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리생물학은 복잡한 생물 데이터나 생명현상을 수학을 활용해 분석하고 설명하는 분야입니다. 미분방정식 모델링부터 시작해서 위상 수학을 활용한 뇌 영상 분석, 대수학을 활용한 유전자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딥러닝을 포함한 머신러닝이 크게 발전하면서 이를 생물데이터에 적용하는 연구 사례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물학에서의 관측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직관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범람함에 따라, 이러한 수학과 생물학의 협업 연구 사례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본 연구도 저의 공동 연구자이신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의 김은영 교수님 연구팀에서 실험하신 데이터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기존에는 초파리의 생체시계 뉴런들은 모두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뉴런에서 측정한 단백질 데이터가 돌연변이에 대해 다르게 변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는 ‘사실은 두 뉴런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수리모델링을 통해 실제로 두 뉴런의 핵심 단백질 양과 단백질이 생성되고 분해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예측했습니다. 나아가 두 뉴런의 이러한 차이로 인해 강하면서도 유연한 생체리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 수리모델로 예측된 시뮬레이션 결과들은 초파리 생체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초파리보다 고등한 생물에 대해서도 생체 시계의 세포들 간의 차이가 강하고 유연한 생체리듬을 만드는 핵심원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KAIST 수리과학과 수리생물학 연구실에서 김재경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수리과학과 소속의 연구실인 만큼 모든 구성원들이 생물이 아닌 수학을 전공했고 수학을 활용해 생물 문제를 푸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은 기초과학연구원 (IBS)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내의 의생명수학그룹(BIMAG) 소속이기도 합니다. BIMAG은 (1) intracellular dynamics team (2) intercellular dynamics team (3) systemic dynamics team 세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팀에서는 강한 생체리듬을 만들어내는 세포 내 메커니즘, 세포 간 네트워크 추론 방법론 개발, 인간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의 경우에는 intracellular dynamics team에서 초파리 생체시계가 강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시작됐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흔히, 수학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를 푸는 이미지를 상상하시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선입견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할 때, 수학과보다는 실용적인 연구를 지향하는 공대를 갈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결국에는 수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본 연구과정에서 저의 시뮬레이션 예측이 실제 실험결과와 부합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수학을 이용해 현실과 맞닿아 있는 생물학 문제를 풀었다는 점이 보람찼습니다. 물론, 계산수학이나 금융수학 등 현실적인 문제에 도전하는 많은 응용수학 분야가 있지만, 현실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수리생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부분의 후배분들이 수리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생소하시겠지만 과감히 진학해 보실 것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생 때 생물과목을 선택 하지도 않았고 대학교 학부 시절, 생물 성적도 좋지 않아 생물 관련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해서 수리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결과, 생물학을 잘 몰라서 겪는 어려움보다 생물학에 수학을 접목해서 얻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미분방정식을 맞닥뜨렸을 때, 해의 존재성이나 유일성 같은 수학적 개념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면, 생물학을 접목한 이후에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미분방정식이 원하는 해를 갖는지, 해를 갖는 매개변수의 값이 생물학적으로 가능한지를 고려하는 등 모델을 보는 관점이 넓어졌습니다. 단순히 생물 혹은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수리생물학 분야에 진학하신다면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실 겁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전까지 개발되었던 생체시계 모델들은 초파리의 다른 생체시계 뉴런들의 특성 차이를 반영하지 못 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델에 새로운 메커니즘들을 추가하였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메커니즘들이 강한 리듬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최근에 이런 메커니즘들이 강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풀어내어 결과를 논문으로 출판하였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과정에서 단백질 데이터의 주기를 측정하던 중 기존의 주기 측정 방식들에 문제가 있음을 체감하여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런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 긴 기간 동안 지도해주신 김재경 교수님과 김은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 시뮬레이션 결과를 믿고 실험 결과를 공유해주신 권미리 선생님과 조은주 박사님, 그리고 연구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이상혁 박사님과 김현 박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연구 중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같이 위로하고 웃어주었던 대욱, 석주, 혁표, 윤민, 연구실 동료들, 그리고 후에 연구단에 합류하여 적응하기 바쁜 와중에도 마음 써주신 Aurelio, Bryan, 조현태 박사님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멀리 떨어져서도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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