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냉동 보관된 난소를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월동기 등의 악조건을 거친 동물들이 조건이 좋아지면 재빨리 자손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휴면난모세포 (quiescent oocyte 또는 quiescent primordial follicle)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 1). 사람의 경우 여성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휴면난모세포 풀을 형성하고, 휴면난모세포 풀의 변화가 사춘기 및 폐경의 시점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휴면난모세포의 비정상적인 분화는 불임의 주요한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태어난 후 약 50년 동안 적절한 숫자의 휴면난모세포를 꺼내서 사용하고 나머지 풀을 휴면상태로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자세한 기작 (mechanism)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정호 교수 (제1공동저자)와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교의 유영재 교수 (교신저자) 연구팀은 교감신경 전달신호가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는 주요한 인자임을 밝힌 논문을 2021년 11월 26일 Nature Communications지 (IF 14.9; https://rdcu.be/cB5Os)에 발표하였다. 김정호교수와 연구팀은 3가지 모델동물 - 예쁜꼬마선충 (Caenorabditis elegans),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 제브라피쉬 (Danio rerio) - 을 이용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영양분신호가 가속페달로 교감신경전달신호 (옥토파민/노르에피네프린) 가 브레이크로 작용하여 휴면난모세포의 균형적인 활성화를 조절한다는 진화적으로 보존된 이론을 제의하였다 (그림 1).
이 이론은 흔히serendipity란 단어로 표현되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어 오랜 연구 끝에 정립되었다. 김정호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의 굶주림 신호’와 관련된 연구 (Cell metabolism, 2006년 발표)에 이용된 굶주림 신호 체제가 증폭되어 있는 돌연변이체에 굶주림 신호 전달자인 옥토파민을 합성할 수 없는 다른 돌연변이를 추가하여 이중돌연변이체를 제작하였다. 이 실험은 옥토파민이 굶주림 신호의 주요 인자일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이중 돌연변이체는 옥토파민이 없음에도 여전히 굶주림 신호가 증폭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하게도 자손을 생산하지 못하였다. 당시 석사과정 김효진 학생이 옥토파민이 난자성숙과정을 조절하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하였으나, 모든 실험 결과 옥토파민이 난자성숙에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옥토파민과 난모세포의 연관관계가 모호해 짐에 따라 추후 연구방향을 잡지 못하던 차, 유영재 교수 (교신저자)가 옥토파민이 정상적인 난모세포의 성숙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휴면난모세포를 유지시키는 신호일 가능성을 제안한 것이 장기간에 걸친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
김정호교수와 당시 유영재 교수 실험실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USA) 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현문정박사 (제 1 공동저자, 현 안정성평가연구소)는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하여 난모세포 (quiescent oocyte)가 장기간 휴면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옥토파민이 필요함을 밝혔다. 옥토파민이 휴면난모세포의 유지에 관련된 것이 여러 동물들에 보편적인 기작인지 조사하기 위해, 김정호교수는 옥토파민이 결핍된 돌연변이 초파리에서 휴면난모세포 상태를 관찰하였다. 영양분, 특히 아미노산을 섭취하지 못한 정상 암컷 초파리는 휴면난모세포를 축적하는 반면, 옥토파민이 결핍된 돌연변이 초파리는 휴면난모세포를 축적하지 못했다. 옥토파민을 만들지 못하는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의 돌연변이체가 옥토파민을 외부에서 공급해주면 다시 정상적으로 휴면난모세포를 축적할 수 있는 결과로부터 김정호교수는 옥토파민이 무척추동물의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초파리의 배양은 동 생명과학과의 민경진교수 연구실에 있는 초파리배양실에서 이루어졌다.
척추동물은 무척추동물의 옥토파민 대신 그와 유사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 노르에피네프린을 교감신경으로 부터 분비하여 동물이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리학적 변화를 유도한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무척추 동물에 공통적으로 옥토파민이 휴면난모세포 유지에 필수적임을 확인한 후, 김정호 교수는 과연 ‘옥토파민에 대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척추동물의 휴면난모세포의 유지에 필수적인가’를 노르에피네프린을 합성할 수 없는 제브라피쉬 돌연변이체를 이용하여 연구하였다. 나고야 대학의 Hibi 교수 (공동연구자)와 유영재 교수 (당시 나고야 대학 특임교수)가 이 돌연변이물고기를Prober 교수(Caltech, USA) 로 부터 얻어, Hibi 교수의 배양실에서 물고기를 배양하고, 김정호 교수가 방학기간 동안 돌연변이 제브라피쉬 관리 및 영양분 제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약 2년간의 연구결과, 옥토파민이 결핍된 예쁜 꼬마선충과 초파리가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지 못하는것과 동일하게, 노르에피네프린이 결핍된 제브라피쉬 돌연변이체도 영양분이 제한된 상태에서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지 못함이 밝혀졌다 (그림 2). 이 결과들을 이용하여 김정호교수 연구팀은 척추동물은 노르에피네프린을 이용하고 무척추동물은 옥토파민을 이용하여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한다는 통합이론을 제안하였다. 즉, 영양분이 충분한 좋은 환경에서는 영양분신호가 난모세포의 성숙을 활성화하는 신호 (가속 페달)로 작용하여 동물들이 많은 자손을 생산할 수 있게 하나, 영양분이 충분치 않거나 환경의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는 교감신경으로 부터 분비되는 옥토파민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난모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난모세포의 휴면상태를 유지시켜 (브레이크) 소중한 난모세포들이 손실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림 1).
김정호교수는 “제브라피쉬 돌연변이체들이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관찰하는 순간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에 제시된 통합 이론은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도 노르에피네프린을 이용하여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라고 연구의 즐거움 및 연구 결과의 파급효과에 대해 피력하였다. 유영재교수는 “ 지금도 옥토파민이 휴면난모세포 유지에 필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떠올랐을 때의 느낌 (Eureka!) 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논문은 약 10년간 걸친 모든 저자들의 지치지 않는 노력과 협력의 결실로 이루어져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라며 우연한 관찰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 오랜 기간의 연구에도 지속적으로 새롭게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공동연구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였다.
불임의 원인의 하나로 알려진 다낭성 난소 증후군 (polycystic ovary syndrome, PCOS) 과 교감신경의 상관관계가 임상적으로 입증되어 있으나 정확한 기작은 알려져 있지 않다. 또한 비만과 과영양상태가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으나 그 기작 또한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교감신경 (옥토파민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이 영양분의 상태에 따라 휴면난모세포를 보존상태를 조절한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과영양상태로 인해 몸의 영양분 인지신호가 과다하게 증가하면 이에 균형을 맞춰줄 교감신경이 점차 고갈되어 결국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그림 1. 휴면난모세포의 성장은 영양분 신호 (가속페달) 및 노르에피네프린/옥토파민 신호 (브레이크)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림 2. 노르에피네프린이 결핍된 제브라피쉬는 휴면난모세포를 유지하지 못하고 낮은 영양분신호에도 불구하고 난모세포의 성장을 유도한다. →휴면난모세포, →활성화된 난모세포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박사후 연수과정 당시 미국 동부에 위치한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이며, 일부 리비젼 연구는 현재 소속인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를 소개한다면, 국민건강과 안전사회 실혐을 위한 글로벌 독성연구기관으로 다양한 모델시스템을 활용하여 국민안전을 위한 화학물질 독성연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예쁜꼬마선충 모델 시스템을 활용하여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은 오랜기간 동안 연구한 주제로 (8년), 김정호 교수님과 유영재 교수님께서 우연하게 발견된 현상을 연구를 진행하다가 제가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진행된 것입니다. 연구라는 주제는 무겁게 느껴지지만, 제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나오게 되어서 보람도 느낍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활동에 있어서 실험을 디자인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수행하고 실패하고 성공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은 노력을 필요하게 됩니다. 단기간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결과를 얻었을 때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분명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다양한 비스페놀 대체물질에 대한 독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스페놀A 독성이 확인된 후 새로운 대체물질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질에 포함되는 비스페놀 대체물질에 대한 예쁜꼬마선충 모델과 세포를 활용하여 독성 기전을 밝히고 그에 따른 저해 물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를 통하여 한빛사에 소개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항상 저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아내, 장난꾸러기 두 아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동안에 든든하게 지원해주신 아버지, 어머니, 장모님, 장인어른께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에게 아낌없이 가르침을 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울산대학교 안병찬 교수님, 이 연구를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며,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김정호 교수님과 유영재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연구소에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안전성평가연구소 허정두 센터장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인사 올립니다.
#C. elegans
#Toxicology
#Bisphen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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