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몸의 호흡기도 표면에는 7 마이크로미터 길이의 머리카락 모양을 가진 섬모 (cilia)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 섬모세포들은 메타크로날 (metachronal) 움직임 (속칭 물결운동)에 의해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먼지, 공해물질들을 가래를 통해 밖으로 배출시킴으로써 호흡기계를 항상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흡기계의 청결 유지 및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원활한 섬모 운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들어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유해인자에 대한 만성 노출 및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이 늘어나면서 호흡기도의 섬모 운동 저하 및 장애로 인한 중증 호흡기 질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호흡기의 건강상태를 조기에 확인하고 호흡기 질환의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호흡기도 섬모 세포의 운동 횟수 (ciliary beat frequency: CBF)를 측정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CBF 측정법이 바로 고속 푸리에 변환을 이용한 스펙트럼 분석법입니다. 이 방법에서 고속 현미경으로 섬모를 일정시간 동안 촬영한 뒤 카메라 픽셀 신호에 푸리에 변환을 적용하면, 픽셀 신호 변화에 대응되는 주파수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주파수가 바로 섬모의 운동 횟수입니다. 그러나 기존 방법은 몇가지 고질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섬모 운동 특성 상 이웃 섬모들의 운동 궤적이 측정 픽셀에서 서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픽셀 신호를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스펙트럼 상에 다수의 주파수가 검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실제 CBF를 파악하기 힘든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현미경 이미지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섬모 세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섬모 세포 확인에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어 적지 않은 측정 오차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방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모션-콘트라스트 (motion-contrast) 영상법과 이미지 상관 (image correlation)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CBF 측정 기술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림 1). 제안 기술에서 현미경으로 획득한 이미지 데이터에 모션-콘트라스트 영상법을 적용하게 되면, 섬모세포 운동에 기인된 동적 신호 성분만을 추출함으로써 개별 섬모세포들의 모습과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배제된 채 섬모세포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선택된 데이터에 이미지 상관을 적용하게 되면, 주파수 변환 방식과 달리 이미지 상관은 이미지 간 신호 패턴들의 유사도를 수치화 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에서 야기된 신호 왜곡 문제가 전혀 발생되지 않아 개별 섬모의 CBF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제안 기술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인체 호흡기도를 모사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 유래된 폐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작하였으며, 폐 오가노이드 내에서 성장한 섬모 세포들의 운동성을 개발 기술을 이용하여 측정해본 결과, 측정된 CBF가 수기 결과와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나아가 본 기술을 이용하여 외부 온도 증가에 따라 CBF가 선형적으로 증가함을 관찰하였으며, 호흡기 이상에 따른 섬모 운동 장애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유전 질환의 일종인 원발성 섬모운동이상증 (primary ciliary dyskinesia: PCD) 오가노이드 모델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CRISPR-Cas9)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하였으며, 실험 결과 오가노이드 내 섬모 운동이 정상 섬모 운동에 비해 운동 횟수와 주기성이 확연히 떨어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림 2).
이번 연구는 공학과 기초의학 두 분야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만든 신개념 호흡기도 섬모운동 측정 기술로써, 섬모세포 운동횟수의 측정에 있어 정확성과 신속성을 한층 끌어 올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향후 임상적용을 위해 세포 촬영이 가능한 고해상도 내시경 개발 및 임상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툴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저를 비롯하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그리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 내과 교수진으로 이루어진 공동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한 저는 현재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광자 소자 및 시스템 연구실을 운영 중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산란광 신호로부터 물질 고유의 특성을 고속, 고분해능, 고감도로 탐지/분석하는 초소형 센서와 현미경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실입니다. 최근에 저희가 주로 하고 있는 연구로는 1) 근적외선 광을 이용하여 생체 내부 구조 및 혈관 분포를 무표지로 영상화할 수 있는 광학단층현미경 시스템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OCT) 개발, 2) 고감도로 바이러스 및 단분자를 검출할 수 있는 링 공진기 기반의 초소형 바이오 센서 개발, 3) 고속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및 패혈증을 진단하기 위한 포터블 표면증강라만 (SERS) 현미경 시스템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생체 현미경 제작 기술 노하우를 이용하여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개발 연구도 수행 중에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프로젝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세 달 전인 재작년 9월에 첫 삽을 뜨기 시작되어 올해 9월에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게재되기까지 정확히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윤정기 서울대 의대 호흡기 내과 선생님께서 “호흡기 질환 상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섬모 세포의 운동성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시작으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님의 주재 하에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섬모세포 운동성 측정은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많은 측정 기술들이 논문으로 소개되고 있고, 실제로도 상용화될 정도로 기초의학에서 꽤 인기있는 연구 테마입니다. 따라서 이미 정립되어 있는 기존 기술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사전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또한 제안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제안 기술의 성능을 폐 오가노이드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까지 1년여 남짓한 시간이 투자되었습니다. 2년여의 공동 연구기간동안, 다양한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최종 가시적인 연구 결과물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매우 보람되고 기쁘게 생각하며, 본 연구에 도움을 주신 여러 동료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큰 범주에서 보면 바이오 광센싱/이미징 분야입니다. 즉, 광을 이용하여 생체신호를 획득하는 센싱 소자 및 광 이미징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인데,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드리자면, 이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흥미를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다음와 같은 세가지 기본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1) 기존 기술의 이해 및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전문 광학 지식 (기초광학, 기하광학, 전자기학) 습득, 2) 광학 시스템 조립 시, 광 기구물의 미세 정렬 작업을 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끈기, 그리고 3) 오실로스코프와 같은 전자기기 제어와 시스템 동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능력. 언급된 세가지 소양을 균형있게 갖추게 된다면 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 플랫폼을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다양한 바이오메디컬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본인만의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개발 기술의 장점은, 일단 섬모 세포를 기록한 이미지 데이터가 있고 이를 로딩할 수 있는 컴퓨터만 있으면, 본 기술을 통하여 섬모의 운동성 확인이 언제 어디서든지 가능하다는데에 있습니다. 이에 현재의 기술을 좀 더 업그레이드 하여 터치패드와 같은 태블릿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는 앱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만들 계획입니다. 따라서 개발이 완료된다면 앱 프로그램 실행 시, 섬모 이미지 화면에 기초의나 임상의가 터치 펜 혹은 손가락으로 측정을 원하는 개별 섬모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 섬모의 CBF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며 의료 현장에 적합한 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전체적인 연구 방향과 연구 논문 구도를 잡아주신 김준기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폐 오가노이드 샘플 제공 및 늦은 시간까지 저와 함께 실험을 같이 했던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신 윤정기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및 호흡기도 섬모세포 관련 의학적 자문을 주셨던 서울대 의대 호흡기 내과 교수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Ciliary beat frequency
#Motion-contrast imaging
#Image corre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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