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 등록2022-01-12
- 조회2,965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 연구팀이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전이 임파선의 갯수만으로 병기를 설정하는 현재의 대장암 병기 체계보다, 전이 임파선 갯수에 Tumor deposit 의 갯수를 더한 총합을 기반으로 병기를 설정하는 '수정된 병기 체계'가 더 정확하게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음을 보인 논문 입니다. 또한, 이러한 '수정된 병기 체계'는 기존의 병기 체계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고위험 환자군 (N3 병기를 새롭게 정의) 을 선별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최근, 3기 대장암 환자의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정확한 병기 설정 혹은 세부 병기 설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진은 Tumor deposit 의 갯수를 병기 체계에 반영시켜, 보다 예측력이 뛰어난 '수정된 병기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본 연구의 결과가 향후 다양한 임상 연구를 비롯하여 AJCC 9th edition 에 반영되고, 임상 현장에까지 널리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논문 초안이 완성될 즈음, 본 연구와 거의 유사한 컨셉의 연구가 유명 저널 (Annals of Oncology) 에 e-pub 으로 게재된 것을 확인하고 패닉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 논문은 유럽에서 진행된 유명한 다국가 RCT (IDEA trial) 에서 구축된 튼튼한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단일 기관의 후향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제 연구가 한없이 초라해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Tumor deposit 이라는 주제가 그만큼 높은 관심이 최근에 집중되고 있는 트렌디한 토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 선명한 Novelty 없이는 망할 수도 있겠다는 벼랑 끝 심정으로 집요하게 추가 분석을 시행했고, 결국 기존 논문에서 보이지 못한 새로운 결과들을 일부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완성시킨 초안을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논리 흐름으로 Manuscript 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새로 완성시킨 Manuscript 을 Annals of Surgery 에 제출했고 몇 주 뒤, Minor revision 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Annals of Oncology 에 실린 유럽 논문을 읽으며 패닉에 빠지던 그 날의 모니터 화면이 지금도 생생한데, 그 때 만약 좌절하고 포기했다면, 본 연구의 데이터는 큰 빛을 받지는 못했을 것 입니다. Novelty 를 빼앗기는 경험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이를 돌파해낸 기억은 아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기관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3만여명의 대장암 환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각종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에서 얻어진 검체를 활용하여 여러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대장암 연구의 A to Z 를 실현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공식적인 MD-PhD 제도는 없지만, 풍부한 임상경험과 심도있는 의학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는 의사 연구자에게 저희 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최적의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Annals of Surgery 는 모든 외과의사의 꿈의 저널입니다. 외과계 저널 중 가장 유서깊은 전통과 역사를 지녔고, 이름만으로도 전설이 된 외과의사들 (Billroth, Whipple, 등) 이 100여년 전, 자신의 술식을 처음으로 소개했던 저널입니다. 저도 외과의사로서 오래전부터 이 저널을 구독하며, 언젠가 꼭 이름을 싣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 연구를 통해 그 영광을 누리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습니다.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디어, 분석, 본문 작성 등 전 과정을 이끌어주신 김희철 교수님과, 제가 오롯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여건과 기회를 마련해주시고 늘 기다려주신 이우용 교수님, 이 두 분의 지도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의학은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학문 중 하나 입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새로운 표준과,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논문을 읽어야 합니다. 최신 논문을 따라가다보면, 이 학문의 현재 수준이 어디까지 와있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더 연구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도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은 초심자일 뿐이지만, 이 첫 걸음을 내딛기까지 수많은 최신 논문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의학 연구에 수십년을 바친 교수님들조차 이를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연구의 시작단계에 있는 후배들에게는, 최신 논문을 캐치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필수 덕목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후배 연구자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Tumor deposit 의 발생 기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팀은 본 연구의 확장판으로, 'Tumor deposit' 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Tumor deposit 과 Tumor budding 이 발생기전 상, 하나의 sequence 상에 놓여있는 동일 기원의 서로 다른 표현형이라는 가설 하에, 이 둘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또한, 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과의 연관성에 대해 유전자 변이 특성에 기반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신 모든 대장항문외과 교수님들과 병리과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매번 복잡한 데이터 정리 요청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주는 김광미 데이터 매니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힘들고 어려워할 때 마다,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아내와 딸, 그리고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Colon cancer
#Tumor deposit
#TNM st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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