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난치성 암종입니다. 간암은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 지방 간염 등의 간의 기질적 원인으로 인해 간 기능 저하, 간경화 등의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고 기존의 고형암의 표준 치료인 항암치료가 거의 듣지 않아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적 치료 등의 국소 치료가 가능한 조기 간암의 경우에도 상당수의 환자가 잦은 재발을 경험하게 되어 막대한 보건학적, 그리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간암의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해 그동안 많은 임상 연구들이 시행되었지만 대부분 전향적 결과를 얻지 못하였고, 암 환자의 실질적인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는 중개 연구가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간암 환자의 실질적인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한 정밀한 분자 아형 분류 연구가 필요하며, 각 정밀 분자 아형 별로 임상 적용 가능한 혈액 및 조직 기반 바이오마커와 최적합 표적 약물 혹은 면역치료제 발굴은 매우 시급한 임상적 미충족 수요(Clinical Unmet Needs)입니다.
이에 착안하여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발표된 주요한 간암 분자 아형 분류 모델 정리하고 추가적으로 간암 줄기세포 기반 분자 아형을 개발 (Lee SH et al. Cancer Communication 2022) 및 통합하여 간암의 Consensus molecular subtyping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5개의 주요 간암 분자 아형들이 각 아형별로 특이적인 분자 메커니즘 및 상이한 임상 예후를 보임을 확인하였고, 각 아형 별로 바이오마커 발굴 및 표적 치료 전략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진행성 간암에서 기존의 sorafenib 단독 치료에 비해 Atezolizumab + Bevacizumab 병합치료의 우월성을 입증한 Imbrave150 trial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본 연구에서 찾아낸 분자 아형을 활용한다면 위의 치료법에 최적인 치료 반응군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전세계 암 연구 및 진료의 선도 기관인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Department of Systems Biology 이주석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위치한 MD Anderson Cancer Center는 전세계 최대 규모의 메디컬 컴플렉스인 Texas Medical Center (TMC)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TMC는 NASA와 함께 휴스턴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50여개의 병원, 연구소, 대학, 관련 기업들이 입주한 대규모 의료 복합단지입니다. 매년 800만명 이상의 환자가 TMC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있고, 많은 연구소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최첨단 생명과학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MD Anderson Cancer Center는 TMC를 대표하는 암 전문 병원이며 또한 선도적인 암 연구기관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임상의사, 의사과학자, 기초의학자,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함께 암의 해결을 위한 노력하고 있으며, 본 기관의 대표 면역학자인 James Allison은 면역치료의 핵심 타겟인 CTLA-4를 발견한 공로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박사후과정으로 몸담았던 Department of Systems Biology 이주석 교수님 연구실은 간암 및 위암 등의 전사체, 단백체 데이터를 이용하여 임상적 유용성 기반의 분자 아형 분류 및 정밀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연구실입니다. Dry lab과 Web lab이 함께 운영되고 있어 오믹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굴한 타겟을 직접 실험 검증하고 임상의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암 환자를 수술하는 외과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연구 결과를 갈망하게 됩니다. 임상연구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암의 근원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개연구로 뛰어들었고 짧지 않은 수련과 성장의 기간 동안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지만, 결론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임상의학 분야의 핵심 기조가 된 정밀 의료는 Systems Biology라는 통합적 학문의 바탕 위에 Data Science의 다양한 방법론이 사용되어 구현됩니다. 즉 High-throughput technology를 이용하여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크기의 오믹스 데이터에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사용하여 clinically relevant insight를 얻어내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과학자는 연구의 시작점인 clinical unmet needs에 기반한 정확하고 섬세한 문제 정의를 해야하고, 연구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결과에서 실제 환자에게 clinical benefit을 줄 수 있는 translational point를 찾아 심화된 중개연구 및 확증적 임상연구로 끌어와야 합니다.
저는 외과의사로서의 수련 과정을 거치고 간담췌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에야 중개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뒤늦게 연구 커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와 가족 부양의 의무, 그리고 생소한 학문 분야에서의 어려움은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여러 순간들을 만들었지만, 이 과정이 없었다면 현재의 연구 결과와 중개연구 역량은 없었을 것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임상 기반으로 의사과학자의 길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과 이 길에 접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의사과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시간관리, 에너지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아직 국내의 현실은 임상 기반의 의사과학자에게 녹록치 않기에, 임상 업무와 연구 활동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매우 쉽지 않습니다. 입원환자 관리, 외래 진료, 수술 등의 임상 업무의 사이사이에 연구 계획서 및 논문을 쓰고 다양한 실험 및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면서 연구원 및 학위생들을 지도하고 이끄는 일은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합니다. 많은 의사과학자들이 과도한 임상 업무와 스트레스에 연구활동을 결국 접게 되는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과학자로서의 수련과정 때부터 자신만의 효율적인 시간관리 및 에너지 관리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로 다양한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공동작업을 많이 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여러 과학적, 임상적 난제들은 전통적인 학문적 접근법으로 해결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미해결로 남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과학의 혁신적 발전은 언제나 전통적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통합적 학문이 싹을 틔우며 발생하였습니다. 자신의 좁은 학문 분야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과 작은 프로젝트부터 함께 시작하며 교류한다면 언젠가는 여러 임상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개체 간의 상호관계 등을 분석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에서 사용되던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이제 유전체 등의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 해석에 활용되고 있고, 공학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분야는 이제 의료분야에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활발하게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과 격의 없이 다양한 공동 작업의 기회를 갖는다면,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혁신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간담췌외과 의사로서 간암, 담도암, 그리고 췌장암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는 중개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환자에게서 얻어지는 다양한 샘플들을 이용하여 오믹스 데이터를 생산하고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데이터들과 통합하여 clinical benefit에 기여할 수 있는 scientific finding들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 목표의 첫 성과로 이번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앞으로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재미있고 보람된 연구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번 연구를 이끌어주시고 지도해주신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이주석 교수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한 본 연구를 함께 진행한 공동저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임선영, 강상희 선생님, 그리고 MD Anderson Cancer Center 정윤성, 손보화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Surgeon-Scientist의 길을 먼저 가시며 이끌어주신 연세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교수님의 발자취를 뒤쫓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하는 임상의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이우정 교수님, 최진섭 교수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항상 애정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는 강창무 교수님, 최기홍 교수님, 황호경 교수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기 위해 보낸 힘든 시간들을 함께 인내하고 견뎌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시현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Systems Biology
#Hepatocellular Carcinoma
#Data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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