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마이크로RNA(microRNA, miRNA)가 표적 메신저RNA(target mRNA)를 인식하고 그들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기작을 마이크로RNA 타겟팅(microRNA targeting, MT)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RNA에 의해 표적 메신저RNA의 발현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는 것은 MT가 효율적으로 일어났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MT의 효율은 어떤 종류의 마이크로RNA가 관여하는지, 표적 메신저RNA의 특성이 어떠한지, 표적 메신저RNA와 어떤 상호작용으로 결합하는지 등의 다양한 조건 및 요인들에 따라 다르게 결정됩니다. 이렇게 MT가 효율적으로 일어나기 위한 결정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이 이 분야에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까지 밝혀진 요인들은 모두 마이크로RNA, Argonaute(AGO) 단백질, 표적 메신저RNA 라는 세 종류의 분자들과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특성들 내에서만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본 연구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종류의 분자인 RNA-결합 단백질(RNA-binding protein)들의 메신저RNA 상에서의 결합 위치 정보를 이용하여 수많은 종류의 RBP들의 결합이 MT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RBP들이 마이크로RNA 타겟 위치(miRNA target site, MTS) 가까이 결합할수록 더욱 높은 효율의 MT를 보여서 더욱 강력한 유전자 발현 억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놀랍게도 이러한 효과는 특정한 몇몇 RBP들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RBP들에서 관찰될 정도로 매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효과였습니다.
본 연구는 효율적인 MT에 있어 그간 간과되어 왔던 수백 종류의 RBP들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규명하여 마이크로RNA에 의한 유전자 조절 기작에서 RBP 결합이라는 또 하나의 결정 요인이 존재함을 말해줍니다. 다양한 종류의 RBP들의 결합 정보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마이크로RNA에 의한 유전자 발현 조절과 관련된 생명 현상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특히 RBP 결합 정보의 활용은 마이크로RNA 타겟 발굴의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내의 두 연구실의 성공적인 협업으로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제가 속해 있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생물정보학 연구실은 백대현 교수님의 지도 아래 구성원들이 고성능 컴퓨팅 계산 서버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생물학 빅데이터 분석으로 생물학적인 현상을 체계적으로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마이크로RNA 타겟팅 분야 뿐만 아니라 RNA modification, non-coding RNA, 암 유전체 등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연구 분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분야들에 machine learning 및 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방식으로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연구실들과의 협력을 통해 환자의 멀티오믹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병의 예후 예측부터 최근의 SARS-CoV-2 번역체 및 전사체 연구까지 큰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김소영 박사가 속해 있고 신찬석 교수님이 지도하고 계시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의 생화학 연구실은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접근 방법과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접목시켜 functional RNA의 역할에 대한 매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절 non-coding RNA인 마이크로RNA의 생합성과 그 기능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종(동식물 및 곤충)에서 폭넓게 이해하고자 전사체를 포함한 많은 omics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마이크로RNA의 역할을 밝히는데 여러 연구실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며 실패의 경험들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크고 작은 실패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제 대학원 생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제가 기대했던 계획과 목표가 틀어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경험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기술적인 장벽으로 인해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을 때, 그리고 심지어 연구가 아니라 대학원 생활이 심적으로 힘들어서 하던 연구를 중간에 그만두어야 했을 때와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힘든 시기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으라는 말이 있듯이 저도 이러한 실패들을 단순히 운이 좋지 않아서 생긴 일 정도로 치부하기 보다는 다음부터 같은 시행착오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 당시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의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다행히도 다음부터는 비슷한 일이 발생하려고 할 때 미리 알아챌 수 있었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느 부분에서 고쳐야 할지 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또 이렇게 하다 보니 모든 실패들을 성공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저를 괴롭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때에는 너무 조급하게 자신이 무엇을 간과했는지 추궁하지 말고 잠시 옆에 내려놓고 천천히 살펴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을 가진 실패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니 이들을 다루는 법에 있어서도 한 가지 방법만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운이 좋게 이번에 저도 한빛사에 선정되어 인터뷰를 하는 영광을 얻었지만, 이 곳에 선정되신 훌륭한 연구자분들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감내하고 참아내셨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형용할 수 없는 대단함이 마음 속 깊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저도 학위과정을 하며 선배 연구자 분들의 한빛사 인터뷰들을 자주 보면서 대단한 성취에 대해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가끔 들려주시는 성공 이면에 감춰져 있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들을 읽으며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성취 그 자체의 이야기 보다는 그 속에 감추어져 있는 실패들로부터 느꼈던 경험을 공유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겪었던 실패의 경험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도 실패를 한낱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제가 정체되어 있을 때마다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힌트와 같은 선물처럼 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따라서 성공에서 오는 기쁨보다도 실패로부터 단단히 다져진 제 모습에서 오는 자부심과 보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는데요. 그간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던 것을 짧게 공유해 보겠습니다. 생물학의 전 분야에 걸쳐 빅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대규모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지 않은 세부 분야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생물정보학과 같은 학문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계신다면 그 전망은 밝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컴퓨터공학 지식을 도구로 사용하여 생물학을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도구의 사용법과 속성을 제대로 숙지하고 풀고자 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특히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항상 염두에 두시고 공부하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가 마이크로RNA 타겟팅에 미치는 모든 RBP들의 전체적인 영향을 밝힌 ‘개론’과 같은 성격을 갖는 연구라 한다면, 이제는 ‘각론’과 같이 개별 RBP들에 집중하여 예외가 있거나 특이한 조절 효과를 보이는 경우들을 찾아내어 살펴볼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주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려야 할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많이 부족했던 저를 지도해 주시고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게 해 주신 백대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공동연구를 통해 이 연구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낼 수 있게 해 주셨던 서울대학교 신찬석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서울대학교 김빛내리 교수님, 안광석 교수님, 고려대학교 김윤기 교수님, 한양대학교 남진우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를 같이 이끌어준 신찬석 교수님 연구실의 김소영 박사, 저희 연구실의 김도연 박사, 장희령 학생에게도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든 상황들을 같이 견뎌냈기에 외롭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스케쥴로 수 많은 실험들과 시퀀싱 라이브러리 제작들을 맡아 주신 박준희, 손나래 연구원에게도 감사합니다. KO 실험 데이터들을 선뜻 내어주셨던 전남대학교 김영국 교수님과 리비전 과정에서 추가 실험을 맡아주었던 고려대학교 박주리 박사, 서울대학교 채광웅, 윤민혁 학생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길을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최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를 아버지께서 든든하게 간호해주고 계시기에 제가 큰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연구한다고 집에도 자주 찾아뵙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논문을 냈다고 알려드리니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생때부터 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고 있는 여자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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