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전증은 젊은 성인과 소아의 신경학적인 질환 중에서 뇌전증 중첩증으로 급사를 일으킬 수 있는 흔한 질환 중 하나이며,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이슈가 늘 강조되는 병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뇌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중 국소 피질 이형성증 (focal cortical dysplasia) 은 약물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가장 흔한 뇌전증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소 피질 이형성증 유형 2 (이하, FCD type 2) 는 발달 중인 뇌 줄기세포에서, MTOR 경로의 과활성화를 유도하는 체성 유전변이의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nm.3824).
최근에는 single cell sequencing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달 중인 뇌의 유전학적 다양성에 대해 많은 이해와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Brain somatic mutation consortium에서는 발달 중인 뇌에서 축적되는 이러한 체성 유전학적 변이가 결국에는 질병뿐만 아니라 (그리고 또한 뇌신경세포들은 각개의 세포들이 시냅스라는 특별한 구조를 통해 인접세포와 연결되어 있기에,) 정신 신경학적 표현형의 다양성에 attribution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56/6336/eaal1641.long). 그러나 지금까지의 많은 유전적 변이들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와 비교해볼 때, 이러한 변이들이 정말 phenotypic or clinical manifestation을 보이는지 그리고 변화된 뇌 네트워크는 어떠한 feature를 보이는지 그 인과적, 기능적, 실험적 증거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각종 암종 질환을 포함하여, 신경질환에서는 Sturge-Weber syndrome이 가장 교과서적으로 대표되는 체성 유전체 변이로 알려져 왔는데 현재는 FCD type 2, ganglioglioma, epileptic encephalopathy, hemimegalencephaly, and periventricular nodular heterotopia 등에서 중요한 증거들이 확장되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저희의 연구는 2011년 처음에 그 작은 숫자의 신경세포의 집단 (<5% throughout the brain) 이 어떻게 결국 뇌 전반에 걸친 뇌전증과 발작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으로 방법론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지도 멘토교수님이신 이정호 교수님을 통해서, 전기생리학적 실험과 측정에 도움을 주실 손종우 교수님과 (지도학생 주상현 박사님), 유전학적 그리고 전기생리학적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뇌과학적 방법을 응용한 뇌 시뮬레이션을 구성에 도움을 주실 백세범 교수님 (지도학생 장재선 박사님) 의 도움으로 그 답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앞선 질문에 대해 처음 우리는 발작파를 유도할 수 있는 활성도가 변이세포에서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변이가 있는 세포가 아닌 그 주변 세포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전기생리학 실험과 네트워크 구상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5% 미만의 변이를 가진 가상 뇌를 구축하더라도 그 변이들 자체만으로는 전뇌조직의 발작파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저희는 과거 tuberous sclerosis에서 시행했던 연구 방법대로 활성 및 억제 시냅스의 불균형이라던지 시냅스 구조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주변 세포의 활성도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전에 연구실에서 분석했던 translatome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이를 가진 세포가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후보군이자 therapeutic target (adenosine kinase) 을 찾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 세포의 활성도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변이를 가진 세포 그 자체가 도달할 수 없는 네트워크 변화를, 변이가 없는 주변 세포를 통해서 활성도를 유도하고 (“non-cell autonomous hyperactivity”) (지금에서야 합목적적으로 이 자연현상과 병태생리에 이해와 추정을 하는 바이지만,) 아마도 이러한 방식을 통해 변이의 효과가 증폭하는 데서 신경학적 그리고 표현형적 결과의 한가지 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brain somatic mutation에 의한 네트워크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일반화 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유사한 형태로 BRAF V600E 뇌 체성변이로 인해 발생한 뇌전증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18-0172-x) 의 경우에는 변이를 가진 세포 자체가 hyperactivity를 가지는 것으로 볼 때 (cell autonomous) 앞서 찾아낸 현상이 유전자 자체나 질환의 entity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 과정 가운데 치료 가능성 높은 후보군을 발견한 부분도 고무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다학제적 접근이었기에 다른 분야 (전기생리학과 계산 신경과학) 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발생중인 뇌 안에서 체성 유전체 변이가 어떻게 전 뇌 조직의 활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가지 좋은 예를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저희의 연구가 조금이나마 다른 뇌 체성유전체 변이로 인해 국소 네트워크의 변화에 대해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이자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신경유전체의학 연구실과 소바젠 (https://tnl.kaist.ac.kr, http://sovargen.com/main?lang=ko, 이정호 교수님 연구실) 은 다양한 신경 질환 (autism, schizophrenia, epilepsy, Alzheimer’s dementia, brain tumor 등) 에서 질병의 원인을 일으키는 뇌 내 체성 유전변이를 찾고 이러한 변이들의 병태생리 기전과 치료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실입니다. 질환을 가진 환자들로부터 수술과정에서 수반되는 뇌조직을 직접 얻어서 원인 유전자를 파악하고 이를 동물 모델에 reconcile하여 translational neurogenetics study를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동물 모델에서 보여진 biology나 therapeutic approach는 이후에 실제 환자들의 난치성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전임상적 증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focal cortical dysplasia type 2의 유전적 원인으로 MTOR 체성 유전체 변이임을 증명했던 2015년 연구는 현재 ClincalTrials.gov 에서 FCD type 2에서 Afinitor (everolimus) 의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연구가 진행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경유전체 의학 연구실의 큰 목표는 이렇게 난치성 뇌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발굴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다보면 실험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에서 답을 얻을 때 스스로 기쁜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찾아낸 것이 질병이나 현상의 이해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기여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분야나 다른 동료 과학자, 의사들의 토론을 하면서 저도 배우고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일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에 박사후 연구과정으로 와서 희귀 뇌신경 질환의 유전적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임상적으로confirmative한 답을 찾은 (또는 incidental genetic finding (i.e. long QT syndrome) 을 찾은) 환아들의 케이스는 직접 아이들과 가족들을 만나 그 답을 전해 주는데 그때가 가장 감사하면서도 (대부분 약물치료가 잘 듣지 않기에) 치료제에 대한 강한 갈망을 느끼게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어떠한 조언이 좋을지 고민스럽지만, 제 지도교수님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부분 중 특별히 강조해주신 부분을 여기에 빌려오자면, 1) 방법론적으로 인과적 또는 실험적 접근을 통한 증명에 깊은 노력을 들일 것, 2) 이를 바탕으로 치료에 관한 고민을 해볼 것, 그리고 3) (환자에게 적용해야 할 과학과 임상이라면 가장 안전해야 하고 정확하여야 하기에) 가장 precise한 과학과 접근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볼 것 등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에는 미국 Boston Children’s Hospital/Harvard Medical School에서 Dr. Annapurna Poduri 밑에서 현재 박사후 연구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Brain somatic mutation 분야도 계속 연구하고 있지만, 조금 임상적으로 가까워진 일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많은 희귀질환들의 연구가 philanthropic 기금으로 시작하듯이, Boston Children’s Hospital의 기관 내 자체자금을 통해 지난 몇 년 전에 임상유전학적 분석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희귀질환의 전향적 코호트로서의 이니셔티브를 구상하였고 저는 여기서 주로는 뇌전증 환아들의 유전 분석 및 코호트 추적관찰과 natural history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좀 더 broad한 유전적 현상을 보기 위해서 mosaicism외에도 뇌전증, 발달 장애, 기타 희귀 질환 (orphan disease), 진행성 근육병, 그리고 돌연사를 일으키는 germline 변이들을 발굴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고, 찾아낸 새로운 원인 유전자들을 high-throughput drug screening modality를 적용하기 위해서 zebrafish를 이용한 기전 및 중개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뇌발달 질환의 이해를 통해 사람의 뇌와 신경계는 발달과정에서 어떻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안정화 되는지 이해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는 (뇌라는 것이 너무 복잡해서) 뇌질환은 의료수요에 비해 뚜렷한 치료방법이 부족한 분야이기에 작게라도 이 부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는 좋은 연구 환경과 교육을 위해 늘 많은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셨던 이정호 교수님과, 제게는 익숙치 않은 분야임에도 과학적으로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함께 고민해주신 KAIST 생명과학과 손종우 교수님, KAIST 바이오 뇌공학과 백세범 교수님 두 분께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다른 분야 (electrophysiology, computational neuroscience) 의 전문적인 이해와 도움으로 순수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고자 하는 과정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실험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밤낮으로 고생하고 달려와주신 장재선 박사님, 주상현 박사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연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주신 연구재단과 서경배 과학재단, 소바젠 그리고 다른 여러 관계자 분들, 그리고 뇌 조직과 임상 자료에 도움을 주신 연세의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신경과, 소아신경외과, 신경병리과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연구 생각을 하다보면 생활면에서 집중을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마음속으로 늘 기도해주시는 부모님과 동생, 하고 있는 연구와 과학, 임상적 아이디어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아내, 장인어른, 장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학적으로 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그동안 도와주셨던 연구실내 선생님들과 알고 지내왔던 동료분들, 선후배 과학자, 멘토 교수님들, 여러 의사 선생님들, 그리고 미국에 와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와 멘토 (Dr. Poduri) 에게도 고마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뇌전증과 발달 장애, 그리고 신경 질환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계신 환우분들의 연구 참여의 도움에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마음, 그리고 이 병이 극복될 수 있는 희망의 마음을 전합니다.
#MTOR
#Brain Somatic Mutation
#Epi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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