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은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활용하여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부터 인간까지 각각의 생물체는 저마다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살아가게 되는데, 식물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게 됩니다. 특히,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때문에 환경적, 생물학적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식물 면역체계의 활성은 병원체의 ‘인식’을 통해 최초로 일어나게 됩니다. 병원체의 패턴을 식물의 수용체 단백질이 인식하면서 선천적 면역반응인 PTI(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 Triggered Immunity)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후 병원체는 식물의 PTI를 이겨내기 위한 effector protein을 식물세포 내로 주입하여, 식물의 PTI를 억제함으로써 병원체를 증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듭니다. 하지만, 식물도 병원체의 effector를 이겨내기 위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은 병원체의 effector를 인식하는 R protein을 만들어내어 적응 면역을 일으키는데, 이를 ETI(Effector Triggered Immunity)라고 합니다. ETI 반응 중에, 식물은 병원체가 감염된 세포를 스스로 빠르게 사멸(HR-PCD, Hypersensitive response-programmed cell death)시켜, 더 이상 병원체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식물의 강력한 면역체계입니다. 저희 연구는 ETI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HR-PCD중에 형성되는 리그닌 장벽이 어떻게 박테리아 병원체를 억제하면서 식물이 면역을 획득하는지 연구하였습니다.
리그닌은 페놀성 화합물의 중합체로, 식물세포의 2차 세포벽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써 사용됩니다. 리그닌은 식물 전반에 걸쳐 다양한 조직에서 발견되는데, 잎이나 꽃잎이 탈락하는 Abscission zone과, 관다발 조직의 물관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고, 영양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뿌리에서 casparian strip을 구성하는 요소로써 활용됩니다. 최근 2019년에 소속 연구실에서는 식물 ETI 반응 중 형성되는 리그닌 장벽이 박테리아 병원체를 물리적, 공간적으로 제한하여 식물 면역성을 획득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국제학술지 EMBO Journal에 보고하였습니다.
우수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리그닌 장벽을 형성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식물 내에서 필요한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리그닌 장벽이 만들어질 때, 리그닌은 식물 세포 내에서 단량체가 생합성되고 세포 외 수송되는 과정을 거쳐 고분자로 중합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리그닌 장벽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식물체 screening을 통해 자식작용(autophagy)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고, 식물의 자식작용이 어떻게 리그닌 장벽을 만드는 것을 조절하는지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식작용은 Yeast부터 동물 세포까지 보존되어져 있는 intracellular trafficking event입니다. 자식작용은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세포 내 소기관을 이중막 소포체(double membrane vesicle)를 lysosome, vacuole으로 이동시켜 물질을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포 내 물질이나 단백질을 세포 외부로 분비(secretory autophagy)하는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식물 면역 반응 중 형성되는 자식작용이 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진 리그닌 단량체를 세포 외부로 수송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하였습니다.
자식작용이 물질을 세포 외부로 수송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힘든 실험이었습니다. 세포생물학적으로 접근하여 확인하고자 하는 물질을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기 위해, 형광이 표지된 chemical들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선행 연구를 수행하면서, 리그닌을 관찰하기 위해 일본의 Yuki Tobimatsu 교수님과의 연구 협업을 통하여 형광이 표지된 리그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식물 잎의 epidermal cells와 protoplast에서, 형광표지 자식작용 단백질(GFP-ATG8a)와 형광표지 리그닌 단량체의 co-localization을 확인하였고, 이 소포체의 경로 추적을 통해 논문의 핵심 가설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만약 정말로 secretory autophagy작용이 일어난다면, 세포 외부로 배출되어져 있는 자식작용 단백질을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지도 교수님인 김옥매 교수님께서 세포 외부의 단백질을 detection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고, extracellular vesicle을 단백질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식물에서 일어나는 자식작용의 기능 중에 물질을 세포 외부로 수송할 수 있는 secretory autophagy pathway를 실험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연구의 창의성과 연계성은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Autophagy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는 우수한 교수진과 최첨단 연구 장비를 토대로, 대한민국 생명 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대학입니다. 첨단장비의 아낌없는 지원과 관리를 통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대학입니다. 특히, 소속 연구실인 ‘식물방어기전실험실’은 전통과 혁신을 가지고 식물 면역을 연구하는 실험실입니다. 지도교수님인 김옥매 교수님의 연구지도 아래에, 포닥들과 학생들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면서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식물 면역에 관여하는 많은 구성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receptor kinase complex, intracellular trafficking components, hormone-induced transcription factor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항상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구성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것은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식물 면역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위를 시작했지만, 식물 면역을 깊이 이해할수록 심오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초연구를 진행 동료 연구원들께서도 공감하시겠지만, 처음에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가설일지라도,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다 보면 완성도 있는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동료 연구자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식물 면역 분야는 많은 사람이 모르는 분야이지만, 식물 면역 시스템은 동물 면역 시스템과 비슷한 점도 있고 특별한 적응면역체계를 가지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 식물 기반 연구를 연구하게 되면,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을 배우고 실험을 익히기에는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DNA, RNA, protein부터 식물, 진균, 세균까지 다양한 재료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하길 원하시는 분들께 식물 면역 분야를 적극 추천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동물이나 미생물의 자식작용에 관한 연구에 비해, 식물 자식작용은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문이 식물의 secretory autophagy를 규명한 첫 번째 논문인 만큼, 앞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김옥매 교수님의 연구지도 아래, 창의적인 연구원들이 열심히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식물 면역 연구를 이어 나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저를 연구자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옥매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교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많은 분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리그닌 단량체 분석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해주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남명희 박사님, 김진우 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PDSL 실험실 구성원들이 있기에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숙 박사님, 이명훈 박사님, 양영남 박사님, 혜리누나, 영성, 지혜, 서하, 은정, 준석, 주영, 메이, 민지, 기산, 승빈 동료 연구원분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지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지영누나, 승화누나, 매형, 환희, 예린 가족들의 응원이 있기에 힘이 났습니다… 송아, 축복, 제옹과 함께, 앞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게 내일을 맞이하였으면 좋겠습니다.
#Plant Science
#Cell_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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