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이번에 연구한 분야는 빅데이터 역학연구의 한 형태로 체성분과 골절의 관계를 본 연구였습니다. 비만은 만성질환, 심뇌혈관질환, 그리고 여러 암의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반면 골다공증이나 골다공증성 골절에는 비만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비만이 골절 위험을 높이다는 결과, 척추골절이냐 대퇴부골절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결과 등 서로 다른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에 체성분(근육과 지방)에 따라 골절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정량적으로 구분해서 본 대규모 연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행연구에서 우리나라 인구집단의 체지방량과 제지방량(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체성분무게)의 추정식을 개발하였고, 그 식을 이용해서 검토했습니다.
3년 추적관찰 기간 동안 남자 2,350건, 여자 6,175건의 골다공증 골절 발생 예측식을 통한 제지방지수(몸에서 체지방을 뺀 나머지)과 사지근육량지수가 높은 것이 암여 모두에서 골절 위험을 낮췄습니다. 제지방이 가장 적은 그룹과 비교하여 제지방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 총골다공증골절 위험이 37% (남자), 28% (여자) 낮았습니다. 사지근육량이 가장 적은 그룹에 비해 사지근육량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 총골다공증 골절 위험이 38% (남자), 29% (여자) 낮았습니다. 골다공증골절을 부위별, 성별로 층화분석하였을 때, 남성은 근육이 적은 것이 척추골절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으며, 여성은 체지방이 많은 것이 척추골절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습니다.
가끔 체중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면, 골절은 체중이 나가는 게 좋다던데요? 하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체중이 나가더라도 근육이 많아야지, 지방이 많은 것은 골절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교신저자이지만, 제가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박사과정이고, 교신저자를 하면서 교신저자됨의 역할을 훈련받았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및 의과학과 박상민 교수님입니다. 연구실 이름은 Health System Data Science Lab(홈페이지: snuhsds.com)이고, 대규모 건강정보 자료와 데이터 과학 기술을 접목시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생활습관에 관심이 많습니다. 운동과 건강? 당연히 운동해야 건강하지!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얼만큼 하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명백하지 않습니다. 또 한 시점의 결과가 변화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D가 낮으면 건강지표가 좋지 않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그러나 비타민 D를 높여주는 것이 건강이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연구들은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습니다. 즉, 한 시점의 값이 아닌, 그 변화가 건강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연구 스케일은 도저히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데, 상상 속에 있던 궁금증을 연구실의 많은 박사과정 선생님들과 지도교수님의 도움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어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환자들 뿐 아니라 일반 인구집단에도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어 실용학문자 입장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속한 연구실은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실입니다. 연구 측면에서 수치화된 빅데이터 분석과 이미지들의 AI 딥러닝 분석으로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으며, 저는 수치화된 빅데이터 분석을 주로 배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개인의 건강정보 뿐 아니라, 대기오염이나 지역 환경 등의 데이터를 융합하여 확장된 건강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자 선생님들은 진로 선택의 한 과정에 학위과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뒤에 선택한 학위과정이라 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로를 이리 저리 고민하다가 30살이 다 되어서야 의대에 진학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제 경험에서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자아실현 측면에서 “늦은 건 없다. 이 나이에 못하는 것은 키즈모델뿐이다!”라는 말입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경을 쓰지 않으시면, 그 외 모든 인생의 과업 – 결혼, 부모됨, 경제적 자유 – 이 다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다 늦어져 아등바등 사는 느림보 선배의 경험담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는 진짜 건강식품은 약국이나 병원이 아닌 마트와 시장에 있고, 진짜 내 건강을 돌보고 관리하는 코치는 의사나 약사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대부분의 진료와 연구는 생활습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양, 운동, 흡연, 그리고 음주와 질병의 관계에서 미지의 영역을 찾아 지속적으로 탐구해 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 방 정리도 빛나게 못하는데, 한빛사 사이트에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영광일 따름입니다. 저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개인의 건강을 다루는 의사로, 무수히 많은 기초연구자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입장이라 이 자리를 빌어서 많은 연구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생활습관
#체성분
#건강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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