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에서는 소수의 뉴런에 발생한 mTOR 유전자 돌연변이가 어떻게 개체의 뇌전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를 밝혔습니다. 세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는데, 전반적인 분야 소개에 대해서는 다른 1저자분들의 인터뷰에서도 다뤄져서, 제가 맡았던 신경망 시뮬레이션 작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위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전반적인 연구 과정에 걸쳐 돌연변이가 발생한 소수 뉴런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전기용량, 흥분성/억제성 등의 성질들을 차례로 타겟하며 이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특정한 성질 변화를 관찰했을 때, 이 변화가 전체 신경망의 이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의 여부를 실험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담당한 부분은 특정 성질에 대한 실험 결과가 얻어지면 이를 반영한 신경망 활동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서, 실험으로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시나리오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만약 해당 성질 변화가 신경망 전체의 이상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면,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반하여 이상 활동의 원인으로 유력한 다른 요인을 타겟하고, 이를 다음 실험의 대상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실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시각신경시스템 연구실로, 백세범 교수님의 지도하에 시각정보처리, 기억, 착시현상 등 다양한 뇌기능에 대한 모델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서, 뇌신경망의 작동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경망 시뮬레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다른 연구실과의 협업을 통해 실험에서 관찰된 바가 얻어진 원리를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연구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연구실 내에서는 주로 시각시스템의 정보 처리 원리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협업 기회를 통해 분야가 다른 이번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연구실 구성원들도 전반적으로 다른 연구실과의 협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본인의 연구 외에도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얻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기간 동안 가장 고생스러운 과정일 각종 실험들은 다른 1저자 두 분께서 주로 진행하셔서 저는 몸이 힘들었던 기억은 비교적 적네요. 한 편, 연구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다른 파트들은 연구원이 변경되기도 했는데, 저는 연구 초기부터 참여하여 어쩌다 보니 세 연구팀 학생 중에 가장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한 부분에는 약간의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 풀리던 개인 연구 중에는 게재까지 4년이 걸린 적은 있었는데, 이 연구는 거의 6년 만에 마무리되었네요.
물론 6년 내내 이 연구에만 집중했던 건 아니지만, 가끔씩 실험 결과가 정리되어 이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으로 뭔가 결론을 내리고 다음 실험을 제안해야 하는 시기가 올 때면, 제 개인 연구보다도 골치를 싸맸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 연구는 제가 조금만 더 고생하기만 하면 돌파구가 열리곤 했는데, 이번 연구는 제 전공과는 약간 다른 분자생물학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그때마다 다른 저자분들과 상의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연구가 조금씩 풀리는 방향으로 기여했던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를 눈앞에 두고도 헤맬 때마다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지도해주신 백세범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논문의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1저자 두분께서 더 좋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고, 저는 제 전공인 계산뇌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을 꿈꾸는 후배님들께 짧은 조언 드려보겠습니다. 계산뇌과학은 뇌의 작동 원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자칫 이론 자체와 모델의 결과물에 심취해서 실제 생물학적 메커니즘과는 거리가 먼, 그래서 전체적인 뇌과학 분야에는 사실 거의 기여할 부분이 없는 모델을 만들게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산뇌과학도라 할지라도 항상 실제 동물 실험 연구에서의 니즈가 뭔지, 실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시뮬레이션으로는 어떤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한다면 자연스레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될 수 있어서, 협업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히 배우시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개인 연구들과 이 연구에서 맡았던 부분 모두, 결국엔 뇌신경망의 작동 원리를 간단한 모델을 이용해서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산뇌과학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임상적, 공학적인 측면에서 실용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에 도전해보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다가오는 시대에는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익히 들어왔는데, 이를 실제로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처음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행히도 마침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결실을 맺어 제 개인 연구들만큼이나 큰 보람을 느낍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다른 분들도, 한 걸음씩 나아가 결국엔 좋은 연구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약간 민망하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논문 게재 후에 연구팀 모두를 아직 뵙지 못해,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먼저 이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신 이정호, 손종우 교수님과, 연구실 내에서의 연구와 공동 연구 모두에 대해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신 백세범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열정적으로 가설을 제시하고 실험을 진행하며 연구를 이끌어 나가주신 고현용, 주상현 선생님으로부터 연구자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배웠고, 덕분에 저를 좀 더 채찍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다시 뵙고 회포를 푸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pilepsy
#somatic mutation
#hyperexcitability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