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흑색종(melanoma)은 UV로 인한 DNA 손상 및 이로 인한 돌연변이가 주된 병인으로 알려진 피부암이며, 초기에 치료하지 못할 시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암종입니다. 하지만 동양인에게는 UV로 인한 비말단부 피부 흑색종(nonacral cutaneous melanoma)이 아닌 말단 흑색종(acral melanoma)의 비율이 높습니다. 말단 흑색종은 특히 발바닥, 손바닥, 손톱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항 PD-1 면역항암제 치료로 전체 생존율 및 무병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말단 흑색종은 UVR signature로 두드러지는 돌연변이보다는 DNA 구조 변이(structural variation)가 굉장히 높습니다. 흥미롭게도, 말단 흑색종 중 발바닥 흑색종은 체중 부하로 인한 압력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특이한 현상의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 특이한 병리 현상 기전에 암세포 핵막 파열 및 전사조절인자 YAP이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불안정한 핵막을 가지고 있는데, 암세포는 좁은 공간으로 전이할 때 받는 물리적 자극으로 인해 핵막이 일시적으로 파열되고 이 과정에서 DNA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미세핵(micronuclei)의 파열은 복잡한 구조 돌연변이인 chromothripsis를 일으킨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핵막이 파열되면서 DNA가 핵 밖으로 돌출(protrusion)되기도 하는데, 우리 몸의 선천 면역계가 이를 이물질로 파악하여 cGAS-STING pathway를 매개로 한 innate immune response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물리적 자극 및 DNA 손상과 모두 관련 있는 핵막 파열 현상이 발바닥 말단 흑색종의 병리와 관련 있으리라 파악했습니다.
P53과 Rb와 같은 종양 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들이 없으면 암세포 핵막이 불안정해진다는 연구결과는 있지만, 어떠한 종양유전자(oncogene)가 핵막 불안정성에 기여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는 전사조절인자인 YAP에 주목하였는데. YAP은 종양유전자이면서 ECM stiffness나 기계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YAP의 전사를 통해 액틴 중합(actin polymerization)과 관련된 조절 인자와 세포외 기질 구성성분을 조절하며, 이는 YAP이 세포의 기계 신호전달(mechanotransduction)의 양성 피드백 조절인자로서 작용함을 시사합니다. 이미 액틴 세포골격으로 유래된 물리적 자극이 핵막 파열에 기여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므로, YAP이 핵막 파열 기전에 관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체중 부하로 인해 물리적 자극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양 변연부(tumor margin)에서 암세포 핵막 일시적 파열, DNA 손상 및 YAP 활성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핵막 불안정성에 YAP이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생쥐의 발바닥과 피부에 동시에 흑색종 세포를 이식해보니 생쥐의 발바닥에 이식한 흑색종 세포에서만 세포핵의 형태적 이상과 핵막이 일시적으로 파열되고, DNA 손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보다 물리적 자극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발바닥에 흑색종 세포를 이식하고 실험군에 강제 쳇바퀴 운동으로 발바닥에 기계적 스트레스를 가했을 때도 실험군에 핵막 일시적 파열, DNA 손상 및 YAP 활성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이식된 암세포의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는 동일한 기계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핵막 불안정성과 DNA 손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전 규명을 위해 YAP이 과활성화된 흑색종 세포 위에 무게추를 올려두는 실험을 진행해보았는데, YAP이 과활성화된 세포주에 무게추를 올려두는 경우에만 핵막 파열 및 DNA 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본 연구 결과가 앞으로 암세포 핵막 분야 및 기계 생물학(mechanobiology) 분야에 기여를 하길 기대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발바닥에 안보이던 검은 반점이 났나요? 병원에 무조건 찾아가되, 너무 급하게 뛰어가는 것만큼은 주의 바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한 기관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KAIST GSMSE)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생명과학 전공자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선생님들이 재학하고 있으며, 저는 학부 때 한의학을 전공한 한의사입니다.
저는 김준 교수님이 지도하는 질병기능유전체학교실(Laboratory of Disease Functional Genomics; https://sites.google.com/site/kaistjkimlab/)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현재 암생물학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암세포 핵막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상세포와 다르게 암세포는 크기와 모양이 불규칙하며 핵막의 반복적인 파열과 보수가 반복되지만 이와 관련된 근본적인 기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high throughput screening 기법, 다양한 세포주 및 마우스를 이용한 각종 molecular work 등을 주된 실험 기법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암세포의 형태 항상성과 불안정성의 근본적인 원인 발굴 및 이를 매개로 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연구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이며,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일 뿐만 아니라 직관 또는 체계적으로 설계된 아이디어를 잘 활용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직접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도 중요합니다. 아이디어가 실험을 통해서 구체화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서 벽돌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하나만 언급해보자면 연구는 아이디어, 연구자의 끈기, 그리고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연구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도 여러 의미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하기에는 저 역시 연구를 많이 해보지 않아 조심스럽습니다. 모든 논문에는 그 논문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 연구 역시 진행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생을 많이 한 것도 전업 연구자로 성장해 나갈 때 필연적으로 겪는 성장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연구를 시작하고자 마음먹었다면, 때로 힘들어도 그로 인해 흔들리지 않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묵묵히 자기 길을 나아가신다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학위 과정이 될 것입니다. 아직 저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이 인터뷰에 부끄럽지 않게 남은 기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KAIST에서 남은 학위 과정을 보내고자 합니다. 다음 계획은 암세포 핵막 불안정성이 유도되는 기계 자극 조건 등에서 다양한 암 미세환경들이 암세포 핵막 불안정성과 어떠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연구도 인생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학위 과정을 보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를 진행하고 마무리 짓는데 수많은 분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먼저 지도교수님인 김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실험실 구성원으로 받아주시고, 때로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이 연구가 완성되었습니다. 과학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으며,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토의해주시고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주시는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 올립니다.
또한 졸업생 서지명 박사님에게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본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주시면서 때로는 칭찬도 해주시고, 때로는 쓴소리도 해주셨지만 이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사님 덕분에 이 논문이 완성되었고, 앞으로도 좋은 형과 동생으로 오래가고 싶습니다.
공동연구자인 김유성, 민경일 선생님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김유성 선생님의 공학적 도움이 본 연구의 질문에 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민경일 선생님의 전장 유전체 분석을 포함한 각종 유전체 데이터 작업 및 해석이 이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크게 기여해주신 두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길에 축복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논문이 완성되도록 도움 주신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학교실 정기양, 노미령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또한 크고 작은 도움 주신 질병기능유전체학 연구실 구성원들인 김창곤, 권용수, 신은비, 주은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최근 입학한 선생님들도 응원합니다. 첫 마우스 실험을 할 때 아낌없이 도움 주신 의과학대학원 출신 최원근, 황인선 박사님에게도 이 자리를 통해 감사드립니다. 학부 때부터 피와 살이 되는 말씀해주시는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방제학교실 이숭인, 정종길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항상 응원해주는 친구들 및 꾸준히 만나는 국시실 동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지면에 다 담지는 못하지만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길임에도 제가 걷는 길을 격려해주시고 믿어 주시는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며, 길을 인도해주시는 하나님께 이 영광 돌립니다.
#Melanoma
#Nuclear envelope rupture
#Y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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