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많은 병원성 세균들은 자신의 단백질을 숙주 세포 내로 분비하여 메틸화, 인산화, 면역 작용 등 숙주 세포의 여러 시스템을 세균에게 유리하도록 변화시켜 숙주 세포를 해치고 병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병원성 세균이 숙주 세포 내로 분비하는 단백질을 이펙터 단백질(effector protein)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펙터 단백질들은 매우 다양하며 이들이 어떻게 숙주 세포의 시스템에 간섭하여 병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펙터 단백질들에 대해서 연구하여 세균성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타겟으로 삼고자 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연구한 단백질은 레지오넬라 병을 일으키는 세균인 Legionella pneumophila가 분비하는 이펙터 단백질인 Lpg0081입니다. Lpg0081은 같은 Legionella pneumophila의 이펙터 단백질인 Lpg0080이라는 단백질과 짝을 이루어 작용하는 단백질로 해당 세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단백질들을 스크리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단백질 쌍이지만 이 둘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기후 대학의 쿠보리 토모코 박사님과 나가이 히로키 교수님 연구팀에서는 Lpg0080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분석과 구조 모델링을 통해서 Lpg0080이 ADP-ribosyl transferase 효소일 것이라 가설을 세웠고, 생화학적 실험들을 통해 ANT2라는 미토콘드리아의 세포 호흡 기능에 중요한 단백질을 ADP-ribosylation시키는 단백질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Lpg0081은 이러한 Lpg0080에 의한 ADP-ribosylation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ADP-ribosylation을 제거하는 효소들도 여러 생물체에서 상동 단백질들이 많이 연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Lpg0081의 아미노산 서열은 기존에 있던 ADP-ribosylation hydrolase 효소들과 서열 간의 매칭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소속되어 있는 오병하 교수님 연구실에서 해당 단백질의 구조를 풀게 되었고, 해당 단백질이 기존에 연구되었던 ADP-ribosylation hydrolase 단백질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folding topolgy가 뒤바뀌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즉, 기존의 ADP-ribosylation hydrolase는 아미노산 서열 상 A-B-C-D라는 순서로 도메인들이 나열되어 있었으나, Lpg0081에서는 C-D-A-B 와 같이 도메인들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열 매칭 분석이 힘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ADP-ribosylation hydrolase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convergent evolution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의 치료 단백질 디자인 및 구조생물학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구조생물학을 기반으로 치료용 단백질을 계산적으로 디자인하여 단백질 신약 및 치료 모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파폴드를 비롯한 딥 러닝 기술을 단백질 디자인에 적용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단백질 디자인 및 물성 검증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의 책임 연구자이신 오병하 교수님께서는 오랜 기간 구조생물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로 활동하셨으며, 그러한 연구활동에서 비롯된 구조생화학적인 식견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단백질 디자인에 관해서 스스로 합리적인 구조를 디자인할 수 있게끔 지도하고, 디스커션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구조생물학의 특성상 단백질의 기능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실험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야에서 오래 연구하셨던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연구자들과 쉽게 만나고 배울 수 있는 연구실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구조생물학은 분자생물학 분야에서도 가장 미세한 단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생체 분자의 구조와 화학적 작용들을 분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분야이므로 필연적으로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 외에도 화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등의 분야와 밀접하게 접목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구조생물학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분야에도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배우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 구조생물학은 구조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구조를 바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는 식견이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알파폴드를 비롯한 딥 러닝 기술이 대두하고 있는 시대이므로 생물학 외에도 화학,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반을 쌓는 것이 이 시대에 구조생물학자가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딥 러닝이나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PPI를 예측하고 단백질 엔지니어링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공부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연구자로서 항상 바르게 생각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오병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논문 연구를 함께 했던 일본 기후 대학의 쿠보리 토모코 박사님과 나가이 히로키 교수님, 실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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