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체 마이크로비옴 (Human Microbiome, 인체 내 미생물군집유전체)은 ‘제2의 게놈’ 이라고 불릴 만큼 인체와 아주 밀접한 또는 인체 그 자체의 요소라고도 볼 수 있는 개념으로, 최근에는 신경전달물질의 95%가 장에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어 ‘제2의 뇌’라고도 불리며 우리 몸의 전체적인 건강 밸런스를 지켜주는 중추적인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장내에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사람 총 세포수의 약 10배에 이르는 (1013~1014) 다양한 미생물이 군집을 형성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유도하거나 내성 (Tolerance)을 이끌어 냄으로써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 (Gut dysbiosis)은 장내 미생물 군집을 형성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양 그리고 비율이 부적절한 방향으로 변화함을 의미하며 다양한 질병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원인 및 분자기전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들이 최근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논문은 고지방 식이에 의한 대장세포 대사체계 (Colonocyte metabolism)의 변화가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과정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대사산물의 변화와 심혈관 질환 발병 간의 상관관계를 장내 미생물-숙주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연구한 결과입니다.
채식위주의 식습관보다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고칼로리를 특징으로 하는 서구식 식습관이 비만, 대사증후군, 관상혈관질환, 고혈압, 뇌졸중, 암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은 꾸준히 보고 되고 있습니다. 서구식 고지방 식이에 풍부하게 포함된 콜린 (Choline)을 장내 미생물이 대사하여 TMA (Trimethylamine)를 생성하고, 간으로 이동한 TMA가 산화되어 생성된 TMAO (Trimethylamine N-oxide)는 죽상동맥경화증 (Atherosclerosis)을 일으킵니다.
연구를 위해 장내 Enterobacteriaceae를 가지고 있지 않은 C57BL/6J mice (from Jackson Laboratory)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고지방 식이 (60% fat)와 저지방 식이 (10% fat)를 10주간 실시하였습니다. 이후 콜린을 대사하여 TMA를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 그룹인 cut operon을 가지고 있는 E. coli MS200-1을 각 그룹에 감염시키고 4주 후 각 실험군의 분변을 채취하여 장내염증반응 및 E. coli의 장내 증식 정도를 분석한 결과, 저지방 식이 보다 고지방 식이를 한 실험군에서 훨씬 높은 장내염증반응이 확인되었고, 약 100배 이상의 E. coli균이 검출되었습니다. 이후 각 실험군의 마우스 대장세포의 전사체 분석 및 인체유래 대장암 세포주인 Caco-2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고지방 식이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포화지방산인 Palmitate가 대장세포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생합성 시스템을 저해하여 대장내강 (Intestinal lumen)의 산호포화도를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산소를 최종 전자수용체로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통성혐기성균인 Enterobacteriaceae가 장내에서 증식할 수 있음을 확인 하였습니다. Germ-free mouse실험에서도 Conventional mouse실험과 동일한 결과를 얻은 것을 바탕으로 고지방 식이에서 Enterobacteriaceae가 증가한 것이 장내 미생물 비의존적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질산염 (Nitrate)의 전구체인 산화질소 (Nitrox oxide, NO)를 생성하는 효소 (iNOS)를 코딩하는 Nos2유전자의 발현이 고지방 식이를 실시한 mouse의 대장세포에서 크게 증가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대장 내 질산염의 양 또한 증가 하였습니다. E. coli MS200-1은 콜린을 탄소원 및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질산염을 최종 전자수용체로 이용하여 장내에서 증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질산염은 cut operon의 발현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도 in vitro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콜린의 최종 대사산물인 TMA 및 혈중 TMAO의 양이 저지방 실험군에 비해 고지방 실험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로 검출되었고, 마지막으로 고지방 식이 및 저지방 식이를 섭취한 mouse에 iNOS의 inhibitor인 aminoguanidine (AG) 또는 미토콘드리아 에너지생합성 시스템의 작용제인 5-aminosalicylic acid (5-ASA)를 처리하였을 때 E. coli MS200-1의 장내 증식 정도와 혈중 TMAO가 모두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고지방 식이 환경에서 숙주 대사체계의 변화를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하였고, 본 연구를 토대로 나아가 특정 대사를 표적으로 하는 조절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장내 환경 및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구성하고 유지시키며 질병 또한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추후 장내 미생물과 숙주의 상호작용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건강한 숙주 장내 환경을 구축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및 프리바이오틱스를 개발함으로써 인류의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밴더빌트 대학교 (Vanderbilt University)는 미국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명문 사립대 중 하나입니다. 저는 현재 밴더빌트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대학병원인 Vanderbilt University Medical Center (VUMC)에서 Postdoc으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현 PI인 Dr. Mariana Byndloss와 3년전 함께 연구실을 오픈했고, 현재 연구 인원이 총 5명인 조그마한 연구실이지만 VUMC 내에서는 최초로 Germ-free mouse와 Gnotobiotic mouse 시설을 구축하였고, 장내 미생물-숙주 상호작용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대학교 및 대학병원내 여러 다른 분야들의 교수들과 활발히 협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상의와 기초과학자 모두가 함께 어울려 일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의사들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디스커션 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또한 병원을 통해 실험에 필요한 다양한 환자의 샘플을 제공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최신의 연구기기 및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생명과학을 다루는 연구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많은 연구활동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정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먼저 쉽게 찾아오고, 수많은 실패와 노력 끝에 비로소 작은 성공이 찾아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바 없던 새로운 규칙을 내 손으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자부심과 보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시절 4년의 휴학 기간을 가졌고, 스스로 생명공학 전반에 대한 공부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늘 연구실 다른 동료들에 비해 늦었다는 생각과 과연 여기서 공부를 더 한다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끊임없는 걱정을 계속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연구과정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부족한 것은 공부로 채울 수 있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 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갖지 말고 도전하세요. 장내 미생물 연구분야의 전망은 앞으로도 충분히 밝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수 있다면 반드시 각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국의 장내 미생물 연구는 최근 들어 급속 발전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구의 상당 부분이 유전체 분석을 통한 결과 예측 분야로 치중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장내 미생물과 숙주의 상호작용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하는 경우는 아직 현저히 적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식습관은 점차로 서구화되는 추세이고, 비만에 따른 선진국형 질병 또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천문학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과 작용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의 연수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독립된 연구 시설을 구축하여 장내 미생물이 숙주의 다양한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서구식 식이 연구 뿐 아니라, 전통 발효식품을 포함한 한국 음식들이 장내 미생물 구성과 질병 개선에 미치는 영향과 그 작용 기전을 분자수준에서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학위과정동안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길러 주시고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주신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유상렬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석사 신입생 시절부터 저를 지도해 주시고 항상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 보내주신 아주대학교 응용화학생명공학과 윤현진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Dr. Mariana Byndloss 교수님(VUMC)과 Dr. Andreas Baumler 교수님(UC Davis) 그리고 외로운 포닥 생활을 큰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고 즐거운 연구와 토론이 가득한 일상으로 만들어 주고 함께하는 연구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많은 실험실 동료 과학자 분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저를 늘 자랑스러운 아들로 여겨 주시는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항상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존경하는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최고의 친구이자 연구에 집중하는데 언제나 큰 힘이 되어준 세상에 둘도 없는 지지자인 저의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실험실에서 파이펫팅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동료 과학자 분들께 응원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감사합니다.
#Host-Microbe Interaction
#Gut dysbiosis
#Trimethylamine N-oxide (TMAO)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연구자 ID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