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미생물의 생태학적 역할 및 진화적 적응 경로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배양체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수많은 미생물들이 실험실 배양 불가능 상태에 놓여있어 이들에 대한 연구는 유전체를 활용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세계의 미생물학자들은 소위 미생물 배양 ‘dream list’를 작성하여 갈망하는 미생물들을 얻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도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만 들립니다. 자연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미생물 배양법의 한계를 고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고 새로운 방법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는 카탈레이스(catalase)를 배양배지에 추가하는 방법을 시도하여 2019년 최초로 담수 최우점 박테리아 acI의 배양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 결과에 대하여 국내 한 심포지움에서 발표를 하였는데, 발표 후 디스커션을 하던 자리에서 카탈레이스에 포함되어 있는 물질 헴(heme)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당장 acI 유전체의 헴 생합성 경로를 찾아보았더니 관련 유전자 7-8개가 뭉텅이로 빠져 있었습니다. 이에 최초로 보고했던 카탈레이스의 배양효과는 결국 이 단백질이 포함하고 있는 헴에 의한 효과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고, 실험실로 돌아온 즉시 헴(헤민) 시약을 주문하여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측했던 바와 같이 acI이 카탈레이스나 카탈레이스의 효과(과산화수소 제거)가 아니라 헴의 농도에 반응하여 생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헴은 지구상 거의 모든 생물체들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자연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자유미생물들이 헴을 생장인자로 요구할 것이라는 발상은 여태껏 하기 힘들었습니다.
본 연구는 환경에 우점하는 주요 담수 미생물이 외인성 헴에 의존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였을 뿐 아니라,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24,000여개의 미생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러한 헴 영양요구성(auxotrophy)이 수계미생물에서 생각보다 일반적인 특징일 수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성공한 줄로 알고 마무리했던 실험의 결과물을 발표했던 자리에서 귀중한 아이디어를 얻어 또다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게 된 결과를 널리 알리고, 다양한 시각의 의견들을 들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분자환경미생물 연구실(Lab of Molecular Environmental Microbial Biology)은 조장천 교수님의 지도 하에, 지난 2005년 이래로 지구 상의 다양한 환경에 분포하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 호소, 지하수와 같은 물 환경을 대상으로 "고효율배양기법"을 활용하여 박테리아를 분리 및 배양함과 동시에 다양한 분자생태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이들의 분포와 역할, 유전체 기능을 밝힘으로써 생태계에 존재하고 있는 미생물들의 생태적 기능을 규명해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혐기성 배양 시스템을 갖추어 토양의 미생물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 환경에서 분리해 낸 박테리아에 감염하는 박테리오파지의 분리 및 바이롬 연구도 저희 연구실의 연구분야 중 하나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여태까지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밝혀 내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제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동기이자 자부심입니다. 최근에는 제가 알게 된 사실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에도 새롭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로 인해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거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됩니다. 또 가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어 저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새로운 사실에 대해 탐구한다는 것은 매력이지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자유도가 굉장히 낮은 것 같으면서도 무한히 높다는 것도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후배들이 처음 시작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도 겪었었고, 또 현재에도 겪고 있는 과정임에도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헤매며 보고 듣는 많은 것들이 결국에는 후에 진정 어려움을 겪을 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흥미와 의지가 있다는 것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든다면 언젠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을 반드시 얻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건강관리 꼭 하세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연구 진행 중 유전체 분석 과정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의 새로운 생장인자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실험을 통해 더 많은 생장인자의 실질적인 작동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하여 직접 관심 있는 미생물들을 배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와 연관된 미생물의 적응/진화 연구 또한 계획하고 있는 후속 연구주제 중 하나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부족한 저이지만 늘 가르침을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조장천 교수님, 덕분에 벌써 두번째 한빛사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 올립니다. 또 아무것도 몰랐던 저를 가엾게 여겨주셨던 강일남 교수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회에 평소에 존경하던 한양대학교 이진원 교수님, 중앙대학교 전체옥 교수님, 오레곤 주립대 지오바노니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하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든든하게 저를 지켜봐주시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에게 사랑과 감사 전하고 싶습니다.
#heme
#auxotrophy
#microbial dark 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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