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성체 줄기 세포는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변화에 항상 반응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위장의 위체부 (corpus) 점막은 위샘 (gastric gland)이라는 단위체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데요, 하나의 위샘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특징의 성체 줄기 세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중 위샘 가장 아래 쪽에 위치한 주세포 (chief cell)는 평소에는 거의 분열을 하지 않다가 위점막에 상처가 생기면 활성화 되는 가변성을 지닙니다. 하지만, 주세포가 전통적으로는 분화가 끝난 세포로 분류되어 왔고, tamoxifen이 위 상피에 상처를 준다는 사실 때문에 CreER-loxP 시스템을 사용한 기존 연구들의 결과에 의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주세포의 가변성을 조절하는 분자적 스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아, 주세포의 기능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있어 왔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위장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있었던 여러 의문점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새롭게 주세포 활성화 스위치 분자를 발견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단일 전사체 분석을 통해 주세포의 활성화에 따른 전사체 변화를 분석해 내었고, TetON 시스템을 활용한 생쥐라인으로 상처가 없는 깨끗한 상황에서 주세포를 표지하는 세포 간 위계 분석법 (lineage tracing)으로 주세포가 상처난 위샘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 했습니다. 또한, 돌연변이 생쥐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여 p57 이라는 분자가 주세포의 휴지기 상태와 활성 상태의 스위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 내어 주세포의 활성화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저희 연구실의 한승민 박사님께서 시작하여 제가 연구실에 들어간 후 이어받아 진행된 연구로 5년이 넘는 긴 시간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프로젝트의 기본 뼈대가 잡힌 이후로는 포항공대 김종경 교수님 연구실의 김소미 선생님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단일 전사체 분석을 통해 위 손상 시 주세포의 활성 변화를 모니터 해 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스토리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밴더빌트 대학교 최은영 교수님 연구실에서 주세포 표지 rtTA 생쥐 모델을 받아 리비전 과정 중의 중요한 실험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구를 진행한 오스트리아의 Institute of Molecular Biotechnology of the OeAW (IMBA) 연구소는 오스트리아 정부와 Boehringer Ingelheim 회사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입니다. 식물 연구소인 Gregor Mendel Institute (GMI), Research Institute of Molecular Pathology (IMP)와 함께 비엔나 바이오 센터에 속해 있고, 이 연구소들이 함께 이용하는 다양한 코어 퍼실리티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코어 퍼실리티들은 다년간 축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비 사용의 교육이나 실험 설계 단계에서부터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연구자들은 새로운 실험도 큰 두려움없이 도전하고 비교적 수월하게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구본경 박사님 연구실에 속해 IMBA에서 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원하는 한국 연구자들이 계시다면, IMBA, GMI, IMP의 그룹들을 고려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근래에는 한국에서도 다른 연구팀과의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점도 협업의 중요성입니다. 특히 이번 논문은 5개국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만들어졌고, 주저자들도 IMBA, 포스텍, 밴더빌트대 연구소 3개 기관에 퍼져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실제로 만날 수가 없었고, 시차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각 그룹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업하여 좋은 결실을 얻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가진 강점은 살리되 부족한 점은 공동연구를 통해 협업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재미있는 연구를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공동 연구자 분들께서 신뢰를 바탕으로 열린 마음으로 좋은 결실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초파리를 모델동물로 연구하여 박사를 받고 박사후 연구원을 갈 연구실을 알아보면서 모델동물을 바꾼 케이스입니다. 생쥐 모델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전무한 상황이었기에 모델동물을 바꾸는 게 제게 큰 도전이기도 했고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박사 과정이 마무리 될 시점에 해외 컨퍼런스에 가서 처음 보는 한국인 박사 선배들께 조언도 구하고 외국의 연사들에게 제 CV를 돌리는 등 적극적으로 자리를 알아보고 탐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하게도 좋은 선배분들의 도움으로 cover letter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당시 같은 분야에 있던 해외 연구자들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 있었고, 좋은 기회를 얻어 IMBA 구본경 박사님 연구실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변 인맥 뿐만 아니라 해외 학회 기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부끄러워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두려워 말고 문을 두드리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지난 4년 9개월 간의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6월부터 기초과학연구원 (IBS)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유전체 교정 연구단으로 자리를 옮기신 구본경 부단장님 연구 그룹에서 선임연구원으로서 연구를 이어 갑니다. 새로운 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가게 된 만큼 저의 연구 관심 분야인 조직 재생과 새 연구단의 유전체 교정 전문성을 접목시켜 흥미로운 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생쥐 모델, 성체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혹은 유전체 교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저희 연구소에 오시길 적극 추천 드립니다. 연구소의 규모와 지원 면에서 IBS가 해외의 유수 연구소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팀에 대해 궁금한 점은 저(ji.lee@imba.oeaw.ac.at)나 구본경 박사님 (koobk@ibs.re.kr)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구본경 박사님을 비롯한 IMBA 랩원들, 그리고 랩미팅을 공유한 이웃 랩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고비마다 구 박사님의 조언과 랩원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거쳐 간 수많은 trainee 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말한 공동 연구자 분들과 trainee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이 연구가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인생 멘토이신 최광민 교수님과 가족들, 비엔나에서 동고동락하며 박사후 연수를 함께 한 사랑하는 남편 이호석 박사, 비엔나 생활의 또 다른 가족 이두화 박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위장성체줄기세포
#휴지기세포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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