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에서 쓰이는 인지 훈련 (cognitive training)은 훈련과정에서 주어지는 과제에 대한 세부적 기억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반복된 훈련을 통한 전반적인 인지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합니다. 교육현장에서도 우리가 초중고등학교에서 긴 기간 동안 기초 학습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개별 과목 정보들을 세세히 기억하는 것 보다는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능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경과학에서의 그간의 눈부신 성과들은 특정한 기억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뇌에서 저장 되는지 세포와 회로의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인지 훈련의 결과로 인한, “개별 기억과는 상관없는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인지기능 향상 (memory-nonspecific and persistent cognitive function enhancement)”, 혹은 “학습의 학습 (learning to learn)” 현상이 어떠한 뇌의 변화를 통해서 일어나는지는 아직까지 신경회로 수준으로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쥐에서 Active avoidance training이라는 동물행동훈련방식이 인간에서의 인지조절훈련 (cognitive control training) 에서 나타나는 결과와 비슷함을 관찰하고, 이러한 훈련이 얼마나 장기적인 인지 기능향상을 불러일으키는지, 다른 종류의 행동훈련결과에도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뇌에서 어떠한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
행동실험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인지훈련과 상대적으로 난이도 가 낮은 훈련을 받은 통제 그룹을 비교하였을 때, 인지훈련을 받은 쥐에서만 인지훈련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관찰하였고 인지훈련을 받는동안 해마의 세포가 중요한 정보를 독립적으로 처리하여 중요한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인지훈련의 정보처리 양상을 보여주며, 인지훈련을 한 쥐의 해마 신경회로에서 대뇌 피질-해마간 연결이 억제 되어 있고, 그 기제에는 억제성 연합 뉴런 (inhibitory interneuron)의 활성이 증가되어 있는 것을 장기적인 신경생리학 (in vivo electrophysiology) 실험과 광유전학 (optogenetics)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결과는 인지훈련이 어떤 신경 기전을 통해 해마의 정보처리 기능을 향상시키는지 처음 보여준 연구로서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도 많은 고등인지기능 향상이나 “학습의 학습”에 대한 신경회로와 신경망 모델링의 후속 연구들이 기대됩니다.
이 연구는 저의 NYU 박사학위논문에서 다룬 주제로서 몇년간 한가지 주제로 계속 연구한 성과들을 모아서 출판을 한 것입니다. 처음 연구주제를 정했을 때 쥐에서 인지기능 향상과 그에 따른 신경변화를 측정한다는 실험 가설과 설계가 박사학위 커미티 교수님들에게 잘 설득되지 않아서 초반에 몇번의 힘(눈물)겨운 미팅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실험결과 증거들을 통해 커미티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이 결국 고스란히 하나의 페이퍼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질문하고 답하는 법에 대해서 배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제 자신이 학습의 학습 (learning to learn)을 박사훈련과정을 통해서 이룬 것 같습니다.
저는 졸업과 동시에 박사 후 연구과정으로 직장을 옮겼기 때문에 논문의 출판을 위해서 초반에는 뉴욕과 보스턴을 주말마다 오가며 남은 실험을 마무리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온라인으로 Dr. André Fenton 지도교수님과 디스커션과 논문 리뷰를 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심지어 출판과정에서는 첫번째 리뷰를 받고 실험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미국 연구소들이 한동안 연구자 출입도 금지하고 거의 5-6개월동안 모든 실험들도 멈춰야 했습니다. 이렇게 끝없어 보였던 정체기에 답답한 시간들도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리뷰어들이 더딘 진행을 이해를 해주어 결과적으로는 잘 진행되었습니다. 긍정적인면을 보자면 긴 리뷰 과정에서 리뷰어의 질문에 답하는 법과 핵심질문들만을 정리하는 법도 배우고 후속 연구까지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된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New York University (NYU) Center for Neural Science (CNS) 는 neuroscience 프로그램중에서도 Learning and Memory, Sensory perception, computational neuroscience 그리고 decision making 등의 인지신경과학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 건물 안에 원숭이와 mouse, rat, gerbil 등의 동물 관리 센터와 MRI센터가 모두 갖춰져 있어서 동물 행동신경과학연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뉴로이미징연구들이 다 함께 한 센터 안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가까이 위치한 심리학과나 응용수학과등과 연계하여 분자 생물학적인 접근뿐 아니라 신경회로와 행동연구, 신경회로 모델링 등의 모든 신경과학 방법론들을 다양하게 적용한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센터안에서의 교수들 간의 공동연구도 수시로 진행되고 있으며 랩 구분없이 참여하는 세미나와 토론 시간들이 많아서 학생들 간의 교류도 매우 활발합니다. 현재는 NYU medical campus에 있는 Molecular and cellular neuroscience 프로그램과 통합이 되어 함께 대학원생을 선발하며, 관심분야에 따라 크게 CNS와 분자생리학으로 커리큘럼은 나뉘지만 로테이션랩들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두 캠퍼스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들이 넓은 분야에서 다향한 경험을 해보고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항상 토론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학교가 뉴욕시 맨하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항상 접할 수 있어 학교 생활 외에도 정말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생활비를 고려하여 대학원생의 월급과 생활복지 수준도 매우 좋고, 학생 조합도 잘 되어있고, 프로그램 어드바이져가 학생들 편에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잘 들어주어서 만약에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부분 원만히 잘 해결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NYU CNS 학생이나 포닥지원에 관심있으시다면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한에서 언제든지 도움 드리겠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인데, 연구라는 것은 정말 끊임없는 인내심과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게는 손톱만큼 작은 쥐의 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세포 활성을 직접 만든 장치로 노이즈없이 볼 수 있을 때나, 길게는 자신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고 가설을 세우고 거기에 맞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게 되면 그만큼 연구자로서 기쁘고 보람 있는 일도 없습니다. 좀 더 궁극적으로는, 제 연구 결과로 인해 또 다른 좋은 질문들이 생기고 그 질문들에 다시 답하는 과정에서 신경과학이 조금이나마 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유학을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신경과학을 한다는 것이, 특히 심리학과 출신으로 생물학 기반의 신경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심리학과 출신이라서 오히려 행동연구나 인지기능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새로운 질문을 묻고 답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적이 많습니다. 지난 연구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기자신에 대한 한계를 미리 만들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살아본 적 없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도, 쥐로 신경생리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영어로 수업을 듣고 질문을 하고 논문을 쓰는 것도, 외국인들 앞에 제 연구를 발표하고 좋은 저널에 출판하는 것들 모두가 처음에는 상상도 안 가던 일이었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고 때로는 매우 지치는 일이지만 항상 열려있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배워 나간다면 어느 순간 높아보였던 벽들이 저 멀리 아래 내려가 있는 것을 많이 겪었습니다. 요즘은 정보도 많고 학부생들에게도 연구 참여 기회도 많이 열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연구 경험을 해봐야지만 자기가 연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잘 수행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관심 있는 연구가 있고 실험실이 있다면 한국이던 외국이던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해보지 않은 분야라도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의 Dr. Amar Sahay lab 에서 박사 후 과정중 입니다. 현재 실험실 에서는 제 박사 논문 연구를 확장하여 사회적 경험이 어떤식으로 신경회로와 인지기능에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그리고 neurogenesis라는 새로운 해마 세포 신경망의 확장이 이러한 인지 변화 과정에 어떤식으로 연계되는 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인지경험의 장기적인 저장과 그에 따른 신경활성기능 변화에 관한 연구를 통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주어진 사회환경에 적응해가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인지기능 변화는 무엇인지 답해갈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Dr. Fenton 박사지도교수님의 따뜻한 격려와 전폭적인 지원과 추진력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연구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박은혜 박사님을 비롯해 함께 고생하며 연구를 진행해주었던 같은 Fenton 랩 동료들께도 정말 많이 고맙고, 또 무엇보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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