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체의 바이러스 감염 시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진 면역세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들 중 NK 세포는 선천면역, T 세포는 적응면역의 특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면역 세포입니다. 이 2가지 면역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서, T 세포는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항원으로 감지하는 반면 NK 세포는 스트레스 분자 발현이 증가한 것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감지합니다. 지금까지 면역학계에서는 이처럼 NK 세포와 T 세포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저희는 이번 연구를 통해 NK 세포와 T 세포의 특성을 모두 지니는 NK 유사 CD8 T 세포를 새롭게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NK 유사 CD8 T 세포는 T 세포 수용체를 통해 바이러스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는 대신에 NK 세포 수용체인 NKG2C를 통해 비정상 세포들을 인지하고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면역학의 영역에서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 있던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의 경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유형의 NK 유사 T 세포를 발견하고 그 특성을 밝힘으로써 인체의 면역 반응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또한 저희 논문이 어셉트되기 직전에 스탠포드의 Mark Davis 그룹에서 또 다른 NK 수용체인 KIR 를 발현하는 CD8 T 세포가 과활성화 된 자가면역 CD4 T 세포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음을 Science 지에 발표하였고,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저희 연구진은 NK 유사 CD8 T 세포가 체내에서 감염뿐만 아니라 각종 원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변한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가지고 후속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었던 연구실에서는 암, 난치성 감염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다양한 면역관련 질병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1) 암환자의 종양 미세환경 내의 탈진화 세포와 면역 세포들의 특성 및 항종양 면역반응의 기전 연구, (2)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한 방어면역 특성 규명 및 백신 치료제 개발 연구, (3) 간질환(간암, 만성간염, 알콜성간질환, 간이식)의 병리 및 치료에 관여하는 면역기전 연구 등 다양한 중개면역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저희 연구실의 장점은 병원 대학병원 임상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활발히 수행함으로써 환자의 임상샘플을 이용한 중개면역 연구와 질병동물모델을 이용한 세포 및 분자 수준의 기전 규명 연구 유세포분석 및 첨단 면역학 연구기법을 통하여 함께 수행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간에서 기인한 CD8 T 세포의 특성 연구에 주로 참여하여 왔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로는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사람의 면역 반응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연구하기도 하였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계가 발전하면서 점점 깊이가 깊어지고,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함에 따라, 혼자서 연구하기 보다는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병원과 긴밀한 협업을 지속하며 함께 연구를 수행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의과학을 모토로 하고 있는 저희 의과학대학원 및 중개면역학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는 저희 연구실은 인체와 관련된 연구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임상가들과 기초과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기초과학자들 간의 대화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일상적인 대화를 통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연구의 설계와 진행에 대한 토론의 장에서도 더욱 심도 깊은 대화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병원에서 소아과를 전공하였습니다. 전문의 수료 이후 카이스트 의과학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결정하였을 때 의사 친구들은 모두 만류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의학계에서 연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왜 힘든 길을 돌아가냐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의과대학 시절부터 10여년간의 의대 교육과정을 받으면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여러가지 방법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질병의 발생 및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금점이 계속해서 남아있었습니다. 이에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였고, 4년이 지나 무사히 졸업을 한 이 시점에, 의학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의과학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질문을 만들어가고 직접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임상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던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그 매력을 잊지 못해 지속해서 기초학계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또한,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의과학대학원의 진학을 적극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앞으로의 연구는 혼자만의 개인기가 아닌, 주변 연구자와의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의사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함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중개 연구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와 같은 다중, 병렬 방식의 연구 기법이 등장하면서 –omics로 대변되는 다중체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시류 속에서 면역세포의 발달 및 분화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면역학은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면역세포가 전신의 모든 장기 상호작용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성을 가지게 되고, 이 다양한 상호작용 안에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이 면역학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양날의 검이 되어, 코끼리를 두고 서로 다른 부위를 만지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연구에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이에 다양한 면역 세포의 발달 및 분화과정의 지도를 그려내어 연구의 지표를 마련하고, 다양한 면역결핍 환아들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지도 위에 투사함으로써 임상 현장에 접목시켜 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기초과학을 처음 접하며 힘들어하고 방황하는 저를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고 붙잡아 주신 박수형 교수님과 신의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선배이자, 동료로서 늘 함께 고민해주신 한지원, 나민석, 최승진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결같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 이동은과 사랑하는 아들 고다온에게 감사드립니다. 학창시절 만나, 늘 공부에 일에 쫓겨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으면서 또 다시 공부하러 대전으로 내려간다는 남편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아내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연구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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