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경험은 기억으로 저장이 되고 그 기억은 우리의 뇌 속에서 특정 신경 세포 집단에 의해 표상됩니다. 이러한 기억 저장 세포 집단이 기억의 물리적 단위로 여겨지며 이를 기억 엔그램 (memory engram) 이라고 합니다. 1900년대 기억 엔그램의 발견 이후 많은 연구들이 기억 엔그램과 엔그램 형성 원리에 대해 활발히 규명해왔습니다. 그 결과 기억 저장 메커니즘의 이해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많습니다.
한번 저장된 기억 엔그램은 시간이나 경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저희는 생쥐 모델에서 광유전학 기법을 이용하여 반복된 학습의 기억이 기존에 형성되었던 엔그램과 전혀 다른 신경세포에 저장됨을 밝혔습니다. 같은 기억은 늘 같은 위치에 저장되고 축적될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 상반되는 발견이었습니다. 학습과 기억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앞으로의 기억 원리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의 생명과학과에는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실이 모여 있어 다른 연구실과의 공동연구가 용이하고 자유롭습니다. 그 덕에 이번 논문에도 김은준 교수님 연구실의 신왕용 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핵심 결과 중 하나인 전기생리학 데이터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생명과학과 연구실 중에서도 한진희 교수님의 기억 생물학 연구실에 소속되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기억 생물학 연구실은 생쥐 모델을 기반으로 기억 형성 원리부터 업데이트 현상 등 기억의 다양한 성질을 동물 행동, 신경회로망, 신경세포, 시냅스 그리고 분자 단위에서 관찰하고 연구합니다. 뇌 속 수억 개의 뉴런들이 어떤 원리로 연결되고 때론 분리되어 기억을 저장하고 수정하고 또 잃어버리는지 규명하는 흥미롭고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 사이트 (https://sites.google.com/site/neuralcircuitandbehaviorlab/)에 방문하시면 보다 많은 정보들을 확인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카이스트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가장 감사했던 것은 다채롭고 기발한 생각을 가진 과학자들과 토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초창기에는 랩미팅 때 선배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전의 선배들만큼 성장한 후배들과 discussion할 때면 항상 놀라면서도 행복합니다. 교내뿐만 아니라 국제 학술대회에서 유명한 신경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과학자들과 관심 분야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또 그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열심히 아이디어 구상하고 치밀하게 실험계획을 세워 꼭 잘 되었으면 하는 실험은 엎어지고, 오히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과정에서 핵심적인 데이터를 얻을 때, 운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나의 유의미한 결과를 위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도 없이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은 기회를 맞닥뜨릴 날이 반드시 옵니다. 그러니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고집스럽게 매달려 초심을 지켜내는 과학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대학원생 분들을 응원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논문의 후속으로는 반복 학습 이후 기억 엔그램이 바뀌는 현상에 대한 한가지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의무와 책임이 있듯이 과학자의 의무는 자연의 비밀을 탐구하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개선책을 찾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저는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 회사에 입사해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과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연구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대학원과 박사 후 과정동안 해온 연구와 전혀 다른 분야일지라도 도전하여 연구경험도 넓히고 더 많은 역량을 보유한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빛사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영광입니다. 저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모두 한진희 교수님과 좋은 논문이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연구실 동료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억 엔그램
#기억 연구
#신경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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