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면역 세포들 중 T 세포는 대표적인 획득성 면역 세포(adaptive immune cell)입니다. T세포는 각자 다른 항원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비특이적인 외부 자극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 않는 quiescence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외부 병원체 혹은 비정상 세포 유래의 특이적인 항원을 만나게 되면 T 세포는 분열과 활성화를 거쳐 이들을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 특이적인 항원을 만나기 전까지 이러한 quiescence 상태를 잘 유지해야 불필요한 면역 반응을 막을 수 있으며, 이 상태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T 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연구는 사이토카인 신호전달에 중요한 전사인자 중 하나인 STAT1이 CD8 T세포의 quiescence를 유지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 잘 알려진 제 1형 인터페론은 STAT1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입니다. 앞선 다른 연구들에서는 주로 감염 상황에서의 STAT1 역할을 규명하였지만, 저희는 특이적인 항원 자극이나 감염이 없는 정상 상태(Steady-state)에서의 STAT1의 역할에 주목하였습니다. 저희는 STAT1이 결핍된 마우스에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특별한 감염이 없더라도 CD8 T 세포가 점차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진행하였고 결국 그 원인을 아이러니하게도 제 1형 인터페론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상태에서 존재하는 미량의 제 1형 인터페론은 STAT1이 결핍된 상황에서는 STAT1 대신 STAT4 전사인자를 이용, IL-7과 함께 과도한 mTOR 신호를 유도하여 quiescence 상태를 벗어나 T 세포의 불필요한 활성을 유도하고 자가면역질환을 유도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임상에서도 STAT1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감염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 취약하다는 것이 보고되었으나, T 세포의 항상성의 측면에서는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COVID-19 바이러스 상황과 맞물려 STAT1과 제 1형 인터페론(특히, 이에 대한 자가 항체의 발생)에 대한 보고도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질병의 좀 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T세포에 대한 이해를 넓혀 더 많은 분야에 응용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에 저희가 발표한 논문은 제가 박사 학위과정 동안 서울대 윤철희 교수님과 전남대 의대 조재호 교수님의 공동 지도 하에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던 서울대 윤철희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백신과 어쥬번트 개발 등의 응용 연구에 초점을 두어 마우스, 인간 뿐 아니라 경제동물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동 지도해주신 전남대 의대 조재호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CD8 T세포의 항상성과 활성화에 대한 기초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두 교수님의 지도 하에 면역학의 응용과 기초, 두 가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배울 수 있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업으로 삼는 연구자로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입장에서 연구는 아직은 참 어렵습니다. 현상을 발견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은 머리가 아프지만 그렇게 밝혀낸 일련의 결과를 학회에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논문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끊을 수 없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머릿속에서 생각한대로 결과들이 나와주면 좋겠지만 연구와 실험을 하다 보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외의 결과들이 오히려 논문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또 연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동료, 선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미국으로 와서 Brigham and Women’s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의 Dr. Vijay Kuchroo 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즐겁게 연구해서 언젠가 또 한빛사에서 소개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논문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지도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저를 면역학에 첫발을 내딛게 해주시고 석박사 과정 내내 저를 믿어주시고 지도해주신 윤철희 교수님과 기초 면역학 T세포 연구뿐 아니라 연구자로서 데이터를 만들고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조재호 교수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학위과정 때 가장 많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낌없는 디스커션을 해준 주영준 박사님과 학위과정 마지막에 같이 고생하신 김한울 박사님, 지금도 열심히 연구에 힘쓰고 있을 철균, 도빈, 영진, 나래, 그리고 화순에 계신 김희옥 박사님, 이길우 박사님, 성우, 또 보스턴에서 아낌없이 도움을 주시는 박성무 박사님과 가족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를 믿어주시는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도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CD8+ T cell
#quiescence
#STAT1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