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를 두 개 꼽아보자면 ‘spatial biology’와 ‘multiomics’를 들 수 있습니다. Spatial biology는 조직 내에 어떤 세포들이 어떻게 삼차원으로 분포되어 있는지를 관찰하여 생물학 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Spatial biology는 어떤 분자종을 중점적으로 관찰하는지에 따라서 spatial genomics, spatial transcriptomics, spatial proteomics 등으로 나뉩니다. Multiomics는 독립적으로 발전되어온 genomics, transcriptomics, proteomics 등을 모두 같이 종합적으로 고려해주는 접근법을 말합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에는 하나의 시료에서 spatial genomics, spatial transcriptomics, spatial proteomics 등을 모두 분석하는 spatial multiomics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PICASSO 기술은 spatial proteomics 기술입니다. 하나의 조직에서부터 수십 개의 단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기존 기술 대비 수배 더 빠른 속도로 많은 수의 단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부의 단백질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형광 표지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형광 분자가 붙어 있는 항체로 타겟 단백질을 표지한 후, 이 형광 분자의 신호를 이미징하여 해당 단백질을 관찰합니다. 여러 단백질을 동시에 관찰하기 위해서는 스펙트럼이 다른 형광 분자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단백질을 표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형광 분자는 100 nm 정도 되는 넓은 파장 너비를 가지고 발광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400 - 700 nm 파장대에서 발광 스펙트럼이 서로 겹치지 않는 형광 분자는 최대 4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서 대부분의 protein multiplexed imaging은 한 번에 4개의 단백질만 동시에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개발된 기술로는 linear unmixing이 있습니다. 이 기술에서는 먼저 발광 스펙트럼이 겹치는 두 형광 분자를 사용해서 두 단백질을 각각 표지합니다. 그 후 서로 다른 두 파장대에서 두 장의 이미지를 얻습니다. 이때 두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의 차이로 인해서 두 이미지에는 두 단백질의 신호 세기가 서로 다른 비율로 포함되게 됩니다. 만약 이 두 파장대에서 두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이 정보를 이용해서 각각의 단백질만 포함된 두 장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일차 연립 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어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인 방법입니다. 이때, linear unmixing의 정확도는 이미지를 얻은 두 파장대에서 두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에 의해서 결정되게 됩니다. 그래서 만약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linear unmixing은 매우 높은 정확도로 작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linear unmixing을 수행해보면 두 단백질의 신호가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이 여러 변수에 의해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번 연구에서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이 조직의 종류에 따라서, 조직 내부의 물질 조성에 따라서, 이미징 깊이 (imaging depth)에 따라서, 형광 분자의 비활성화(bleaching) 정도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linear unmixing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종류별로, 조직 내에서의 위치 별로, 이미징 깊이(imaging depth) 별로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을 따로 측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희는 형광 분자의 발광 스펙트럼에 대한 정보 없이 이러한 unmixing을 할 수 있는 기술(blind unmixing)인 PICASSO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기술은 ‘상보정보량 최소화’를 이용합니다. 상호정보량은 두 변수 사이의 공유된 정보의 양을 뜻합니다. 발광 스펙트럼이 겹치는 두 형광 분자로 두 단백질을 각각 표지한 후, 서로 다른 두 파장대에서 두 이미지를 얻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두 이미지에는 두 단백질의 신호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PICASSO 기술은 이 두 이미지를 어떻게 두 이미지로 분리했을 때, 분리된 두 이미지 사이의 상호정보량이 최소화가 되는지는 계산합니다. 두 이미지가 각각 하나의 단백질만을 포함하고 있는 두 이미지로 정확히 분리되었고, 분리된 두 이미지 사이의 상호정보량을 A라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분리가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아 분리된 두 이미지에 두 단백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면, 이 분리된 두 이미지 사이의 상호정보량은 A보다 큰 값을 가집니다. PICASSO 기술은 두 파장대에서 얻은 두 이미지를 조금씩 unmixing 하면서 상호정보량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때까지 이미지를 분리합니다. 저희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발광 스펙트럼이 겹치는 형광 분자 15개를 동시에 사용하여 뇌 조직에서 15개의 단백질을 동시에 이미징 하는데에 성공하였습니다. 또한, 이 15개의 형광 분자로 염색, 이미징, 형광 분자 불활성화하는 과정을 3번 반복해서 뇌 조직에서 45개의 단백질을 이미징 하는데에 성공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장재범 교수 연구진과 전기및전자공학부 윤영규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장재범 교수 연구진은 팽창현미경(expansion microscopy)를 이용한 조직 초고해상도 이미징 및 다중 이미징 기술을 연구해왔고, 윤영규 교수 연구진은 머신러닝을 이용한 생명체의 기능 이미징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 두 연구진의 2년간의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Spatial biology 혹은 multiomics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더 많은 분자를 동시에 관찰하는 것은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에 출판된 대부분의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서는 파란색, 녹색, 붉은색 형광 분자를 사용해서 3개의 단백질을 동시에 관찰합니다. 이는 3개 이상의 단백질을 관찰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4개 이상 형광 분자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50년전 유전자 시퀀싱 기술은 매우 사용하기 어렵고 복잡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저비용으로 유전자 시퀀싱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까운 미래에는 생물학 및 의학 연구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에 10개 이상의 단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생물학 및 의학 연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 PICASSO 기술은 이러한 미래로 가는 길을 좀 더 가속화 할 것이라 믿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Spatial biology 및 multiomics는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새롭게 시작된 분야인만큼, 이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러한 기술로 새로운 현상을 밝혀내면 매우 큰 임팩트가 있습니다. Spatial biology 및 multiomics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암 및 항암제 연구 분야입니다. 최근 들어 환자별로 암 조직 내부에 서로 다른 단백질을 발현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세포들의 공간적 분포에 따라서 암의 예후와 약물 반응성 등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암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더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며, 환자별로 최적의 항암제를 선택하기 위해서 spatial biology 및 multiomcs 기술을 활용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는 생물학 및 의학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PICASSO 기술은 기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다수의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향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먼저 첫번째는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단백질을 이미징 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입니다. 저희는 PICASSO 기술 대비 수배 더 빠르고 간단한 과정만으로 동일한 수의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현재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향후 이 방향으로 계속 기술 개발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두번째는 이러한 기술들로 대량의 환자 조직(>100,000개 이상)을 이미징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암서브타입을 발굴하고, 각 서브타입에 맞는 마커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 및 환자별 최적의 항암제 선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물리학 생물학 복수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마친 후 재료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뇌공학 분야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마쳤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융합적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 개발 및 이 기술을 이용한 암 및 뇌 질환 연구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공학, 화공학, 소재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연구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spatial biology 및 multiomics 연구를 통해서 생물학 및 의학에 혁신을 만들어가고 싶은 학생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관심 있는 학생의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공간단백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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