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마이토콘드리아는 여러 유기물질에 저장된 에너지를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 형태인 ATP로 전환하는 기능을 갖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또한, MAVS (mitochondrial anti-viral signaling) 단백질의 발견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선천면역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마이토콘드리아의 축적은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의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등 세포를 죽음(apoptosis)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마이토콘드리아의 생성(biogenesis), 융합과 분열(fusion and fission) 그리고 분해(mitophagy)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이토파지(mitophagy)는 손상되거나 초과 생성된 마이토콘드리아를 선택적인 자식작용(selective autophagy)을 통해 제거하는 세포 내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마이토파지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활성화될 수도 있는데, 이는 마이토콘드리아를 제거함으로써 마이토콘드리아가 가지는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제1형 인터페론 및 세포자멸사 유도 등)을 회피하기 위한 바이러스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의 기존 연구에서 인간 헤르페스바이러스 8형 (HHV-8, Human Herpesvirus 8)의 vIRF-1 (Viral IFN regulatory factor 1) 단백질이 마이토파지를 일으킬 수 있고, 마이토콘드리아와 관련된 면역반응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마이토콘드리아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vIRF-1 단백질의 역할을 좀 더 자세히 규명하고자 연구를 한 결과, 숙주세포의 TUFM (Mitochondrial translation elongation factor Tu) 단백질이 마이토콘드리아의 외막(Outer membrane of mitochondria)에서 vIRF-1과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TUFM은 마이토콘드리아 내부 기질(matrix)에서 단백질 번역(translation)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TUFM 단백질이 마이토파지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TUFM이 마이토파지를 조절할 때의 위치(마이토콘드리아의 기질 혹은 외막)와 기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 마이토파지를 조절할 수 있는 TUFM이 마이토콘드리아 외막에 존재하며, 이를 통해 caspase-8 매개 세포자멸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손상된 마이토콘드리아의 세포 내 축적은 caspase-8의 활성을 증가시켜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는데, TUFM 단백질이 마이토파지를 유도하여 마이토콘드리아의 축적을 막고, 세포자멸사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TUFM의 N-말단 부분 GxxxG motif가 self-dimerization에 중요하며 마이토파지 유도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마이토파지에 의해 조절되는 세포자멸사 기전을 확인함으로써 암 세포 생성 혹은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적 단서를 제공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Oncology Department 소속의 최영봉 교수님 실험실에서 진행했습니다. Young’s Lab은 암을 일으키는 종양바이러스(Oncovirus) 중 하나인 Human Herpesvirus type 8 (HHV-8)을 연구하는 실험실로서, 바이러스 단백질과 숙주세포 단백질의 상호작용 및 역할 규명을 통해 암 발생 억제 및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내용의 마이토콘드리아 매개 면역반응에 관심이 많아 마이토파지와 세포자멸사의 기전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고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을 동물 모델로 테스트 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바이러스 연구의 한 부분을 진행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 되었을 때, 심각한 증상의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의 발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바이러스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숙주세포의 항 바이러스 반응과 이를 회피하려는 바이러스의 전략을 연구하여 관련 기전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향후, 제가 진행한 연구의 결과가 치료제 발견에 도움이 되고, 질병에 걸린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 이상 보람찬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학위 과정 중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두려웠던 것은 실험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몇 개월간 고생한 실험 결과가 확신 할 수 없거나 예상과 다르게 나왔을 경우 속이 상하고 고민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예상대로만 나온다면 실험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확신할 수 없는 결과를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하여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도 앞으로도 힘들 때가 많겠지만, 연구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며 즐겁게 생활 하도록 노력합시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주로 진행했던 연구는 돼지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돼지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으로 실험실을 옮기고 진행한 연구는 앞서 말씀드린 종양바이러스 HHV-8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할 수록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생명현상에 대한 흥미가 깊어졌고, 여러 유형의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3년간의 Young’s Lab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Surgery Department 소속의 Dr. Hongpeng Jia 연구실로 소속을 옮겨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 할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미국 포닥 생활을 시작하도록 길을 열어주신 포닥 지도교수님, 최영봉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적응하고 자리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해주신 말씀 마음 깊이 새기고 앞으로 연구활동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제자들의 안부를 신경 써주시는 한국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전태훈 교수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하고싶은 공부하느라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 못난 아들 보러 직접 먼 길 와 주신 아버지, 어머니께도 진심 어린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오빠 대신 부모님 모시느라 고생하는 여동생 지선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귀한 딸 고생만 시키는 못된 사위 걱정해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함께하는 친구이자 연인인 아내 전희영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최근에 태어난 아들 최원우도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Virology
#Mitophagy
#Cell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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