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병원, Johns Hopkins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Tanycytes는 잘 알려지지 않아 이름 조차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 뇌에 존재하는 신경아교세포 (neuroglia)의 일종입니다. 이 세포들은 뇌의 시상하부 (hypothalamus)에 소수로 존재하며 제3뇌실의 밑단 (mediobasal part)을 특이적으로 구성하고 뇌하수체 (pituitary gland)와의 연결 통로에서 중요한 역할이 예상되지만 그 주요 기능에 관한 연구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우리 뇌의 뇌실(ventricle)을 일반적으로 감싸고 있는 뇌실막세포 (ependymal cell)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뇌실로부터 시상하부의 유조직쪽으로 가늘고 길게 뻗은 돌기 (elongated basal process)입니다. 이러한 세포 구조는 발달 단계의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인 방사신경아교세포 (radial glial cell)를 많이 닮아 있고 유전자 발현 특징 또한 유사하여 ‘성체에 잔존하는 신경줄기세포’로 여겨져 왔지만 이를 가시적으로 뚜렷이 증명하고 관련된 특징을 관찰한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었습니다.

발달과정중에 신경줄기세포는 내재된 프로그램에 의해 신경세포(neurons)를 먼저 활발히 만들고 발달 후기에 신경아교세포(glial cells)를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기능적으로 완성시키며 발달과정을 끝내게 됩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neurogenic-to-gliogenic’ 세포 운명 전환에 중요한 유전자인 NFI (Nuclear factor I)의 기능을 tanycytes에서 특이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이미 분화된 형태의 tanycytes를 발달 초기단계 신경줄기세포로 탈분화(dedifferentiation)시켜 신경세포생성(neurogenesis) 기능을 강력하게 부활시킨 마우스 모델을 개발한 내용입니다.
저는 이 생쥐 모델에서 형광 표지를 이용한 계통 추적 (lineage tracing), 단일 세포 전사체 프로파일링 (single-cell RNA sequencing), 전기생리학적 실험법 (electrophysiology)등을 이용하여 1) tanycytes가 시상하부의 성체 신경전구세포 (adult neural progenitor)임을 증명하고, 2)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특정 tanycytes의 아류형(subtype)과 이들 세포에서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였으며 3) 온갖 다양한 종류의 시상하부 신경세포로의 분화가능성과 4) tanycytes 유래 신경세포의 전기생리학적 활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체 뇌하수체에서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신경세포의 생성은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나 그 기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2014년 tanycytes가 지방에서 분비되어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랩틴(leptin)을 뇌로 전달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는 한 프랑스 그룹의 Cell metabolism 저널 보고 이후, 이는 많은 리뷰논문에서 회자되며 최근까지 마치 정설처럼 받아 들여져 왔습니다. 저 또한 이 매력적인 가설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기대감으로 저희 연구팀이 제작한 tanycytes 특이적인 유전자 조절이 가능한 Cre 마우스를 이용하여 랩틴 수용체가 결핍된 tanycytes를 갖는 생쥐와 tanycytes를 아예 갖고 있지 않는 생쥐 (tanycytes-ablation mouse model)를 만들어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single-cell RNA sequencing)과 단일 분자 FISH(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 검사법 등 최근 개발된 실험법을 아낌없이 활용하여 관찰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큰 에너지 대사장애를 기대했던 바와는 전혀 다르게 랩틴 작용의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으며 많은 데이터들이 이 가설에 강력한 회의론을 주장하게 하였습니다. 수년간 학계가 주목하던 일에 반기를 드는 소위 말해 ‘네거티브 결과’들은 환영 받지 못하기 일쑤였지만 수차례 학회 발표를 통해 tanycytes 연구자들과 제 결과를 최대한 공유하고 논의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고전 끝에 2019년 Frontier in neuroscience와 2020년 Glia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고군분투가 tanycytes에 관심 갖는 분들이 더 이상 랩틴과의 연관성 만을 고집하지 않고 폭넓은 연구를 계획하는데 작게 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이러한 에피소드 이후에 이번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내용은 tanycytes에 관한 가장 오래된 가설 이자 논란이 끊임 없었던 성체 신경 줄기세포로서의 가능성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재조명하는 결과로서, tanycytes의 연구가 앞으로 주목해야할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박사 후 과정을 수행하였던 기관은 미국 메릴랜드 주의 볼티모어 시에 있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살아 있는 전설인 아편의 수용체 (opiate receptor)를 발견한 Solomon H. Snyder에 의해 설립된 미국 최초의 신경과학과인 Solomon H. Snyder Department of Neuroscience에 소속된 Seth Blackshaw 교수님이 이끄는 연구 그룹에 있었습니다. 메인 교수진만 30명이 넘는 이 학과는 신경계 세포와 연결 회로에 관한 분자 세포 수준의 기초 연구부터 행동 심리학, 인지 과정, 그리고 신경 정신과적 영역을 총 망라하는 다양한 연구가 깊고 또한 넓게 진행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연구 그룹들간의 다양한 네트워킹과 활발한 소통의 기회로 연구 진행이 어려울 때마다 어렵지 않게 찾아가 질문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분위가 조성되어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시너지 효과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tanycytes에 관한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지도 교수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오피스 문을 두드려가며 자문을 구하였던 것이 많은 의문들에 답을 구하는 정확한 실험을 계획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작은 연구 분야이지만 편협하지 않게 프로젝트를 발전 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고 고독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연구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때는 더욱 그랬지만 어느덧 제가 고심하고 노력하여 얻은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은 전세계에 몇 안되는 tanycytes를 연구하는 연구자 중의 한 명으로서 자부심 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까다로운 세포를 경험하며 쌓인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소수의 세포가 우리 뇌의 특정 지역에서 하는 주된 역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큰 기대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진로에 관한 고민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봉착하는 많은 난관들은 최대한 빨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야 해답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를 허물없이 또는 주기적으로 나눌 수 있는 좋은 연구 동료 혹은 선배나 멘토를 만나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는 분명 내가 노력해서 쌓아 올려야 하는 탑이지만 그 연구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영감을 얻느냐에 따라 그 탑의 높이와 모양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연구실 밖에서 이루어 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과 나의 연구 결과에 확신을 갖으려면 분명 나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지만 고민이 들수록 시간을 내어 교류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과학적 탐구심과 관찰력, 그리고 관심사는 모두 다릅니다. 나만의 연구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주체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그 과정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찾아 나를 발전시키고 그로서 인정받는 행복한 과학자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Tanycytes에 관해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제작했던 마우스 모델에서 논문에 미쳐 다루지 못하였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tanycytes의 또다른 역할과 특징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밝힌 신경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 시킬 수 있는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재생 의학적 관점에서 질병 모델에서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Tanycytes와 저의 연구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tanycytes 연구를 지속하고 이번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는 격려와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PI, Seth Blackshaw 교수님과 실험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포닥 생활의 고민을 같이하고 미국에서의 연수를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어준 실험실 식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 핵심적인 전기 생리학 연구를 맡아 주시고 논문이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신 공동 1저자인 홉킨스의 김주현 박사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단일 전사체 시퀀싱 결과를 예쁘게 완성시켜 준 Pin Lyu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먼 타국에서 부족한 저의 형제, 친구, 삼촌, 이모가 되어 챙겨주신 여러 홉킨스에 계신 (계셨던) 한국 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팬데믹 상황에서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떠나와 죄송한 마음 이 기회를 빌어 전합니다. 석사, 박사과정동안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길러 주시고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조언과 가르침을 주시는 숙명여대 박수철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늘 자랑스럽게 여겨 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오빠, 부족한 며느리를 이해하고 도움 주시는 시부모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포닥 기간에 출산한 두 아이의 육아를 도맡아 가며 연구에 집중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세상에 둘도 없는 지지자 제 남편과 삶의 또다른 의미를 가져다 준 두 아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