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과추론 (Causal inference)는 관찰연구가 지배적인 경제학과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비실험적 자료에서 인과성을 창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작년 노벨경제학상이 이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수여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연구나 유전체학 같은 분야에도 그 응용이 확장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전체 연구는 인구집단에서 대표성을 갖는 사회과학 자료와 다르게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선택편향 (Selection bias)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2021년 Nature Genetics (Pirastu et al. 2021)에 실린 연구는 UK Biobank와 23andMe 코호트에서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성별이 수백 개의 상염색체 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이것이 선택편향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현상에 대한 수학적 이론은 제시하지 못한 한계를 가졌습니다.
본 연구는 이 문제에서 출발하여 인과추론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 선택편향의 크기와 방향이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고 그 크기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이론을 제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성별에 의해 발생하는 선택편향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동시에 선택편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론을 갖고 있으므로 추후 유전체 코호트를 설계하는 과정에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학대학원 소속의 한범 교수님 (https://hanlab.snu.ac.kr) 소속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와 단일세포전사체시퀀싱 (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 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한범 교수님은 학생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분으로 제가 가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정돈하여 논문화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우셨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연구를 하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유전체 연구에 있어서 일반 시민의 연구 참여 및 등록에 미치는 요인이 무엇이고 그런 요인이 만들어내는 선택편향이 연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혔다는 점에서 연구와 사회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의과대학 학생으로서 기초연구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걱정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저와 주변의 우려처럼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만큼 의대생이 갖는 강점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기초 연구에 관심있는 후배 의과대학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많은 의과대학 기초 교수님들이 의과대학생의 연구참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본인의 강점과 배경을 잘 정리하여 여러 교수님께 공격적으로 연락을 하면 분명히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육하원칙은 지키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예과를 잘 활용하면 좋습니다. 저는 예과를 1년 더 다니면서 수학과 복수전공을 한 덕분에 연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기초지식을 갖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기초를 하더라도, 또 학과 수업자체에 덜 집중하더라도 임상실습에는 열심히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병인과 나누는 대화는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사회와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저처럼 운이 좋다면 좋은 연구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생물통계 (Biostatistics) 및 역학 (Epidemiology) 전공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단유전학 (Population genetics)와 인과추론 (Causal inference)를 연결하는 수학적 이론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인구집단건강과 유전학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위에도 적었지만 이 연구는 병원 임상실습에서 만났던 여러 환자와 간병인과 상호작용한 경험이 토대가 되었습니다. 여러 실습 병원을 돌면서 모두에게 의료접근성이 동일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과 공공병원인 시립보라매병원의 환자들은 각기 매우 다른 사회경제적 계층에서 옵니다. 근래 병원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사용근거 (Real world evidence, RWE) 연구가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환자의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오는 의료접근성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선택편향이 연구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금번 연구는 이러한 고민이 유전학이라는 주제를 만나 수학적인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병원 EMR나 유전체 코호트를 포함한 인구집단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자들이 의료접근성과 불평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 사회에 기여하면서도 더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하게도 항상 연구의 동기와 밑거름을 주셨던 서울대학교병원의 환자와 가족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예과 1학년 겨울방학에 연구실 문을 두드렸을 때 살갑게 받아 주신 의과학과 서영호 교수님, 인과추론과 보건학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예방의학교실 최지엽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항상 제 연구를 정성스레 봐주시는 한범 교수님께 가장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논문 원고를 모두 손보시는 것은 물론이고 분석코드까지 함께 리뷰하는 일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아닐 것입니다.
#GWAS
#인과추론
#선택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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