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백신 접종자들에서 나타나는 유해효과 (adverse event)를 감지, 코로나19 백신과의 인과성이 성립하는지 평가 (causality assessment), 이러한 합병증에 특히 취약한 인구집단 파악 (susceptible population), 코로나19 백신의 전반적 이득 및 위험도 비교 등이 중요한 보건의학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논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하는 신경면역 합병증의 하나인 Parsonage-Turner syndrome의 임상적 영상학적 특징을 소개하고, 코로나19 백신과의 관련성을 제기한 사례군 보고입니다.
Parsonage-Turner syndrome은 신경통성 근위축 (neuralgic amyotrophy)라고도 불리며, 겨드랑이 및 윗팔의 극심한 통증 이후 근마비와 근육 위축이 발생하는 급성 신경염입니다. 약 50%의 환자들에서 외상이나 수술, 감염, 백신 접종 등의 촉발인자가 발견되며, 면역반응에 의한 염증이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대서울병원이 참여하였으며, 2021년 6-10월 COVID-19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parsonage turner syndrome 환자 12명을 분석하였습니다.
해당 환자들의 연령은 23~81세로 다양했고, 접종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 얀센 (2), 화이자 (5), 모더나 (1)로 다양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접종 후 2~16일 이내 발생하여, 접종과의 시간적 연관성은 probable에 해당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백신 접종 부위와 질병 발생 부위 (좌/우)가 일치했고 (10/12, 83%), 이는 연구 당시 공개되었던 문헌 사례까지 종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7/22, 77%). 또한, 윗팔신경얼기 MRI 혹은 초음파에서 접종/발병 부위에만 뚜렷한 임파선염 (7/8, 88%)이 확인되었습니다.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환자 3명에서 모두 신경-혈관장벽 (blood nerve barrier)의 붕괴를 의미하는 albuminocytologic dissociation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임상증례 관찰을 바탕으로 저희는 아래와 같은 가설을 제시했고,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보다 대규모의 임상역학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작은 규모의 사례군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 분야에서 비교적 저명한 저널에 실릴 수 있었습니다. 논문을 작성하던 당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헬스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었고, 백신 관련 위험성에 관한 대중적 공포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리뷰 과정에서 에디터가 논문을 원저가 아닌 Letter 형태로 변경을 요청해서 아쉽긴 했지만, 연구 초년생인 제가 좋은 저널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공개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인 보라매병원 홍윤호 교수님의 지도 하에 작성했고, 공동 1저자 이대서울병원 김지은 교수님과 함께 케이스를 분석하였습니다. 홍윤호 교수님은 서울대병원 성정준 교수님 팀과 함께 루게릭병, 근디스트로피 등의 유전성/퇴행성 신경질환, 다발성경화증, 중증 근무력증, 길랭바레증후군, CIDP 등의 염증성 신경질환에 대한 임상 및 중개/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동 1저자 이대서울병원 김지은 교수님은 연구실 출신 선배로, 신경면역질환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본 논문 외에도 길랭바레증후군과 COVID-19 백신과의 관련성에 대한 사례군 연구 (10.3389/fneur.2021.820723), 오픈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인구학적 연구 (10.1111/jns.12507) 등을 발표하셨고, 현재는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의 지원을 받아 COVID-19백신과 신경면역질환의 관련성에 관한 전국규모의 다기관 연구를 주도하고 계십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신경과학을 전공한 임상의사로써, 말초신경병에 의한 신경병성 통증이나, 자가면역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질환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의 경우는 많은 수의 환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치매, 파킨슨, 뇌졸중 등의 뇌질환에 비해 관심을 적게 받는 분야입니다. 아마도 통증이라는 증상 자체가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공감이 어려워 그 고통이 저평가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각종 통증으로 고생한 적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전 이러한 환자들을 볼 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되고, 해결되지 않은 의학적 수요에 대한 궁금증, 해결욕구를 항상 느낍니다. 부족한 재능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참을성 있게 나아가다 보면, 개인적인 연구성과도 얻고, 나아가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공의 4년 그리고 전임의 1년 과정을 마친 뒤 현재는 같은 연건캠퍼스 내 치의학대학원 생리학과 오석배 교수님 실험실에 와있습니다. 오석배 교수님 실험실은 pain lab으로 주로 말초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신경면역 혹은 이온채널 관련 기전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2019년도에는 자연살해세포라는 선천성 면역세포가 신경병성 통증에서 갖는 protective role에 대해 Cell지에 좋은 논문을 발표하고, 현재 후속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기초연구를 경험하고 실험을 배움으로써 임상연구 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중요한 의학적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후배님들에게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의대를 졸업한 이들이 보통 걷지 않는 길이라 저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구요, 현실적으로 기초와 임상을 다 잘하기는 어렵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을 때 기초/중개연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환경에 있기는 더더욱 어려워서 고민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열정적인 의사연구자를 꿈꾸는 후배님들에게 감히 조언을 한 마디 하자면, “Do what you want to do”입니다. 꿈을 꾸는 자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당분간은 말초신경병성 통증 질환에서 이온채널, 신경면역 관련 유전적 감수성 연구, 염증성 말초신경질환과 관련된 다기관 코호트연구, 자연살해세포와 통증 관련성을 환자 샘플을 통해 밝히는 중개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저의 연구가 말초신경병 환자들이 보다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점점 더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좌충우돌인 저를 늘 사랑으로 대해주시고 아낌없는 응원 보내주시는 성정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그간 제가 해온 대부분의 연구에 함께 해주시며, 깊은 통찰력과 인내심으로 연구자로서 성장하도록 역량을 길러주시는 홍윤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실험연구를 할 수 있게 받아주시고 지도해주고 계신 오석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임상의 및 연구자로서 성장을 이끌어주신 김성민 교수님, 신제영 교수님, 김지은 교수님, 최석진 교수님, 권영남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가장 가까이서 방황하는 저를 응원해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주는 저의 동반자 주우희 선생님에게 깊이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Parsonage-Turner syndrome
#COVID-19 vaccination
#Post-vaccination autoimmune phenome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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