE 분야의 경쟁이 점점 심해지는 까닭에 여러 공학 분야의 인재들이 bioinformatics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bioinformatics 분야의 인재풀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생명과학도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유학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순수생명과학을 연구했으면 아직 연구실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공학 분야의 인재들은 빠르게 쌓아놓은 실적을 바탕으로 bioinformatics 관련 입시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실험과 분석을 균형 있게 하여 두 내용 모두를 statement에 잘 드러내면, CS, EE 분야의 학생들과 경쟁했을 때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포트래이에서 공간전사체를 활용한 많은 application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령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뜨겁게 다뤄지는 알고리즘들을 공간전사체에 도입하거나 약물 데이터베이스 등 다양한 public data를 공간전사체와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주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하면서, 바이오, IT, 환경, 식품 분야를 결합한 거대한 학문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매치 이후에 인공지능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양상입니다. 이에 인공지능이 다른 분야와 결합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서 생물정보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했고, 그리고 어느새 포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선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생명과학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탈바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가설 기반 접근 방식을 취해왔던 생명과학이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연구, 교과서, 시험 문제 등 많은 지점에서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생각은, 이런 트렌드가 많은 임팩트 있는 연구를 탄생시켰고 포화시켰던 까닭에 어느덧 단순히 생물정보학만으로 더 큰 임팩트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입니다. 이에 다시 wet-lab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흐름이 느껴지고, wet-lab과 dry-lab이 균형 있게 섞여 있는 연구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는 앞서 밝혔던 실험과 분석 모두를 힘써야 한다는 저의 결론과 일맥상통합니다.
#공간전사체
#나노약제
#E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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