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레르기 반응이나 기생충에 의한 면역반응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면역글로불린 E (Immunoglobulin E, IgE)는 혈중 수치가 높을수록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레르기 질환은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혈중 IgE 수치에 관여하는 B 세포의 조절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IgE를 분비하는 형질 세포가 정상상태에서 어떻게 발달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IgE를 분비하는 형질세포가 인터류킨-4 (Interleukin-4)를 다량으로 분비하는 자연 살해 T (Natural Killer T, NKT) 세포에 의해 흉선 내에서 발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흉선에서 분비되는 IgE는 장과 피부 조직에 있는 비만 세포의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촉진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본 연구는 정상 상태에서 혈중 IgE의 기원 및 발달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하였으며 알레르기 성향을 결정하는 세포 유전학적 요소를 제시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IgE는 반감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높은 IgE 혈중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분비하는 B 세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마우스의 거의 모든 조직을 분석하여 유전자 수준에서 IgE를 발현하는 B 세포를 찾기 시작했고 흉선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흉선은 T 세포가 발달하는 면역기관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에, 여기서 IgE를 분비하는 B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단백질 수준에서 IgE를 분비하는 형질세포가 정말 흉선에 존재하는지 규명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특정 NKT 세포가 발현하는 B 세포 마커로 인해 NKT17 세포를 B 세포로 오해하여 실험했다는 것입니다. 해당 사실을 6개월 뒤에야 깨닫고 크게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답답하여 밤낮으로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노력 했었습니다. 결국, 자기장을 이용한 세포 분리 방법을 이용하여 IgE를 분비하는 형질 세포가 흉선 특이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해당 세포를 FACS plot으로 처음 확인 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알고 나면 당연하다고 느껴지는데 알기 까지는 참으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논문을 마무리하고 출판되기까지의 과정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투고한 저널 측 에디터는 본 연구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지만 리뷰어 중 한 명은 저희가 규명한 세포를 B 세포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리뷰어를 설득시키기 위해 8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에디터와 줌 미팅도 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으나 끝내 거절 당하면서 출판하지 못했고, 논문 투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까지 같이 맞물리면서 대학원 과정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의 어려움은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성장시켰던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 T세포 발달 연구실에서 이유정 교수님의 지도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T 세포 발달 연구실은 흉선 내 innate T cell의 발달을 주로 연구하는 곳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생명과학의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면역학은 더욱이 인간의 삶과 죽음, 질병과 뗄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면역 반응과 이들의 조절 메커니즘은 매우 정교하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규명하는 것은 많은 질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논문을 통해 제 연구가 조금이나마 기초면역학적 지식과 중개연구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한, 면역학이라는 분야가 너무 복잡하고 오묘해서 현상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고 이를 규명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보다 심층적인 면역학적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너무 좋은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고 그들의 도움과 함께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본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비록 많이 부족하여 누구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면역학 분야의 대학원생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이 있다면 다음 두 가지 말은 해주고 싶습니다.
1. 좋은 멘토를 찾으십시오.
대학원은 독립적으로 연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경험하고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매우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조언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멘토에 따라 연구에 임하는 자세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힘, 어려움을 대처하는 자세, 더 나아가 여러분의 연구 인생까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좋은 멘토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연구는 더욱 재미있게 됩니다. 좋은 멘토를 찾는데 힘 쓰시길 바랍니다.
2. 열정과 성실함으로 무장하십시오.
좋은 멘토를 찾으셨다면 열정과 성실함으로 노력 하시길 바랍니다. 면역학 연구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채우고 있다면 좋은 결과는 뒤따라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문에 대한 설렘을 가지고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 해야겠다고 결심한 열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성실함은 대학원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열정과 성실함은 새로운 도전을 두렵지 않게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에 중점을 둔 연구였습니다. 앞으로는 기초면역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을 살리는데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에게 도움을 준 여러 사람들이 있었기에 한빛사에 제 이름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우선 본 연구를 지도해주신 이유정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지도해 주신 김종경 교수님과 최윤하 박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single thymic B cell 시퀀싱 분석 마스터 박은서 선생님께 엄지척과 함께 한번 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비전 실험을 비롯하여 여러모로 저에게 큰 도움과 감동을 주신 존경하는 이승우 교수님과 박윤지 박사님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올려 드립니다.
이 연구의 시작을 함께하면서 지금까지도 내 편이 되어주는 T 세포 발달 연구실 멤버 초롱이, 민지누나, 은진이, 민규, 명석이도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너무 착하디 착한 우리 세포면역학 친구들 소라, 연우, 건주, 수빈이, 다인이, 영식이, 시헌이, 창형이, 채림이, 정용이, 재혁이 도움을 주시는 테크니션 선생님들 모두 덕분에 저는 행복한 졸업을 앞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단 말을 전합니다. 또한, 학위과정 중 여러모로 큰 힘이 되어준 PI 스터디 멤버 영민이형, 성민이형, 숙진누나, 찬종이, 혜빈이, 은지, 승원이, 하은이, 혜나 그리고 거의 정신적 지주였던 승현이형 에게도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내편 윤상이, 병삼이, 영현이, 석지, 신비, 서현이, 새롬이 전부 짱짱 고마워! 마지막으로, 늘 저와 함께 기뻐해 주시고 슬퍼해 주시며 기도로 응원해주신 어머니, 아버지 너무 고맙습니다. 두 분의 사랑과 관심으로 지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누나와 매형도 옆에서 격려해주고 챙겨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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