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는 후성학적 조절인자인 EP300 (E1A-bind protein p300)에 의해 조절되는 소세포암의 발생과정에 관한 것입니다. 폐암의 13%를 차지하는 소세포암은 5년 생존율이 7%에 불과하고, 현재까지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아주 위험한 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은 폐암 환자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Rb, p53를 비롯한 대부분의 돌연변이가 tumor suppressor 유전자에서 발생되어 타겟으로 할만한 유전자가 마땅치 않은 것이 그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밝혀진 돌연변이들의 기작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나,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된 기작 연구나 연구를 할 만한 모델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소세포암 환자에서 발견된 EP300 돌연변이를 똑같이 재현하면 종양의 성장이 촉진되지만, 오히려 단백질 발현을 완전히 차단시키면 종양의 발달이 억제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EP300의 여러 도메인 중 다른 전사인자들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KIX 도메인의 ‘특이적 취약성’ 때문임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KIX 도메인은 종양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KIX가 없으면 암 세포의 증식이 없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취약성이 EP300 paralog 유전자인 CREBBP (CBP)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특이적인 현상이라는 점과 이는 하나의 아미노산 차이에서 발생되는 현상임을 알게 된 것이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여러 유형의 암에서 EP300 돌연변이가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KIX 도메인 표적이 암 치료를 위한 향후 약물 개발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P300라는 단백질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는 처음 생각한 tumor suppressor의 역할과 반대의 결과에 많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때가 첫 번째 고비이자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모델을 이용하여 확인해 본 결과 저의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EP300 단백질의 mutation 위치에 따라 암 발생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추가 실험을 통해 처음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EP300 단백질의 KIX 도메인을 타겟으로 한 치료법 발굴에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KIX 도메인을 타겟으로 한 chemical drug은 존재하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은 없는 상황이라 고민하던 중 같은 대학의 John Bushweller 박사의 도움으로 peptide를 이용하여 KIX 도메인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EP300 단백질과 80% 이상의 유사성을 보이는 CREBBP의 KIX 도메인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또다른 질문 중에 하나였는데, 아미노산 서열에 따른 구조적 차이가 이런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은 향후 약물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University of Virginia 는 Charlottesville에 위치해 있는 주립 대학교입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은 School of Medicine, Department of Microbiology, Immunology, and Cancer biology 입니다. 다양한 유전자 변형 마우스와 암 전구 세포 (pre-cancerous cell) 등을 이용하여 폐암 (SCLC)의 발병 원인과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실험실은 최근 발표된 논문을 바탕으로 폐암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 범위를 확장하려 합니다. 현재도 여러 그룹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연구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박사님께서는 제 이메일 kk2pq@virginia.edu 또는 박권식 교수님께 kp5an@virginia.edu 연락을 주시면 성실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그 내용을 발표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제가 발표했던 데이터를 인용할 때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든 다른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많은 실험 중에서 한 두개의 실험만이 예상한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처음으로 연구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원하는 실험결과를 얻는데 있어서는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실험 데이터 하나에 일희일비 합니다. 모든 연구가 성공적이라면 일에 대한 보람은 없을 것이고, 연구자들이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이 성공적인 연구자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실험이란 게 어느 순간 잘 진행되어 가다가도 한참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체되곤 합니다. 그때 자칫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흥미를 잃기도 하게 되지만 또 어느 순간 사소한 아이디어 하나에서 큰 돌파구가 열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일수록 혼자 고민하시지 마시고 주위 동료들, 혹은 교수님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면 분명 한단계 더 발전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마무리 중에 있습니다. 계속적으로 EP300를 넘어 폐암 환자에서 mutation 되어있다고 알려진 다른 단백질들의 연구를 통해 암 발생 억제 및 예방 (precision prevention)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이용해 향후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곳에 오래 있다 보니 더욱더 스승의 고마움을 깨닫게 됩니다. 학위과정동안 저에게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아낌없는 지원과 가르침을 통해 독립성을 가지는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서상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제 연구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discussion 하면서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아끼지 않으시는 저의 멘토 박권식 교수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연구자의 길에서 저를 이끌어주시고 도움주신 여러 교수님들과 선/후배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외에도 미처 언급하지 못하였지만 훌륭한 연구자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없는 타지에 흔쾌히 함께 와준 우리 아내 황아름. 육아에 지치고 힘든 아내를 뒤로하고 주말이고 휴일이고 항상 실험을 핑계로 실험실에 나가길 고집하는 남편에게 서운했을 텐데도 힘든 내색없이 밝은 모습만 보여주어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준 우리 딸 민서, 항상 저에게 무한한 사랑으로 용기를 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간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좋은 연구를 하시는 과학자분들께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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