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면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뉘어지고, 정상적으로는 렘수면시에는 온몸의 수의근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 (Atonia)가 됩니다. 보통 꿈을 꾸게 되는 렘수면시에 이렇게 수의근이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꿈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다치거나 주변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986년 미네소타 대학의 Carlos Schenck 박사님이 렘수면시에 근육의 무긴장상태가 없어지는 이상수면장애를 보고 합니다. 즉, 수면시에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과격하게 움직이는 증상이 렘수면 동안에 나타나는 증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않았지만, 10년후인 1996년에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이 증상 발생 약 10년 후에 38%가량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는 논문이 발표된 이후 렘수면행동장애 (REM sleep behavior disorder 이하 RBD)는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현재는 15년 이상의 장기 추적 관찰시에 80%이상의 RBD 환자들이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 위축증과 같은 시누클레인 단백 침착과 연관된 신경퇴행성 질환 (synucleinopathy) 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렘수면 행동장애는 이러한 시누클레인병증의 확실한 전구단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퇴행성 뇌질환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이러한 신경퇴행을 중단시키거나 최소한 질병의 진행을 느리게 만드는 치료법 (disease modifying treatment)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신경퇴행성질환을 대상으로 질병의 경과를 바꾸는 신약에 대한 많은 임상시험들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질병이 진단된 시점은 이미 상당부분 신경손상이 진행된 상태이고 이 시점에서의 개입은 너무 늦은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전구단계에서의 개입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신경퇴행성 질환이 생길 전구단계의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따라서 최근 주요 연구 동향 중 하나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전구단계에 대한 정의와 신경퇴행정도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개발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RBD는 굉장히 중요한 대상군이며 잠재적인 임상시험 (disease modifying treatment)의 대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상시험들을 수행하는데 에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중 누가 빠른 시일 내에 질병으로 전환될 위험이 높은지 파악할 수 있고, 질병으로의 전환 이전에 신경퇴행정도의 진행을 정확히 반영하는 바이오마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기능성 뇌영상을 (FDG-PET)을 이용하여 앞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객관적인 바이오마커를 개발한 연구입니다.
저희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선행하였던 파킨슨병 환자와 정상군을 비교하여, 특징적인 뇌 대사 패턴(dnPDRBDRP)을 추출하였습니다. 기존에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대사패턴(PDRP)이 보고된 바가 있었으나, 저희가 이번 연구에서 추출한 패턴은 파킨슨병과 관련된 패턴과 함께 RBD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뇌대사패턴을 동시에 발현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에게 적용하였을때, 추후 질병 예측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며,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의 특징적인 임상적인 특징 (후각기능저하)를 유의하게 반영함을 보였습니다.
저희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추출한 대사패턴을 개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새로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가 내원하였을때 FDG-PET을 촬영하고 패턴 점수를 추출한다면 추후 질병으로의 이환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진은 이러한 패턴 점수를 임상 현장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 결과는 추후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수행할때 환자군을 선택할때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병원 운영 보라매병원에서 구축한 코호트로 수행되었습니다. 본 연구의 교신저자이신 이지영 교수님께서 정상군, 렘수면행동질환, 렘수면행동질환이 선행한 파킨슨병 환자를 전향적으로 모집하였고,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구조적 이미지 (MRI) 및 기능적 이미지 (dopamine transporter [FP-CIT PET], glucose metabolism [FDG-PET])를 얻고 이를 종적으로 추적한 데이터 (2 year, 4 year)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렘수면행동장애의 병태생리 및 본 연구와 같은 이미징 바이오마커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또 현재 진행중입니다.
저희의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세계 여러 센터들과 함께 공동으로 RBD환자들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의미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이전에 기저핵과 관련된 기초 연구들로 한빛사에 소개된 바가 있었는데, 이번에 운좋게도 임상연구로 한빛사에 제 연구를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임상연구 및 기초연구를 병행하면서 느낀점은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얻게되는 기초실험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 및 아이디어가 있고, 또 기초연구를 진행하면서 얻게되는 임상연구에서의 질문 및 아이디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환자의 임상 진료와 기초 연구를 병행하는 뇌신경 연구자이기에 아이디어와 질문이 생겼을때 각 분야 넘나들면서 직접 적용/검증/확장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에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unmet need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상/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저의 본업인 의사로서 저에게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켜드릴 수 있는 임상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임상연구로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과 그 전구단계에 대한 바이오마커 연구를 비롯한 실질적으로 환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또한 현재 기초 연구로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과 합병증에 대한 통합적인 신경네트워크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추후 궁극적으로는 병적인 신경네트워크를 회복시킬 수 있는 medical 및 neurophysiological intervention에 대한 연구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를 이상운동질환의 세계로 인도해주시고 깊은 가르침을 주신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김한준, 이지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 연구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이끌어주신 이지영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어렵게 구축하신 코호트를 바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임상연구에 대해 지도해주셔서 제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 연구를 포함하여 영상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시는 보라매병원 핵의학과 김희정, 윤은진 박사님과 김유경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바쁜 가운데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해주는 친구들인 이충근, 노태욱, 이슬기, 최홍윤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사람이자 좋은 연구자인 친구들이 곁에 있는 점이 감사하고 또 그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제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배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함께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항상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아들 재원이와 동반자 강민경 교수님께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With Dr. Carlos Schenck in Copenhagen,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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