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
지금까지 224개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중 188개가 ‘모델 생물’을 이용한 연구의 공로입니다. 2021년 수상자인 David Julius와 Ardem Patapoutian는 열, 냉기, 촉각이 어떻게 감지되고 전달되는지를 밝혔으며, 2018년 수상은 면역 시스템을 활용한 암 치료 방법을 개발한 Tasuku Honjo와 James P.Allison의 몫이었습니다. 이 연구들은 가장 대표적인 모델 생물인 쥐를 이용하였습니다. 기초과학 연구에 수없이 활용되고, 인간 질병의 원리를 이해하고 약물을 테스트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델 생물은 쥐입니다. 하지만, 쥐를 모델로 이용하여 밝힌 연구의 결과가 인간에게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개발된 약물이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질병 치료와 의약품 개발을 위해 모델 생물과 인간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분자 진화 (molecular evolution)를 연구하는 것은 모델 생물과 인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이번 연구는 i) 유전자 발현량 차이, ii)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변화, iii) 유전체 비교를 분석하여, 쥐와 사람의 분자 진화를 통합 분석하였습니다. 이 연구로 인해 인간의 질병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전자 이상을 가진 동물 모델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모델 생물을 이용한 실험 결과를 정밀하게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인간과 쥐에서 얻은 조직 특이적 유전자 발현 양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학습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만들었기에, 유전자 편집 모델 생물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에서 이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합니다. 연구가 계속 발전하면 가까운 미래에는 쥐에서 이루어진 분석 결과가 인간에게서도 얼마나 유사할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와 유전체 발현량 비교를 통해 인간 질병을 더 정확하게 모사하는 질병 모델 생물을 선택하는 기술의 개요]
- 연구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약 2년 전 새벽 3시 저는 혼자 실험실에 앉아있었습니다. 우울했습니다. 열심히 해도 한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 초기 2년 동안 거의 매일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연구에 쏟아부었는데,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라고 되뇌는 저 자신을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열심히만 되뇐다고 될 일인가?’ 최종 목표가 열심히 하는 것이 되면 안 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연구자들은 정말 많지만, 소수만이 최종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생산해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열심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저의 생활 패턴과 연구를 한발 뒤에서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유는 연구 진행 과정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줬습니다. 글로 정리해보니 연구의 논리 순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해졌습니다. 새로운 2년은 저에게 논문을 선사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Bioinformatics 연구실 중 한 곳입니다. 특히 실험실 구성원분들 개개인 굉장히 훌륭한 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연구자의 자질을 보시는 안목이 탁월하시기에, 지금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 실험실 내부에 정치싸움이나 기 싸움이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집단에 비하면 굉장히 서로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뭉쳐있는 팀입니다. 쓸데없는 감정 소비하는 시간에 연구를 같이 잘하자는 마인드입니다. 그리고 이미 졸업하신 훌륭하신 선배들님이 있으십니다. 전국, 세계 각지에 각자의 역할(연구/비지니스)을 수행하십니다.
실험실의 연구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Molecular evolution, Network biology, Precision medicine. 구체적인 연구 분야 및 출판된 논문은 실험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sbi.postech.ac.kr)
[실험실 입구 사진(좌), 실험실이 있는 C5 건물(우)]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낀 점
Polymath (박식가)가 되어야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구활동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기존의 지식을 암기를 잘하거나 암산을 빠르게 하면 인정 받던 학창 시절과는 구분되는 활동이죠. 분야마다 요구되는 능력은 다르겠지만, 하나의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구되는 능력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 또한 연구자의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 자부심, 보람
자부심과 보람에 대해 생각하면 두 가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먼저,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초안을 완성했을 때, 약 100페이지의 분량이었습니다. ‘아직 해야할 일이 많지만, 아무것도 안 하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후배님들이 도움을 청해서 번갈아가면서 주말에 만나서 저의 직간접적 경험, 생각, 그리고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놀랍게도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후배님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감탄했습니다. 성장해주시고 귀감이 되어준 후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1) 글쓰기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글쓰기입니다.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 아이디어 생산은 무궁무진합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진정한 가치로 만들어주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모든 실험이 마무리가 되었을 때의 글쓰기는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니 중요성을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각각의 실험이 진행될 때, 또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부터 아이디어를 다듬을 때도 머리 속의 생각을 글로 다듬는 게 좋습니다. 머릿속에선 굉장히 논리적이었는데, 막상 글을 쓰면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Bioinformatics 분야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실험을 빠르게 할 수 있고 논리의 방향을 다각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우리 분야에서 더욱더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학위 과정 이전 4년의 글쓰기 강사 경력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코딩
코딩을 못 해도 진학이 가능하지만 잘하면 도움은 확실히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실험실 선배님에게 처음으로 print(“Hello, world!”)를 배운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모르는 부분 선배님들께 양해를 구하면서 배웠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후배님들은 과거의 저보다 코딩 속도가 빨라서, 신입생 시절 저보다 실험 진행이 빠른 것을 봤습니다.
3) Bioinformatics의 장점
연구의 자유도가 큽니다. Wet 실험실에 비해서 우리와 같은 dry 실험실은 할 수 있는 실험의 자유도가 큽니다. 다른 실험실에 비해서, 본인이 연구하고자 할 때 환경적 제약이 적습니다. 예를 들면, A라는 실험을 하고 싶은데 교수님은 B라는 실험을 요구합니다. Wet 실험실에 비해서 A와 B 모두 다룰 수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B를 안할 생각을 하시면 안됩니다.)
이외에도 후배님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한 사항이 개개인으로 다를 것 같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을 질문해주시면 제 생각을 솔직히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doyeon@postech.ac.kr)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혼자 만족하는 연구보다는 타인에게 가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쓸모 있는 연구를 하고 싶으며 좀 더 세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너무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직간접적인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가장 먼저 김상욱 교수님을 비롯한 우리 실험실 구성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도움 준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소한 디스커션 하나하나가 쌓여서 모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힘들어할 때 전화해주고 생각을 공유해준 친구들과 주위 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오히려 직접적인 해결책을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한숨 쉬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감정적으로 많은 동기부여가 되어서 다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한빛사 인터뷰를 찾아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분명 저보다 훌륭한 연구자 또는 앞으로 그렇게 되실 잠재력을 가지신 후배님들일 거라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Bioinformatics
#Molecular evolution
#Precision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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