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All's Well That Ends Well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이 문장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제목으로, 단순하지만 ‘끝’의 중요성을 어느 말보다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말하지만, 일의 시작만큼 중요한 것은 일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NA가 만들어지는 전사 과정 역시 어떻게 끝나는지가 역시 대단히 중요합니다. 프로모터(promoter)의 세기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RNA,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궁극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시작’ 역시 분명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RNA 생성 과정이 적절히 끝나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단백질을 만들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히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생명 시스템의 관점에서 볼 때, 주어진 자원을 적절하게 잘 쓰기 위해서는 한 번 시작된 유전자 발현을 어떻게 끝내는지와 연관된 ‘전사종결(transcription termination)’ 역시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미생물은 다른 생명체에 비해서 단순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미생물 시스템을 이용해서 전사종결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미생물은 크게 종결인자 Rho가 관여하는 인자 의존적 전사종결 과정(factor dependent termination)과 Rho가 관여하지 않은 내재적 종결 과정(intrinsic termination)이 존재합니다. 저의 연구는 이 중에서 종결인자 Rho가 관여하는 인자 의존적 전사종결 과정의 작동원리를 규명하는 논문입니다.
“Rho? 이미 작동원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여기까지 읽은 분 중에는 종결인자 Rho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입니다. 실제로 학부 분자생물학 교과서를 보면 종결인자 Rho의 작동원리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종결인자 Rho가 RNA의 특정 위치에 붙은 이후에 ATP를 소모하면서 RNA를 따라 이동을 하고, 그러다가 RNA를 만들고 있는 RNA 중합효소를 만나게 되면 RNA 중합효소를 떼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저도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이미 잘 알려진 작동원리를 굳이 더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는 세 가지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2010년 Nudler 연구팀에서 Nature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종결인자 Rho가 allosteric effect에 의해서 RNA중합효소를 떼어낸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논문은 그 이전에 관측된 바가 있는 종결인자 Rho와 RNA 중합효소 사이의 상호작용의 기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 이후의 후속연구에서는 이 결과를 수용하는 연구자도 있지만, 관측이 안 된다거나 관측이 되더라도 그 중요성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종결인자 Rho가 RNA를 만들고 있는 전사 복합체(elongation complex)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기존 교과서에 제시된 것은 종결인자가 RNA에 붙은 이후에 RNA를 따라서 쫓아가는(catch-up) 경우와, Nudler 연구팀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RNA 중합효소에 붙은 후에 기다리는(stand-by) 경우로 나누어집니다. 물론 최근에 구조 논문을 통해서 기다리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규명되었지만, 저희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쪽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모두 존재하는지, 모두 존재한다면 어떤 정도로 양립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한 가지 질문은 종결인자 Rho가 전사종결을 일으킬 때 어떻게 RNA를 떼어내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크게 종결인자 Rho가 RNA를 잡아당기는 방법(RNA shearing)과 RNA 중합효소를 밀어내는 방법(displacing)이 존재하고, 이들 방법이 전사종결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사종결이 일어난 이후에 RNA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져 나오는지, 아니면 RNA 중합효소에 남아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질문은 저희 연구실에서 내재적 종결과정에서 발견된 바로, 인자 의존적 전사종결에도 적용이 되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연구는 단일분자 형광기술을 이용해서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주된 내용에 해당합니다. 세 단계에 걸쳐 두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8가지의 경로를 상정할 수 있지만, 실험을 한 결과 3가지 경로만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종결인자 Rho가 RNA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 있는 경우에는 RNA 중합효소를 밀어내는 경우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종결이자 Rho가 RNA를 어떻게 떼어내는지에 따라서 종결 이후의 RNA중합효소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1) 종결인자 Rho가 RNA중합효소에 붙어 있다가, RNA중합효소를 밀어내고 DNA에서 떼어내는 경우, (2) 종결인자 Rho가 RNA에 붙어 있다가, RNA중합효소를 밀어내고 DNA에서 떼어내는 경우, (3) 종결인자 Rho가 RNA에 붙어 있다가, RNA를 잡아당기고 RNA중합효소가 DNA에 남아있는 경우로 나누어집니다.
연구를 마치고 나서 되돌아본다면 mgtA 종결자(terminator)를 주된 관찰대상으로 고른 것이 운이 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 알려진 Rho의존적 종결자(Rho-dependent terminator)인 trp-t’ 종결자라든가 λ tR1 종결자가 아닌 mgtA 종결자를 이용하는 것은 종결위치(termination site)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종결위치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으면 어떤 동역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비교적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였습니다. 느리게 일어나는 mgtA 종결자를 관찰하기 위해서 모든 실험의 관측 시간을 길게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mgtA 종결자를 이용해서 관측 시간을 길게 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주된 발견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측을 길게 해서 비교적 느리게 일어나는 기다리는 경로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mgtA 종결자는 모든 경로가 유의미하게 관측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 논문에서 제시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mgtA 종결자가 아니라 다른 종결자로 실험을 하였다면 전사종결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처음 선택한 종결자의 특성을 가능한 온전하게 관측하려는 시도가 메커니즘 전반을 이해하는 글 실마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사종결 연구는 이번에 작동원리를 규명한 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질문을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다양한 전사종결이 다양한 경로로 일어나고, 각 경로가 서로 다른 동역학적 특성을 가지는 이유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로 다른 경로가 진화적으로 우연히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두 가지 모두가 존재한다는 것은 각 경로의 기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다양한 전사종결 경로가 있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유전자 발현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후속연구에 대해서도 BRIC을 통해서 소개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했던 곳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물리학 전공에 소속된 홍성철 교수님 연구실의 단일분자 생물물리 연구실(Single-molecule biophysics laboratory)입니다. 저희 연구실의 주된 목표는 생명현상을 단일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것을 통해서, 기존 생명과학 연구에서 규명하지 못한 다양한 생명현상의 비밀을 파헤치는 연구를 합니다. 이번 연구와 관련된 transcription termination뿐만 아니라 fork reversal activity나 riboswitch activity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단일분자 형광기술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그 방법론을 통해서 생명과학 분야의 중요한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단일분자생물물리연구실 홈페이지 : http://smb.snu.ac.kr/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를 하면서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작게는 저의 실험 데이터에 대해서, 물리학과 교수님, 생명과학과 교수님과 화학과 교수님 등의 다양한 의견이 버무려져서 그 의미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연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많은 분들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제가 논문을 투고하기 전에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종결인자 Rho와 RNA 중합효소가 붙어 있는 상태에서 전사종결을 하는 모습에 대한 구조논문이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 분자의 움직임에 조금 더 집중해서 보는 연구이기에 그런 구조논문은 저의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광신호로만 관측했던 데이터에 대해서 구조생물학적 측면에서 뒷받침되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연구는 함께 연구하는 연구자,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는 연구자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가 구조논문을 받고 크게 도움을 받은 것과 같이 저의 연구가 누군가의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이제 연구를 시작한 과학도이기 때문에, 감히 다른 분에게 조언할 입장이 못 됩니다. 그렇기에 저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저는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었던 것이 연구 활동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학부시절 미생물생리학을 들으면서 한 학기 동안 미생물 관련된 지식을 쌓고, 다양한 사례 연구(case study)를 접한 바가 있습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이 연구에 직접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수업 시간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생물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또 해당 분야 연구자가 어떤 것을 중요시 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물리학 전공과목만 듣고 대학원을 진학하였다면, 생명과학 분야에 익숙해지는 데에, 그리고 그 생명과학 분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학부 시절 물리학 전공자로서 생명과학 분야의 전공수업을 들은 것은 제가 연구를 물리학적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 모두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를 더 재미있고 깊이 할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인자 의존적(factor-dependent) 전사종결과정이 크게 세 가지 작동원리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이 발견은 기존 인자 의존적 전사종결 과정이 일어나는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도모했다는 점에서는 질문을 답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세 가지 경로로 전사종결이 일어나는데, 왜 굳이 세 가지 경로로 일어나는 것일까?’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진화 과정에서 우연의 소산으로서 세 가지 경로가 나타났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긴 진화 과정에서도 여전히 세 경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 ‘쓰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쓰임’이 있는지, 그 쓰임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 활동에서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입니다.
예컨대, 이번 논문에서 세 경로가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세 경로 각각이 전사종결을 일으키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 측정하고, 각 경로별로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전사종결이 일어나는 시간이 충분히 길면 모든 경로를 통해서 전사종결이 일어나지만, 만약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면 전사종결이 일어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짧은 경로는 전사종결이 일어날 수 있더라도, 긴 시간이 필요한 경로는 전사종결이 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이 전사종결이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 작동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면, 세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이 유전자 발현조절에 있어서 그 동안 알지 못하는 ‘쓰임’을 발견하는 것이 됩니다.
이와 같이, 단순히 작동원리를 규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그 작동원리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 그 길이 바로 저의 남은 대학원 생활의 주요한 여정이 될 것으로 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논문이 최종적으로 출판되고 나니, 그 동안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이 생각납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전반에서 필요한 장비와 시약 등의 지원, 그리고 논문 작성 전반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홍성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생명현상에 대해서 물리학적 시각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시각과 화학적 시각이 아우러진 연구가 되는 데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님, KAIST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님과 KAIST 화학과 강진영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 단일분자 형광기술을 이용해서 전사종결 과정을 관찰하고, 관찰 결과를 모델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낌없이 토론해주신 엄희수 박사님께도 감사드리고, 영국에서의 연구 활동의 건투를 빕니다. 이외에도 실험 시료를 준비하는 데에 주신 KAIST Palinda 박사님과 생화학 실험을 해주신 KAIST 황승하 학생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끝으로, 무엇보다 연구외적으로 항상 저의 연구 활동에 지지해주시고,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저희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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