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개는 미약한 냄새에 의지하여 폭발물이나 마약을 탐지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일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매우 혼잡한 잡음이 많은 환경에서 미세한 냄새 차이를 감지하는 소자를 개발하면 탐지견 혹은 훈련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런 목적으로 동물의 후각 기관의 형태를 모방한 소자를 ‘전자코’라 합니다.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한 유해물질의 위협과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우려와 같은 부정적인 동기뿐 아니라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긍정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냄새에 기반해 물질을 검출하는 ‘전자코’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의 후각 수용체가 220만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동물의 후각기관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탐지견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숫자의 수용체가 필요로 할 것이며 이를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유/무기 수용체를 감지부로 사용하는 전자코들이 개발돼 왔으나, 반응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으며 수용체별로 특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상관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부산대학교 연구팀은 지금까지 M13 박테리오파지(파지)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재료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가닥 DNA 바이러스 중 하나인 M13박테리오파지는 폭 6.6nm(나노미터, 10억분의 1), 길이 880nm인 바이오 물질이며 2,700여 개의 표면 단백질이 중심의 외가닥 DNA를 나선형으로 감고 있습니다. 유전공학 방법으로 파지의 DNA를 조작하면 동일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화학 특성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전자코 감지부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효과적인 전자코 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M13 박테리오파지의 반응성은 파지가 외부 물질(VOCs,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노출될 경우 흡착친화도에 비례해 물질의 흡착정도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센서의 색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구할 수 있습니다.
M13 파지의 물성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고효율의 나노-바이오 전자코를 제작하기 위해 DFT(Density Functional Theory, 밀도 범함수 이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화학적 특성이 크게 다른 4종 아미노산을 선정했으며, 이를 탑재한 4종(W-type, E-type, P-type, H-type)의 유전자조작된 M13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했습니다. 자기조립 기술(dip-coating)을 이용해 M13 박테리오파지 색 필름을 제작해 과일향에 포함된 VOCs에 대한 반응성을 실험적으로 측정했는데, 측정된 M13 파지 필름의 반응성과 DFT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한 반응성이 비례 관계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센서와 관련한 학계에서는 실험실 환경에서 통제된 대상 물질을 측정하는 것 보다 실제 응용성을 확인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자코 기반 복숭아 신선도 점검을 목표로 선정하고 실험을 디자인했습니다. 먼저 복숭아의 향 그리고 부패할 때 발생하는 가스들을 선정하여 실험실 수준에서 측정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실 수준에서 가스들을 잘 분류하는 H-type과 W-type을 실제 복숭아를 측정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 신선도가 변하는데, 연구에서 사용한 나노-바이오 전자코는 신선도의 차이를 냄새로 구별해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부산대학교 BIT융합기술연구소(소장 오진우 교수)는 바이오 그리고 나노기술 연구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학내 연구소입니다. 단순히 연구비 위탁 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 교수님 연구실 사이의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생체재료를 연구하는 한동욱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융합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사고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동시에 외적으로는 공동 연구자들과 끈끈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박사과정까지는 전통학과에 있다가 이후 박사후연구를 수행하면서 융합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기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활발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분야별로 관점, 배경지식,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방향에서 자극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새로운 것을 깨닫는 즐거움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수행은 거의 대부분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운 상황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 성과를 내는 것 자체는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고비가 올 때 버티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목표 달성과 상관없이 연구 수행 자체는 항상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책으로 배웠던 내용이라도 좀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작은 성취감들이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에 임용이 되어 이번 가을학기부터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전자코 관련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서 의료진단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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