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DNA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조절은 전사 조절(transcriptional regulation), 후생 유전학적 조절(epigenetic regulation), chromosomal 3D architecture 등이 매우 정교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복잡다단한 프로세스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유전자 조절을 통합적인 분석과 이를 종합할 수 있는 시각에서 해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복잡한 생명 시스템과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저는 이처럼 복잡한 유전자 발현 조절의 메커니즘과 이것이 어떻게 aging을 비롯한 인간 건강 및 질병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Aging 과정 중에는 세포 핵 내에서 heterochromatin을 비롯한 크로마틴 구조(chromatin architecture)가 붕괴되며, 이것은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와 조로증(premature aging diseases)과 같이 모든 aging 관련 현상에서 관찰됩니다. 하지만 aging, 크로마틴 구조의 붕괴, 그리고 aging과 연관된 신체의 퇴행성 변화(degenerative changes) 간의 연관성, 즉 인과관계와 메커니즘 등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CpG island(CGI; 많은 숫자의 CpG dinucleotide가 반복해서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체 상의 구역)가 promoter 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전자(CGI- gene)의 오발현이 aging 과정 중의 크로마틴 붕괴로 인해 발생하며, 이 오발현이 aging으로 인한 퇴행성 변화를 야기하는 큰 축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아래 그림). 구체적으로는, 발현되지 않아야 하는 조직 특이적 유전자들의 오발현 (예를 들어 근육 특이적 유전자가 신장에서 발현), 그리고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포함한 분비성 단백질들을 코딩하는 유전자들이 오발현되는 현상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NCBI에 등록된 aging과 관련된 모든 인간 및 마우스 transcriptome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ging으로 인한 CGI- 유전자의 오발현은 포유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었으며, aging과 관련된 질병 (알츠하이머, 심근증, 지방간 등) 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CGI- 유전자 오발현은 aging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aging 관련 퇴행성 변화와 만성 염증(inflammaging)을 늦추거나 치료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CGI- gene misexpression during aging. Aged nuclei exhibit loss of nuclear lamina (NL), inner nuclear membrane (INM) proteins, and heterochromatin (Het). This disorganization of nuclear/chromatin architecture gives rise to uncontrolled expression of CGI- genes during aging, which causes age-related degenerative changes.
본 연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빅 데이터 분석(big data analysis)을 기반으로 진행된 systems biology 연구입니다. 2021년 기준 5백만 개 이상의 인간/마우스의 시퀀싱 데이터가 NCB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불과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앞으로 데이터의 양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각의 연구에서 시퀀싱 후 실제로 활용되는 내용은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이렇게 일부만 이용되고 마는 데이터에도 생물학적 의미가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본 분야는 생명 활동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이해(systems biology)하고자 public data mining을 통해 대량의 시퀀싱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pipette work와 결합하여 보편적인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 학위 취득 후 이 분야에 큰 관심이 있어서 현재의 연구실에서 postdoc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때 생물정보학 기반의 연구를 수행하긴 했지만 수천에서 수만개에 달하는 시퀀싱 데이터를 한 번에 다루는 것은 생소하였기에 연구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수많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에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분명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현재에 와서는 본 연구를 마무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빅 데이터를 다루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MDI Biological Laboratory는 미국 Maine 주의 Bar Harbor 라는 곳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생소한 지역에 있는 크지 않은 연구소입니다. 연구소는 aging과 regeneration에 관련된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실에서 axolotl, zebra fish, killifish, C. elegans, drosophila, mouse 등의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Postdoc/박사과정으로 aging 혹은 regeneration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본 연구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에서 여름 휴양지로 가장 인기있는 곳 중 하나인 Acadia National Park가 연구소 코 앞에 있다는 점입니다. 여름에는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에서 다루었던 aging을 비롯하여 아직까지 잘 밝혀지지 않은 여러 생물학적 난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주로 일회용으로 이용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쌓여만 가는 시퀀싱 데이터를 재활용하여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만드는 것 역시 보람을 느끼게 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또한 다른 연구자분들이 제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제게는 연구의 큰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빅 데이터 분석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교육하기 위한 강의 혹은 전공이 많이 개설되고 있으며, 이는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퀀싱 데이터를 프로세싱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컴퓨터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코딩과 분석 툴을 익혀서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놓치는 것 없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끈기있게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여 분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연구실의 슬로건은 Ronald H. Coase가 말한 “If you torture the data long enough, it will confess to anything” 입니다). 저 역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앞으로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 과정 중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로서는 본 연구의 컨셉을 발전시켜 크로마틴 구조, 유전자 조절, 그리고 다양한 질병들과의 관계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낯선 곳에서 postdoc을 시작하면서 처음엔 생활과 연구 모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런 저를 물심 양면으로 챙겨주시고 이끌어주신 저의 advisor 백삼열 교수님, 그리고 송자원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 연구의 collaborator인 James, Gary, Ron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실험과 논문 작성을 함께 해준 Ian, Elliot, 김종환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가 한 사람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 주신 최윤재 교수님, 조종수 교수님, 강상기 교수님, 김은배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Aging
#Chromatin architecture
#Gene regu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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